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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하 Apr 14. 2021

Sometimes it snows in April

프린스가 생각나는 오늘

4월 중순에 이렇게 쌀쌀한 적이 있었던가요? 제 기억엔 없습니다. 3월도 아니고 4월에 한파주의보라뇨? 완연한 봄의 상징인 벚꽃이 온 사방에 만개해 봄의 절정을 맞보고 있던 터에 날벼락이 아닌 날한파가 찾아왔습니다. 추위가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기엔 지나가도 참 많이 지나갔는데 말입니다.



과거 홍콩 여행 시 그곳에선 영상 3~4도에도 추위로 사람이 죽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좀 갸우뚱했었는데 막상 어제 오늘 겪고 보니 충분히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보다 오늘 온도가 10도 이상 낮으면 한파라 하는데 환경의 동물인 인간이기에 이런 급작스런 변화에 준비가 안 돼있다면 그런 변을 당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인간은 실제 온도보다 체감 온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하겠습니다. 지금 저는 사무실, 장에 집어넣었던 카디건을 꺼내 걸치고 있지만 그래도 으스스 춥습니다. 바로 뒤 학교 운동장이 내려다 보이는 창밖 파란 하늘과 푸른 녹음은 이 추위를 모르는 척 본래 그대로 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말입니다. 아, 그들도 괴롭겠네요.



그런데 때론 4월에 눈이 내리기도 합니다. 오늘과 같은 4월에 비가 내린다면 그것은 비가 아니고 눈으로 지상에 도달할 것입니다. 만물이 소생하고 있던 대지에 찬 물보다 더 찬 것을 끼얹는 겪이 되겠지요. 한파주의보가 내린 오늘은 TS 엘리엇이 노래한 4월은 잔인한 달의 액면을 보여주는 날이 될 것입니다. 그래도 봄이란 사실엔 변함이 없지요. 우린 날씨가 아닌 날짜를 가지고 계절을 셈하니까요.


화제를 바꿔봅니다. 근자엔 유독 우리가 사랑했던 많은 팝스타들이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마이클 잭슨, 데이비드 보위, 프린스, 조지 마이클, 게리 무어.. 모두 우리가 성장했던 그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가들입니다. 프린스는 5년 전 4월에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날씨 탓인가 불현듯 오늘 아침 그의 이 노래가 생각나 자판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프린스, 그는 그의 운명을 예견이나 한 듯 마치 8개월 후 조지 마이클이 그가 노래한 그의 생애 라스트 크리스마스(Last Christmas)에 세상을 떠난 것처럼 이 4월에 황망하게 떠나갔습니다. 찾아보니 며칠 후 21일이었네요. 조지 마이클은 정확히 12월 25일에 세상에 작별을 고했습니다.  Sometimes it snows in April, 프린스도 그의 이 노래가 주술이 되어 거기에 맞춰 떠났을지도 모릅니다. 이 두 아티스트의 죽음에 요상한 평행이론이 보입니다. 뮤지션을 넘어선 아티스트란 일반인과는 다른 특별한 정서를 품고 사는 사람들이라서 그런 것일까요? 그래서 썸타임즈 그들은 이렇게 스스로의 생을 중지시키기도 합니다.

당시 프린스는 57세의 젊은 나이, 모든 음악을 직접 만들고 30여 개 이상의 악기를 능수능란하게 다룬다는 그였습니다. 이런 천재급 아티스트들은 제 명을 다하지 못하고 일찍 죽는 것일까요? 천재는 요절이라는 학습된 등식이 일반 대중의 신비적 경의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지만 그래도 반드시 그래야만 된다는 것은 아닐 텐데 말입니다. 그만큼 유명한 셀럽들이라 그들의 부고는 일반인들과는 달리 반드시 뉴스에 뜨기에 그렇게 느끼는 것일까요? 확실한 것은 우린 요절한 아티스트는 많이 기억해도 천수를 누린 아티스트는 거의 기억하고 있지 못합니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절대 독주했던 그 시절, 어느 날 마른하늘에 소낙비처럼 갑자기 하늘에서 투두둑 떨어진 그가 프린스였습니다. 그렇게 귀에 흘러들어온 Purple Rain.. 그때 제 귀에 떨어진 물은 비가 아니라 폭포수였습니다. 제목만큼이나 화려하고 관능적인 보랏빛 비의 향연.. 이후 늘 그런 모습으로 노래하는 그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름 그대로 팝의 Prince였던 그, 그리고 어느 날부터 한때 프린스라 불린 사람이라고 본인의 성명을 기호로 표현한 기행의 아이콘인 그였습니다.

예상되듯이 4월에 내리는 눈은 제목처럼 낭만을 노래하고 있지 않습니다. 죽은 그의 친구 트레이시를  애도하며 그리는 노래이니까요. 글쎄요, 실재하는 친구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가 남북전쟁 후에 죽었다고 하니까요. 4월의 눈처럼 뜻대로 가지 않는 삶이 그래도 끝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하며 프린스는 떠나보낸 친구를 슬퍼하고 있습니다.

4월의 눈이든, 4월의 한파든 예기치 않게 오는 그런 일들 앞에 우리 또한 당혹스럽지만 그래도 우리네 삶은 얼마나 살만한 시간들의 연속입니까? 반대로 기쁘고 좋은 일들도 또 그렇게 갑작스레 생기기도 하니까요. Serendipity! 그리고 춥지만 내일이면 바로 회복될 희망 있는 오늘입니다.


https://youtu.be/uGzXiK8_KU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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