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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하 Sep 05. 2023

<프로야구를 경영하다>를 읽다


친구가 쓴 책입니다. 지난 7월 말 모임에서 만났을 때 전 제가 쓴 <TAKEOUT 유럽예술문화>를 그 친구에게 주었고, 그 친구에게선 그가 쓴 <프로야구를 경영하다>를 받았습니다. 완벽한 기브 앤 테이크이고 물물교환이었습니다. 저는 그가 준 이 책을 최근 즐거움과 놀라움 속에 읽었습니다. 즐거움은 프로야구라는 책의 소재와 그의 필력에 기인하고, 놀라움은 제가 예상하지 못한 책의 내용과 그런 책의 저자가 제 친구라는 사실에서 기인합니다. 소재로서 프로야구는 제가 좋아하는 스포츠라서 그것만으로도 즐거운 독서가 됐는데, 거기에 기대 이상의 저자의 유쾌하고 치밀한 필력이 더해져 보너스 즐거움까지 누린 것입다. 그는 부인할 확률이 높지만 평소 대화 시 다소 건조한 화법(話法)에 비해 그가 쓴 이 책에서의 필법(筆法)은 꽤나 재미있게 전개되었니다.


두 번째 감흥인 놀랍다는 것은 이 책엔 예상했던 프로야구만 나오지 않기에 그렇습니다. 프로스포츠라는 비즈니스의 본질에서 출발하여 프로야구를 중심으로 그것과 비교되는 모든 프로스포츠가 등장합니다. 그것도 국내뿐만이 아닌 거대 시장인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모든 해외 프로스포츠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즉 전 세계의 모든 프로스포츠 시장을 이 한 책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방대함에 적잖이 놀란 것인데 읽어갈수록 제가 더 놀란 것은 이런 스포츠 마케팅 전문 서적을 그 친구가 썼다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스포츠 분야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친구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걸어온 인생 궤적에 스포츠는 들어있지 않습니다. 제가 대학 졸업 후 30년 넘게 광고만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인문학 관련 글을 쓴다고 펜을 굴리다 책을 냈듯이 그는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 분야의 골수 전문가입니다. 그곳에서 상품과 유통 마케팅만 하던 친구가 그것과는 전혀 다른 분야인 프로스포츠에 대한 책을 쓴 것입니다. 그래서 그 책의 독후 즐거움도 놀라움제겐 그라는 개인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는 것입니다.  


때론 우린 내용이나 성과보다 그것을 만들어 낸 이런 배경에 더 재미있어하고 놀라워하곤 합니다. 그는 마케팅 전문가답게 국내 프로야구(KBO)는 물론 역사가 오래된 미국(MLB), 일본(NPB) 프로야구의 역사와 그 속에서 수치화된 빼곡한 기록을 수집하고 취합하여 그것들에 나름 그의 해석을 달았습니다. 그 통계 데이터는 위에서 언급한 유럽 각 국가의 프로축구(EPL, LALIGA, SERIE..)와 미국의 프로미식축구(NFL)와 프로농구(NBA), 그리고 프로아이스하키(NHL)까지 망라합니다. 그리고 제3국의 프로스포츠에 대한 통계도 다루고 있습니다. 그가 그 방대한 데이터를 찾고 취합하여 많은 표로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마케팅 전문가로서 그의 주장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무수히 그리고 지웠을 다이아그램 등 그가 이 책을 쓰며 쏟았을 그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인천에서 자란 저는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이후 뻔질나게 인천공설운동장 야구장을 찾았습니다. 삼미슈퍼스타즈의 광팬으로 스포츠 중 유일하게 야구를 좋아하셨던 선친과 함께 그곳을 가곤 했던 것입니다. 그 시대를 빛냈던 인호봉, 임호균, 김재현, 감사용, 장명부, 최계훈, 금광옥, 김진우, 조흥운, 정구선, 이영구, 장정기, 이선웅, 양승관, 최광묵 등 그간 잊고 살았던 초창기 슈퍼스타즈들이 떠오릅니다. 그러더니 어느 날 그 구단은 청보핀토스로 바뀌고, 또 태평양돌핀스로 바뀌고, 또 현대유니콘스로 바뀌었습니다. 다소 혼란스러웠지만 그래도 전 인천이라는 프랜차이즈 로열티를 지키고자 애를 썼습니다.


