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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Feb 23. 2020

평균적 인간이란?

토드 로즈의 평균의 종말

미공군 조종사 4천여 명의 평균 신체 치수를 가지고 만든 조종석. 하지만 계속 문제가 발생하여 조사해보니 이 조종석에  딱 맞는 평균 사이즈를 가진 조종사는 아무도 없었다. 또 미국 여성의 평균 신체지수로 만든 조각상인 ‘노르마'. 한 주에서 거액의 상금을 걸고 이런 여성을 찾으려고 사방팔방 수소문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이 사례가 의미하는 바는 평균적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시스템을 설계할 때 평균을 기반으로 해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아무도 편하지 않다. 그런데 놀랄 만큼 우리 사회는 평균에 기반한 사회다.


지금은 좀 달라졌지만 나 때만 해도 학교 성적을 과목 평균점수로 석차를 냈다. 공장이나 회사에서 중요시 여기는 게 표준화라던지 매뉴얼인데 이게 생각해보면 평균주의를 기반한다. 이런 공장 표준화를 처음 도입한 사람이 ‘테일러’란 사람이다. 이런 표준화 때문에 생산성은 급격히 올라갔지만 사람들은 언제나 대체 가능한 기계의 한 부품이 되어버렸다.


평균주의가 이렇게 광범위하게 현대사회를 지배하게 된 이유는 편리하고 단순하기 때문이다. '평균보다 낮으면 공부 못하는 것이고, 높으면 잘하는 것이다'라고 이분화시키거나 계층화시킬 수 있다. 그러면 자본을 효율적으로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을 이렇게 평균으로만 평가할 수 없다는 걸 모두가 안다. 하지만 의식하지 못하고 습관처럼 평균과 자기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못하면 열등감을, 잘하면 우월감을 가진다. 그래서 저자는 평균의 종말을 외친다.


저자 자신도 중학교 때 ADHD 판정을 받고, 고등학교를 중퇴하며 일용직을 전전하던 낙제생이었지만 하버드에서 인간발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자신이 낙제생에서 하버드 대학생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평균주의에 기반한 시스템에 자기를 맞추려 하지 않고, 시스템을 나에게 맞출 방법을 찾으려고 매달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애들이 몇 살이 되면 키가 얼마가 되어야 하고 몸무게는 얼마가 되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또 애들이 몇 살이 되면 걷기 시작하고 말해야 한다는 법도 없다. 개개인마다 다르다. 성격도 마찬가지다. 보통은 내성적이지만 친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외향적이다. 도덕성도 그렇다. 평소엔 침도 잘 안 뱉고, 질서도 잘 지키지만 예비군 훈련 때는 다르다. 이타적일 때도, 이기적일 때도 있다. 성격이나 도덕성은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은 개개인마다 들쭉날쭉하고, 맥락에 따라 달라지며, 한 가지 경로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경로가 있다. 이 세 가지 원칙을 이해할 때 평균적인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리는 평소에 ‘평범하게 살고 싶다’라고 자주 말했던 기억들이 있다. 그렇게 말하면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어려운 거야’라는 대답을 듣곤 했다. 우리는 경험적으로 이미 알고 있었던 거다. 세상에 평범한 삶은 없다. 이 책에 따르면 평균적인 삶은 없다. 그런데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했으니 뜬 구름 잡았던 거다.


이제 사회는 평균의 독재에서 개개인에게 맞추는 사회로 변화해야 한다. 당연히 그렇게 시스템이 변하려면 어렵다. 경우의 수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렵다고, 복잡하다고 인간의 개개인성을 무시한다면 모두가 불행한 사회가 된다.


 세상을 평균을 기준으로 이분법적으로 보면 이해하기 쉽고 마음은 편하지만 20% 이해하고 80% 외면하는 거다. 특히 사람은 개별적으로 맥락적으로 봐야 한다.  책은 머리로만 알고 있는 편견을  준다. 그런 점에서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 비슷하다. 학부모, 교사들의 필독서라는 표제도 이해된다. 자식이나 학생들을 평균적 인간의 잣대로 보면  된다.


이 세상에 평균적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




p30

이 책의 주요 전제는 언뜻 보기엔 단순하다. 즉 평균적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당신은 평균적인 사람이 아니다. 당신의 아이도 동료도 학생도 배우자도 평균적인 사람이 아니다. 이 말은 기분을 띄워주려고 꺼낸 빈말도 아니요, 겉멋만 부린 빈 구호도 아니다.


p36

나는 상황을 해결하고자 처음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되려고 해 써 봤지만 아무리 해도 엉망으로 끝나기 일쑤였다. 수업마다 낙제했고 들어가는 일자리마다 진득하게 붙어 있지 못했다. 나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시스템에 순응하려는 노력은 그만두기로 마음먹고 시스템을 나에게 맞출 방법을 찾아보려 매달렸다.


p67

“의사들은 이른바 큰 수의 법칙이라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 어느 위대한 수학자는 이 법칙을 놓고 언제나 전체로는 옳지만 개별적으로는 틀리는 법칙이라고 평한 바 있다.”

하지만 사회는 이 초반의 이의에 귀를 기울이지 못했고 그 결과 현재 우리는 만나는 개개인마다 반사적으로 평균에 비교해서 판단하고 있으며 그 개개인에는 우리 자신도 포함된다.


p84

전국 곳곳의 학교들이 ‘게리 플랜'을 채택했다. 그 원조격인 인디애나주의 산업화 도시 지명을 따서 이름 붙여진 게리 플랜은 학생들을 나이별로 나눠놓고 그렇게 분리된 그룹별로 교실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표준화된 시간 동안 수업을 받게 하는 방식이었다. 아이들이 미래의 직장생활에 정신적 준비를 갖추게 하려는 차원에서 공장의 종을 흉내 낸 학교 종을 도입하기도 했다.


p89

손다이크에게는 학교의 목표가 모든 학생을 똑같은 수준으로 교육시키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타고난 재능 수준에 따라 분류하는 것이었다. 교육 역사상 가장 영향력 높은 인물에 들었던 사람이 교육은 학생의 실력을 변화시키는 데 할 수 있는 역할이 별로 없으며 따라서 우월한 두뇌를 타고난 학생들과 열등한 두뇌를 타고난 학생들을 구분하는 것으로 그 역할이 한정돼 있다고 믿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p108~109

평균주의의 주된 연구 방법은 종합 후 분석이다. 먼저 여러 사람을 종합적으로 조사한 뒤 그룹의 패턴을 살펴보고 그다음에 이 그룹 패턴(평균이나 그 밖의 통계치)을 활용해 개개인을 분석하고 모형화한다. 반면 개개인의 과학은 과학자들에게 분석 후 종합을 유도한다. 먼저 각 개개인의 패턴을 살펴본 다음 이런 개개인별 패턴을 취합해 종합적 통찰을 얻어낼 방법을 찾는다.


p165

하트숀은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본질주의 사고의 프리즘을 통해 성실성을 바라보면서 각 학생 개개인이 도덕성이 있거나 없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그 예상은 빗나갔다. 학생들은 도덕성에서 별 일관성을 나타내지 않았다. 가령 한 여학생은 자신의 시험지를 직접 채점할 때는 속임수를 썼으나 파티 게임에서 점수를 기록할 때는 정직했다. 또 어떤 남학생은 시험을 볼 때 다른 학생의 시험지를 커닝했으나 자신의 시험지를 직접 채점할 때는 속임수를 쓰지 않았다. 집에서는 돈을 훔쳤으나 학교에서는 돈을 슬쩍하지 않는 학생도 있었다. 이처럼 실제로 조사해보니 도덕성은 맥락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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