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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Dec 25. 2021

인식과 실천 사이

청춘의 독서 - 유시민

이 책은 유시민이 읽었던 책들 중에 큰 영향을 준 책 14권을 골라 다시 읽고, 갓 대학에 입학한 딸에게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썼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서평은 이렇게 써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 속에 그의 인생과 해석과 다짐이 보였다.


이중 가장 인상 깊었던 책 세 권은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 그리고 맹자의 <맹자>였다.


베블런은 돈(부)의 속성과 부를 과시하는 이유, 사람들이 보수를 지지하는 이유를 밝히는 통찰을 보여주었다. 헨리 조지는 불평등이 어디서 기원하는지 그 기원을 밝혔다. 맹자는 진짜 보수주의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베블런이 놀라운 것은 ‘돈이 어떤 것을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라고 말한 것이다. 사람들이 부자가 되고자 하는 것은 소비를 통해 만족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돈으로 다른 사람을 이기려고 하는 경쟁심 때문이고, 그렇기 때문에 돈을 소유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베블런은 유한계급(과시적 여가와 소비를 하는 사람)에게는 가치가 가격을 규정하는 게 아니라, 가격이 가치를 결정한다고 말한다. 비싼 것이 품질과 무관하게 가치 있다는 것이다. 요새 래퍼들이나 인싸들이 플렉스 하는 것이나 사람들이 명품을 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베블런은 부자들은 진보나 혁신을 강요당하지 않기 때문에 보수주의가 되는 것이고, 사람들은 보수주의가 상층계급들의 특징이기 때문에 품위 있는 것으로, 진보나 혁신은 하층계급의 특징이기 때문에 저속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런 설명은 가난한 사람들이 보수가 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베블런이야말로 인간과 돈의 상관관계를 놀라운 통찰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헨리 조지는 기술이 진보하여 경제적 이익이 늘어나더라도 토지소유자가 그 이익을 독점하기 때문에 월급 노동자들은 영원히 빈곤을 벗어날 수 없고, 인구가 증가할수록 토지의 가치는 올라가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한다.


헨리 조지는 이 모든 원인은 인간 모두를 위한 자연의 일부인 토지를 개인이 사유화하여 독점하게끔 허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토지사유화에 대한 부당함을 톨스토이도 말했지만 조지의 설명에 더 많은 공감이 되었다. 현대 자본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는 불평등 문제의 근본 원인이 토지독점 때문이라면 그 해결책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사람들은 격렬히 반대할 것이다. 토지의 소유권을 개인이 아닌 국가에게 있다고 집 소유나 다른 개인재산도 소유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싱가포르 경우만 봐도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고 보이는데 아마 어려울 것이다. 이런 이유에 대해서 유시민은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은 보통 진리보다는 이익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맹자는 성선설을 주장했다. 측은지심이 드는 것을 보면 인간은 근본적으로 선하다는 것이다. 인간의 선한 본성은 가까운 혈육에서 시작해 타인에게로 퍼져나간다. 유시민은 인간은 이타적 행동을 하는 이기적 동물이라고 말한다. 동감한다. 인간은 많은 부분 이기적이지만 때로는 이타적이다.


맹자는 역성 혁명론을 주장했다. 군왕이 백성을 위하지 않으면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유시민은 보수주의는 체계를 갖춘 이념이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전통에 대한 특정한 태도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맹자에겐 군왕보다 백성이 우선이었다. 진짜 보수주의는 이익이 아니라 가치를 탐한다고 한다.


요새 정치는 가치보다 이익을 탐하는 거 같다. 정치가 이익을 어떻게 나누냐의 문제라는 채사장의 말에 따르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 ‘어떻게’가 가치이다. 어디에 더 가치를 두느냐가 철학이고 세계관이다. 나이 들수록 철학이 더 필요한 이유다. 나는 어디에 더 가치를 두는가?


이런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 앎의 과정이고 인식의 과정이다. 때로는 인식만 하더라도 의미 있는 거 아닌가 생각했고, 때로는 인식만 하는 건 의미가 없고, 실천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통해 깨달은 것은 인식과 실천 사이에 사랑이 있었다. 사람을 변하게 하는 힘은 사랑뿐이다. 사랑해야 실천할 수 있다.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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