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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하 Aug 09. 2022

사라진 칸트

늘 제시간에 같은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유명한 임마누엘 칸트가 오늘은 보이지 않습니다. 양재천의 칸트가 사라진 것입니다. 서울 하늘 100년 만의 물폭탄으로 그가 오늘은 산책을 포기한 듯합니다. 동장군이 설쳐대던 한겨울에도 늘 그 자리를 지켰던 그였습니다. 하긴 이런 비에 그가 평정심을 유지하며 우아하게 앉아있기는 쉽지 않겠지요. 양재천 내 미니 섬 그의 보금자리도 다 엉망이 되었으니까요. 왕의 언덕을 칭하는 그의 고향 쾨니히스베르크(Königsberg)에선 보지 못한 물난리일 것입니다.


어서 이 비가 그쳐 그가 다시 아름다운 그곳 제자리로 돌아오길 희망합니다. 마찬가지로 비에 망쳐진 우리 일상도 제자리로 원상복귀되길 기원합니다.


(아, 떠내려갔을까봐 걱정하는 분이 계시네요. 관할 서초구에서 모셔갔겠지요. 아늑한 곳에서 잘 쉬고 계실 겁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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