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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Mar 15. 2020

왜 우리는 후회할 줄 알면서도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가?

찰스 두히그 - 습관의 힘

주말 아침이면 8시쯤 일어나서 시리얼 먹고 화장실 갔다가 커피를 내리고 노트북을 켠다. 읽었던 책들 중 접어놓았던 구절을 찾아 옮겨 적거나 그걸 바탕으로 글을 쓴다. 10시쯤 되면 음악을 틀고 하나 둘 식구들이 일어난다. 나의 주말 일상이다.


이런 습관이 생긴 건 독서모임에 가입하고 일주일에 한편 씩 글을 써보자고 결심하면서부터다. 좋은 습관을 가지고 싶은 욕망은 있지만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습관이 되기까지의 과정이나 원리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원리를 알려주고 사례를 설명해 주는데 설득력이 있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개인, 2부는 기업, 3부는 사회의 습관에 관한 내용이다.


사람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습관의 지배를 받고 있다. 기억을 관장하는 뇌 부위가 손상을 입어 1분 전의 일도 기억하지 못하는 환자도 화장실을 가고 먹고사는데 문제가 없는 이유는 습관의 힘이다. 잘 생각해보라 하루를 살면서 습관대로 행동하는 게 얼마나 많은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이렇게 습관이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이유는 뇌가 끊임없이 자기 활동을 절약하는 방법을 찾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습관이 뇌에게 휴식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뇌는 이 습관이 좋은 습관인지 나쁜 습관인지 구별할 수 없다.


한번 습관이 들면 없애기가 쉽지 않다. 그건 ‘습관의 고리’라고 불리는 원리와도 상관이 있는데 어떤 신호가 오면 반복행동을 하게 되고 반복행동에 따른 보상이 주어지면 습관이 된다. 이 보상에 대한 욕망이 일단 고착되면 자동 반사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이 책에서도 습관은 없애는 것이 아니라 바꾸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나쁜 습관을 바꾸는 방법은 습관의 고리에서 같은 신호와 같은 보상을 주고 반복행동을 다른 걸로 대치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복행동은 밖으로 드러나지만 신호와 보상을 찾아내는 것이 만만치 않다. 어쨌든 이 원리를 잘 이용하면 틱장애, 손톱 물어뜯기, 흡연, 알코올 중독 등을 치료할 수 있다.


사람의 타고난 천성이나 본성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들 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건 그 사람의 습관을 빗대어서 말한 게 아닌가 싶다. 일반적인 자기 계발서는 세상을 바꿀 수 없으니 자신을 바꾸라고 하고, 작가 김영하는 자신도 바꾸기 어려우니 관점을 바꾸라고 했다. 난 관점도 바꾸기 어렵다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게 바로 습관 때문이다.


나쁜 습관을 바꾸고 싶은가? 가장 중요한 건 자기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는 깨달음이고 두 번째는 함께 할 동지들과 어울리는 것이다. AA(Alcoholic Anonymous) 같은 알코올 중독자 치료자 모임이 효과가 있는 이유는 변화라는 것이 다른 사람과 어울리면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책 읽는 습관을 가지고 싶으면 독서모임에 가입해라.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생각 없이 하는 행동이 인간 본성이고, 인간 본성에서 습관이 차지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인간의 의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기억이라고 생각했는데 인간은 기억 없이도 행복할 수 있다고 한다. 바로 습관 때문이다. 또한 의식하지 못한 채 대부분의 삶에서 생각 없이 습관에 의해 살고 있다. 그런데도 나쁜 습관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면 큰 시행착오 아닌가?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달리고 글을 쓴다고 한다. 습관이 되기까지 어렵지만 몸이 기억하면 그다음부터는 쉽다. 글을 읽고 쓴다는 것은 인간 유전자에 내재된 본성이 아니라 후천적인 능력이기 때문에 그만큼 어렵고 더욱 습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철학자 강신주는 철학적인 삶의 반대말은 습관적인 삶이라고 했다. 사람이 항상 철학적인 삶을 살 수는 없으니 좋은 습관이라도 가지도록 노력하는 게 마땅하지 않은가?


