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른청년 Sep 22. 2021

모든 것은 사라진다

엔드 오브 타임 - 브라이언 그린

이 책은 한마디로 물리학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우주와 생명의 역사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설명한 글이다. 저자 브라이언 그린은 물리학자로서 끈이론에 중요한 업적을 남겼고 ‘코스모스'의 칼 세이건 이후 최고의 대중과학 전도사라고 한다.


저자는 우주, 생명 그리고 의식의 기원, 이 모든 것을 엔트로피와 진화라는 두 가지 축으로 설명한다.


엔트로피는 무질서도라고 번역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무질서도가 증가한다는 것이 바로 열역학 제2법칙이다. 엔트로피는 저엔트로피(질서)에서 고엔트로피(무질서)로 변화한다. 그 반대는 없다.


그런데 어떻게 혼돈에서 질서 있는 우주가 창조되었을까? 저자는 무한한 시간이 흐르면 통계적으로 매우 희귀하지만 공간의 작은 영역이 저엔트로피 상태에 놓이게 되면서 밀어내는 중력이 가동되고, 그 결과 우주가 급격히 팽창하기 시작하는데 이것을 빅뱅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우주의 탄생은 무한한 시간이 만들어낸 우연의 산물인 것이다. 아니면 더 높은 고엔트로피(무질서)를 만들기 위해 일시적으로 저엔트로피(질서)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이 우주에는 엔트로피와 무한한 시간 속에서 나타나는 우연(확률)의 법칙만 존재한다.


행성과 생명이라는 저엔트로피(질서) 상태가 만들어진 것도 우주가 물질 내부에 갇혀 있는 엔트로피를 캐내기 위한 기발한 방법으로 더 큰 고엔트로피(무질서)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이라는 고도로 질서 있는 생명체가 지구환경을 급속도로 파괴하여 더 무질서한 지구를 만드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작은 질서가 더 큰 무질서를 만든다.


최초의 생명체로부터 지금 인간과 같은 고도의 생명체로 발달한 것은 진화라는 키워드로 설명한다. 생명체는 생존과 번식에 가장 유리한 형태로 진화해왔다.


생각도 진화의 산물이며, 사고능력을 획득한 종은 수만 세대에 걸친 생존 경쟁에서 연달아 승리하면서 마침내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것이다. 의식은 마치 우리의 몸과 분리되어 자유롭게 표류하는 거 같은 느낌이 들게 하는데 이런 느낌이 육체와 분리된 영혼과 자유의지가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한다.


의식의 탄생은 언어의 탄생과 깊은 연관이 있어 보인다. 언어는 추상화하고 객관화하는 도구이며, 의식은 그런 능력을 사용한 결과로써 나타난 걸로 보인다. 언어와 의식의 탄생이 다른 영장류보다 훨씬 큰 대규모 집단을 형성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고, 결국 의식의 탄생이 인간의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에 진화한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유의지라는 건 존재하는 걸까? 지금까지 자유의지는 상식적으로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최근 과학 연구들은 아니라는 쪽으로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저자는 전통적인 개념의 자유의지는 없지만 인간은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물리법칙을 벗어날 수 없지만 진화를 통해 의식을 가지게 되면서 족쇄가 풀리고 자유의지가 있는듯한 느낌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책 제목 ‘엔드 오브 타임(시간의 끝)’은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우리와 우주는 멸망할 수밖에 없는데, 그 시기를 물리학자들이 말할 때 쓰는 표현이라고 한다. 시간은 어찌 보면 인간이 만들어 낸 개념이고, 인간이 멸망하면 시간도 끝이다.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주장하고 싶은 것은 개인은 죽고 나면 끝이지만, 인류의 영생은 추구할 만한 가치이고, 물리법칙은 진리에 다가가는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그 자체로는 아무런 가치가 없으니, 인간의 내면을 바라보라고 말한다.


내가 이 책을 통해 깨달은 것은 우주와 생명의 탄생도 우연의 산물이며, 지금의 질서도 무질서를 향해 나아가는 단계일 뿐이라는 것이다. 의식이라는 것도 자유의지라는 것도 진화의 산물일 뿐이며, 입자와 마찬가지로 물리법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고 이 모든 것이 가치 없는 일이 아닌 것은 인간이란 모든 것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존재이고, 앞으로도 계속 그러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도 내 능력보다는 운이 좋아서 지금까지 잘 살아왔으니 그 행운에 감사하며, 죽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최대한 사는 동안 의미 있는 삶이 되도록 노력하며, 내 자식들이 올바로 서고 살아갈 수 있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느꼈다. 난 우주의 한 줌 먼지와 비슷할 뿐이고 사라지겠지만 그렇게 의미를 부여하겠다.

작가의 이전글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