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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Aug 05. 2018

검사내전

생활형 검사의 사람 공부, 세상 공부 - 김웅

우연히 교보문고에 들려 이벤트로 싸게 팔기에 사 온 책인데. 사기당하지 않고 싶으신 분은 꼭 읽어보시길 강추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이는 검사에 대한 편견을 조금은 깨 준다. 그게 저자가 책을 쓴 목적일지도. 또한 많은 통찰력을 준다.


저자는 검사라는 조직이 일반인들의 생각과 달리 유연하고 열려있는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그 이유가 자신 같은 꼴통이 아직도 이 조직에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검사는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여객선의 작은 나사못인데 나사못의 임무는 배가 어디로 갈지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맡은 철판을 꼭 물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글 쓰는 스타일이 직접적으로 답을 얘기하기보다는 실제 예를 들며 비틀고 비꼬고 반어법적이다. 하지만 밉지 않고 쿨하며 재밌다.


책은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 첫 번째는 온갖 사기 유형들을 소개하며 그 면면을 파헤친다.  사기꾼은 목숨 걸고 뛰고 피해자의 욕심을 이용한다. 피해자는 욕심이라는 마음속의 장님 때문에 진실을 보지 못한다. 그리고 설마 자기 같이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을 사기 치겠느냐 생각하지만 그런 사람도 예외 없다. 이렇게 사기가 만연한 이유는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결국 사기가 넘쳐나는 이유는 그것이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게리 베커도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에 대해 '범죄를 통해 얻는 수익이 그로 인해 치르게 되는 비용보다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p18


사기의 첫 번째 공식은 피해자의 욕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보이스 피싱처럼 불안감으로 이성을 마비시키는 사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기는 피해자의 욕심을 이용한다. - p62


논리와 이성의 천적은 부조리가 아니라 욕심이다. 아쉽게도 우리의 주성분은 욕심, 욕망, 욕정이다. - p63


# 두 번째는 그동안 형사부 검사로서 주로 사기꾼들만 상대하다가 예외적인 사람들에 대한 얘기다. 공기청정기 회사에 다니다가 잘리고 매일 법원 앞에서 시위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회사에 앙심을 품고 진상 피우는 사람인 줄 알았더니 제품 품질에 문제가 있어, 사람 생명에 위험하고, 그걸 회사에 얘기했다가 잘린 거고 생업을 포기하고 그 위험성을 알리려 한 사람이었다.


인권 의식은 자신이 아니라 타인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주변의 모든 것에 대해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 p192


우리나라 헌법의 핵심 가치는 자유와 평등이다. 인간은 왜 자유로워야 하고, 왜 평등해야 하는가? 그건 우리 헌법의 출발점이 '인간의 존엄성'에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 헌법은 수많은 글자들의 나열에 불과하다. -p193


독일의 철학자 한스 요나스도 비슷한 말을 했다.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지 않는가를, 무엇을 원하는가 보다 훨씬 빨리 안다는 것이다. 또한 선에 대한 인식보다 악에 대한 인식을 더 쉽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법이 무엇인가 보다는 불법이 무엇인가를 선험적으로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 p204


# 세 번째는 검사생활에 대한 얘기인데.

부장검사들이 술자리에서 자신 부하들의 충성심을 내기하며 불렀는데 안 간 얘기. 폭탄주 돌리는데 자신은 예외인 얘기 등 일반적으로 검사 내에서 꼴통이라 불릴만한 일화 등을 얘기한다. 술은 의지로 마시면 된다고 하는데 사실 의지로 되는 것은 거의 없다.


당연히 술은 의지로 마시는 것이 아니다. 사실 의지로 되는 것은 거의 없다. 대부분은 여러 가지 여건이 되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의 우연한 행운을 마치 노력의 대가인 것처럼 속이기 위해 동원하는 말이다. - p242


# 네 번째는 법과 정의에 대한 얘기인데

법이 궁극적으로 해결해주는 건 없다. 고소인이나 피고소인 둘 다 남는 건 상처뿐이고 잃은 건 돈과 시간이다.  유죄 아니면 무죄라고 선고할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분쟁해결 방법이다. 가능한 법원에 안 가는 게 상책이다. 또한 우리나라 국민은 주권 중 하나인 사법권을 행사해 본 적이 없다. 판사를 뽑아 본 적도 없고, 국민의 의사를 관철할 도구도 없다.


법이 궁극적으로 해결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사람들도 알아채기 시작했다. 시대를 앞서간 휘슬러의 예술성은 소송이 아니라 시간이 증명해주었다. - p291


대부분의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부족함'보다 '불공정함'에 분노를 느낀다고 한다. 법이 정의는 아니지만, 정의를 제거하면 법은 제대로 서지 못한다. 그럼 정의는 무엇일까? 정의는 기본적으로 '부정'의 논리다. '정의'가 무엇인지는 쉽게 판단하기 어렵지만 '부정의'가 무엇인지는 대부분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297


그들은 양심과 상식이라는 것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동일한 결론과 공정함이 있다면 굳이 주관적인 양심까지 동원해야 할지 의문이다. 물론 기계가 상식을 가질 수는 없다. 하지만 알베르토 아인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상식이란 한 사람이 18세까지 익힌 편견의 컬렉션일 뿐이다. - p298


사람들이 실은 알고 있으면서도 간과하는 것은, 법은 불구이자 어느 하나만이 옳다고 선언할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결함을 지닌 분쟁 해결 방법이라는 점이다. 헤겔이 말했듯이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은, 그것이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가장 적게 인식된다. 그럼 왜 법은 이분법적일까? 내가 접했던 해석 중 가장 그럴싸했던 것은, 경계에 위치하는 것들에 대한 비합리적인 공포 때문이라는 것이다. - p309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데, 우리나라 국민은 주권중 하나인 사법권을 행사해본 적이 없다. 국민은 판사를 뽑아본 적도 없고, 그래서 국민의 의사를 사법권에 관철시킬 도구도 없다. 그래서 헌법과 달리 우리는 국민의 행정권과 입법권만 행사하는 3분의 2 민주주의인 것이다. - p355


사람들은 자신도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지름길을 폐쇄하지 않는다. 법만으로 세울 수 없는 것이 법치주의이고 국민의 신뢰다. 결국 국민들이 법을 지키게 하는 것은 밥과 희망이다. - p373


세상은 이분법 적이지 않은데, 법이나 제도는 이분법적이다. 왜냐하면 이분법 적이지 않으면 복잡한 세상을 설명하기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어쩌면 진실은 두 가지 상반된 입장중에 몇 퍼센트쯤은 이쪽에 가깝고 몇 퍼센트쯤은 저쪽에 가까운 경계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확신은 위험하다.


견제와 균형.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표에 가깝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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