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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하 Aug 09. 2020

또 가야 될 이유가 참 많은 피렌체

피렌체!
후대의 사가들은 미스터리라고 합니다. 어떻게 이탈리아 반도의 조그만 도시에 불과한 이곳에서 근 한 세기를 전후에 세계사뒤흔든 그토록 많은 천재들이 활동을 했는지 말입니다. 우리는 그 정신과 활동을 르네상스라고 부릅니다. 중세 기나긴 천년의 암흑을 깨는 근세로의 전환이 이 도시의 다양한 장르의 천재들에 의해서 시도되었습니다.

우리가 중고등학 교과서에서 달달 외웠던 유명 인물의 면면만 살펴봐도 실로 놀랍기만 합니다. 회화의 지오토, 보티첼리, 건축의 브라만테, 브루넬레스키, 조각의 도나텔로, 그리고 르네상스 3대 거장이라 불리는 올 어라운드 만능인인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레오나드 다빈치, 이외에 단테, 마케아벨리 등의 사상가들까지 이 모든 사람들이  무렵 그곳 거주했거나 거쳐간 사람들입니다. 피렌체를 주 무대로 활동했던 천재들입니다. 인구가 기껏해야 10만도 안 됐을 텐데 말입니다.

당시 피렌체를 지배했던 메디치 가문의 아낌없는 원이 그렇게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인구비율상 천재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천재는 후천적 노력과 원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또한 군주론을 집필한 마케아벨리는 메디치의 원은 커녕 오히려 그 가문 때문에 화를 입은 사람이고, 신곡의 단테는 메디치와는 아무 상관없이 그 시대 이전에 살았던 사람이니 말입니다. 역사상 화려한 셀럽과 스타들이 가장 많이 살았던 도시를 뽑으라면 그건 당연히 그 무렵 피렌체일 것입니다.

1995년 배낭여행으로 처음 방문했던 피렌체는 위와 같은 궁금중이 생기기 전의 단순 여행이었습니다. 토스카나주의 주도이며 영어로는 꽃의 도시 플로렌스라 불리는 르네상스의 도시 정도로 알고 기차역에서 내렸었습니다. 광장에 나오자마자 이 도시에서 나를 반갑게 맞은 첫 환영객은 바로 비둘기였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엄청난 비둘기 떼가 투척하는 배설물.. 화를 겨우 면한 후 길에서 사 먹은 피렌체표 아이스크림이 어찌나 크고 맛있었던지요. 과연 열정과 냉정 사이의 도시.


후 저는 2003년 로마 방문 기회가 있어 일행들을 따라 피렌체를 한번 더 가게 됩니다. 그때는 두 번째이므로 전에 가봤던 주요 관광지들을 확인하는 수준의 주마간산형 여행을 했습니다. 한번 봤다 이거지요.  하지만 이후 국내에 밀어닥친 인문학의 유행으로 피렌체에 대한 관심도가 커짐에 따라 저 역시 그 도시를 심도 있게 다시 보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전엔 몰랐던 사실을 배우고, 의미를 깨달음에 따라 그것들을 실제 확인하고픈 욕망이 급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또 피렌체를 가야 합니다. 앞선 과거 두 번의 여행을 후회하며 언제일지 모를 미래 세 번째 여행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제 전 피렌체에 가면 메디치(로렌초)가 어린 미켈란젤로를 처음 만났던 석재 공방을 찾아서 방문할 것입니다. 어느 날 그곳에서 조각하던 어린 소년을 보고 메디치는 그의 비범성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그를 데려가 양자로 삼았으니까요. 메디치가 그날 일정이 바뀌어 그곳을 방문하지 않았다면 세기의 천재 미켈란젤로는 채 꽃을 피우기도 전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피렌체 외곽에 거처를 마련하고 시내 중심 두오모를 바라보며 와신상담했던 비운의 천재 마케아벨리의 움막 거주터도 물어물어 찾아 방문할 것입니다. 그곳에서 그는 백수가 되었지만 매일 밤 관복을 차려입고 상상 속에서 역사 속 위대한 성현들과 대화를 나누며 군주론을 집필했으니까요. 그 책을 메디치(로렌초 2세)에 헌정해 복직을 노린 그였지만 끝내 그는 자리를 얻지 못하고 울분 속에 죽어가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남긴 군주론은 불멸의 저서가 되어 이후 사의 제왕, 정복자, 그리고 독재자 등 정치 지도자들의 통치 교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피렌체 시내를 가르아르노강의 베키오 다리 위에서 과거 르네상스인들을 생각하며 폼 잡고 상념에 빠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 천재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숱하게 넘나들며 발자국을 찍은 다리일 테니 말입니다. 전에는 잘 몰라줄 서기 싫어 그냥 통과했던 우피치 미술관은 꼭 입장해 모든 방을 샅샅이 뒤질 예정입니다. 위에 열거한 메디치 사단 천재 예술가들의 작품은 물론 그들이 토해낸 숨결까지 고스란히 그곳에 있을 테니까요. 


메디치 가의 마지막 메디치(안나 마리아 루이사)는 과연 메디치답게 그 모든 명작, 명품들을 피렌체 시에 기증했습니다. 단, 그 가문의 상속 유물인 그것들을 피렌체 시 밖으로 반출하지 않는 조건으로 말입니다. 그렇게 메디치는 르네상스가 되고 그가 곧 피렌체가 되었습니다. 위대한 사람이 위대한 시대를 만들었고 그곳은 위대한 성지가 된 것입니다.


끝으로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 앞 동명의 약국도 가볼까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약국이라는데 지금은 고고한 세월 속에 명품 화장품 브랜드로 발전했지요. 가 살아있는  수염은 멈추지 않고 자랄 테니 애프터 쉐이브 용품은  제 곁에 있어야 합니다. 피렌체의 향, 서울에서 제가 지불한 가격1/3이라는데..


Firenze!

이래저래 또 가야 될 이유가 참 많은 도시입니다.



상) 피렌체 시 문장

중) 위대한 자 로렌초 메디치

하) 메디치 가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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