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른청년 Nov 11. 2018

인생수업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법륜 지음, 유근택 그림


책을 손에 잡은 지는 일 년이 넘은 거 같은데 이제야 책을 덮었다. 책 내용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잘 읽히지 않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 처음 읽을 때는 너무 뻔한 내용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덮을때 쯤에는 그 깊이가 다르게 느껴졌다. 시간에 따라 상황에 따라 책이 다르게 느껴지나 보다.


이 책은 행복이나 죽음, 생로병사에 대해 한번쯤 고민했을 내용에 대해 법륜스님이 하나하나 설명해주시는 내용이다. 즉문즉설과 비슷하다. 2013년도에 나온 책이니 그 내용을 모은 책일 수도 있겠다.


오춘기라고도 하고 갱년기라고도 하고 삶의 의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스님은 삶은 그냥 주어진 거니 ‘왜 사는지’ 그 의미를 찾지 말고 ‘어떻게 행복하게 살까’를 고민하라고 한다. 삶의 의미가 없는 건 맞는 거 같다. 다만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게 사람이다. 행복이라는 것도 실체가 없다. 허상을 쫏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실체를 인식하면 집착하지 않을 수 있다.


스님은 수행이란 ‘어떤 조건이든 그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 하셨다. 내 생각에 수행은 깨달음을 얻기 위한 과정이자 훈련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스님이 말하는 수행은 한마디로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고 우리가 흔히 비꼬는 정신승리와 비슷해 보인다. 그러니 자꾸 뻔해 보이고,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이 뻔해 보이는 말이 어느 날 다르게 느껴졌다.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게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이고 수행이 필요한 것이라는 걸 느꼈다. 그건 끝없는 수행이 필요한 일이다.


“실재하는 건 변화뿐이다.” 예전의 내가 지금의 나와 다르듯이 고정된 것은 없고 모든 것은 변화한다. 그런데 그걸 자꾸 잊고 산다. 영원 할거 같고 변하지 않을 거 같아서 괴롭다. 변화가 당연한 건데 그걸 인정하기가 어렵다.

인간의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은 그 이치를 잘 생각해보고 이해하면 괴롭지 않을 수 있다. 변화하는 걸 당연하다고 인정하면 된다. 아직 그 정도 수행이 되진 않았지만 뻔해 보이는 게 다르게 느껴질 만한 나이가 됐다.


삶이 ‘왜'라는 생각보다 먼저이기 때문이에요. 즉 존재가 사유보다 먼저 있었기 때문이지요. 살고 있으니 생각도 하는 건데 ‘왜 사는지'를 자꾸 물으니 답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 그러니까 ‘왜 사느냐'는 질문으로 삶에 시비를 거는 대신 ‘어떻게 하면 오늘도 행복하게 살까'를 생각하는 것이 삶의 에너지를 발전적으로 쓰는 길입니다. p15


수행이란 어떤 조건이든 그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겁니다. 몸이 건강해도 좋고, 병이 나도 ‘몸뚱이가 있는 한 아플 수도 있지' 이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또 치매가 오면 치매가 오는 대로 괴로워하지 않고 받아들이면서 지혜롭게 대처하는 거예요. p68


실재하는 건 변화뿐인데, 보이면 살았다고 하고, 안 보이면 죽었다고 하고, 안 보이다 보이면 태어났다고 하는 겁니다. (...) 변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변하는 것을 봤을 때 괴로움이 생기지 않습니다. p78


‘나이 들면 잘 변하지 않는다' 이것이 어른의 성질이란 걸 이해하면, 갈등이 줄어듭니다. (...) 자식 입장에서는 ‘부모가 무리하지 않고 조심하면 10년 더 살 거 아닌가' 생각해서 하는 말이지만, 10년 더 사는 게 꼭 잘 사는 건 아닙니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살다가 5년 만에 죽는 게 오히려 더 행복할 수 있습니다. p155


직장은 회사에서 다니라고 할 때까지 다니고, 나갈 때 새로운 직장을 구하든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 심리적으로도 공연히 미리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인생을 불안 초조하게 살 필요가 없습니다. p190


한 번 말하고 안 들으면 입을 꾹 다물어야 합니다. 비가 와서 젖을 걸 뻔히 알아도 한 번 젖고 두 번 젖고 세 번 젖고 그래서 올해 고추농사 망치면 자식들도 그제야 압니다. 이런 경험을 하도록 지켜봐 줘야 되는데, 어찌 될지 알고 있으니까 자꾸 간섭을 하게 되는 거예요. (...) 잔소리와 간섭을 안 해야, 자식과 같이 살아도 늘 보살핌을 받습니다. p234
작가의 이전글 기원의 탐구, ORIGIN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