습관이 곧 나다.




p14~15

그의 주장에 따르면, 하나의 공동체는 많은 구성원들 사이에서 반복되는 습관의 거대한 집합체였다. 또한 구성원이 어떻게 영향을 받느냐에 따라 그 습관이 폭력으로 발전할 수도 있고 질서로 발전할 수도 있었다.


p39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습관이 형성되는 이유는 우리 뇌가 활동을 절약할 방법을 끊임없이 찾기 때문이다. 어떤 자극도 주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 두면 뇌는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거의 모든 일을 무차별적으로 습관으로 전환시키려고 할 것이다. 습관이 뇌에게 휴식할 시간을 주기 때문이다. 뇌가 활동을 절약하려는 본능은 우리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한다.


p43

습관은 결코 완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우리 뇌 속에 고스란히 저장되는 거죠. 그게 우리에게는 큰 도움이 됩니다. 오랫동안 휴가를 다녀와서 운전을 다시 배워야 한다면 얼마나 끔찍하겠습니까. 문제는 우리 뇌가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따라서 나쁜 습관도 항상 우리 머릿속에 숨어 있으면서 적절한 신호와 보상이 주어지기를 기다립니다.


p53

나는 평생 기억을 연구했습니다. 그러다가 유진 폴리를 통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해도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행복한 삶에 대한 기억이 사라져도 우리 뇌에는 행복을 찾아내는 놀라운 능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능력이 우리 삶을 해치더라도 그 능력을 없애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p100

던지의 코칭 전략은 ‘습관 변화를 위한 황금률'을 구체화하는 것이었다.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듯이 습관 변화를 위한 황금률은 습관을 형성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던지는 나쁜 습관을 완전히 없앤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따라서 습관을 바꾼다는 말의 정확한 뜻은 과거의 신호를 유지하고 과거의 보상을 전달하면서 반복 행동만을 바꾼다는 것이다.

황금률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동일한 신호와 동일한 보상을 제공하면 반복 행동을 바꿀 수 있고, 따라서 습관도 바꿀 수 있다. 신호와 보상이 같다면 거의 모든 행동을 바꿀 수 있다.


p138

“변화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때 일어납니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변화를 볼 수 있을 때 정말로 변한 것이란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습관을 영원히 뜯어고치기 위해서는 변화가 가능하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변하기 위해 한마음으로 서로 도울 때, AA 프로그램에 효과를 더해 주는 과정(개개인에게 믿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집단의 힘)이 그대로 일어난다. 공동체와 함께할 때 더 쉽게 믿음을 받아들일 수 있다.


p231

반복 행동은 불확실성을 줄여 준다.

그러나 반복 행동의 가장 중요한 이점은 조직 내에서 서로 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있는 집단이나 개인 간에 휴전을 조성한다는 점이다.

기업은 구성원 모두가 오순도순 화합하며 지내는 행복한 대가족이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직장은 간부들이 권력을 얻고 인정받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전쟁터이다.

기업은 가정이 아니다. 기업은 민간인들의 전쟁터이다.


p371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관련해서 어떤 사람들은 본성적으로 그렇게 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어떤 사람들은 습관에 의해서, 어떤 사람들은 가르침에 의해서 그렇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습관의 힘이 절대적이라 생각했다. 또 생각 없이 행해지는 행동은 본성의 증거라며, “씨앗에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서 땅을 미리 준비해야 하듯이, 올바른 것을 즐기고 미워하기 위해서는 학생의 마음이 습관이 되도록 다듬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p376

당신도 변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또 그런 믿음을 습관화한다면 변화가 실제로 가능하다. 당신의 습관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란 깨달음이 중요하다. 습관의 힘은 그런 깨달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어떤 습관을 선택해서 그 습관이 기계적으로 행해지면, 우리는 그 습관을 필연적인 것처럼 느끼기 시작한다. 제임스의 표현을 빌리면 “우리 운명이 무엇이든 우리를 그 운명 쪽으로 무지 막지 하게 끌어가는 것"이 된다.


p382

보상은 열망을 채워 주기 때문에 무척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습관적인 행동을 유발하는 열망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페브리즈 마케팅팀이 소비자들은 청소나 세탁을 한 후에 싱그러운 향기를 원한다는 걸 알아냈을 때, 누구도 존재하는 걸 알지 못했던 열망까지 찾아냈다. 그 열망은 훤히 보이는 현상 속에 감춰져 있었다. 대부분의 열망은 돌이켜 생각하면 너무 뻔한 것이지만, 우리가 그 열망에 지배당하고 있을 때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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