그런 와중에 저는 서울이 연고인 OB베어스(두산베어스)가 속한 두산그룹인 광고 회사인 오리콤에 입사하게 되고, 3대 이상 서울 4대문 안에 거주해 진짜 서울 사람이라 불리는 처가의 OB베어스 광팬(실은 박철순 광팬)인 여성과 결혼해 서울에 살면서 인천 프로야구단 로열티는 점점 희미해져 갔습니다. 회사 직원들과, 또는 가족과 함께 잠실로 OB베어스 경기를 보러 가서 응원을 하면 왠지 어색하고, 인천에 가면 친구들과 SK와이번스로 또 바뀐 구단을 응원은 하지만 열의는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어딜 가도 왠지 제가 배신자나 스파이가 된 듯한, 갖지 않아도 될 이상한 죄책감을 가지고 양 도시의 야구장을 번갈아 찾은 것입니다. 인천에선 과거 공설운동장과는 시설면에서 비교할 수 없이 좋아진 문학구장에 앉아서 안락하게 응원을 했습니다. 잠실야구장을 엄청나게 부러워했던 시절을 생각하며 말입니다.


그러더니 그 SK와이번즈마저 승천을 했는지 그 구단은 이젠 SSG랜더스가 상륙해 당당히 문패를 바꾸었습니다. 그래서 두산을 그만 둔지도 오래된 지금 저는 어느 팀을 응원한다고 선뜻 손을 들기가 힘듭니다. 물론 박철순 투수도 야구를 그만 둔지 오래되어 집안에서 그분의 강압(?)도 사라진 지 오래되었습니다. 프랜차이즈 연고지를 배제한 채 족보로만 보면 제가 가장 애정을 기울인 삼미슈퍼스타즈의 후신은 지금은 서울로 연고지가 바뀐 키움히어로즈입니다. 목동 구장이 있는 서울 입성을 위해 수원으로 잠시 고행을 떠났던 현대유니콘스가 모기업인 현대전자의 부도로 만세를 불러 모기업이 없는 구단이 대타로 투입된 히어로즈입니다. 그래서인가 요즘은 직접 경기장을 찾지는 않지만 정서적으론 느슨하게 그 팀을 응원하는 편입니다. 친구가 쓴 <프로야구를 경영하다> 책엔 당연히 이런 인천 프로야구단의 역사가 나옵니다. 그것은 정사(史)이고 그것과 연루된 저의 이야기는 야사(史)이겠지요.      


<프로야구를 경영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의 글을 풀어가는데 경영자인 구단주를 주인공으로 내세웁니다. 용진이 형과 택진이 형이 바로 그들로 더블 캐스팅을 한 것입니다. 그는 그들을 놀 줄 아는 구단주라 칭하고 있습니다. 1982년 출범할 때부터 고답적인 구단주들이 공부하듯이 기업 논리로 프로야구를 운영해왔다면 어느 날 야구판에 등장한 그 형들은 놀이를 하듯이 구단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글러브를 끼고 배트를 휘두르며 골목이든 야구장에서 놀며 자란 그들이기에 야구의 속성을 잘 알기에 그럴 것입니다. 때론 도발적인 그들이지만 그 또한 가십거리로 즐거움을 주어 구단과 선수들, 구단과 팬, 그리고 구단과 우리 사회의 역학 관계가 과거와는 달라지고 있습니다. 프로야구판에 활력이 생긴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KBO의 허구연 총재는 야구인 출신이기에 과거 수장들과는 다른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프로야구 시장과 스포츠 마케팅에 대해 제대로 기술한 친구의 바람대로 그가 쓴 <프로야구를 경영하다> 이 책이 국내 프로야구의 선진화에 기여하게 되기를 팬으로서도 기원합니다.


친구끼리 서로의 책을 맞바꾼 물물교환, 저는 손해보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김인호 저자님 수고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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