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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하 Aug 04. 2020

노벨상을 그녀와 바꿀 수만 있다면

예이츠 vs. 모드 곤

"이제 일어나 가리라, 이니스프리로 가리라"로 시작하는 이 는 학창 시절 국어책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윌리암 버틀러 예이츠라는 아일랜드의 위대한 시인을 처음 알게  명시입니다. 이어지는 진흙, 나뭇가지, 벌새, 오두막집 등 시인이 선택한 시어들은 흡사 미국의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의 월든 호숫가에서 오두막을 짓고 살았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연상케 하고, 또 우리나라 정지용 님의 시 '향수'도 연상케 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 가득한 오브제들입니다.

그대 늙었을 때


그대 늙어 백발이 되고 잠이 많아져

난롯가에 고개 끄덕이며 졸 때

이 책을 꺼내어 천천히 읽고

그대의 눈이 예전에 지녔던

부드러운 표정과  그 깊은 그늘을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대의 우아한 순간을 사랑했고

참 혹은 거짓으로 그대의 아름다움을 사랑했었나요

하지만

그대 내면에 감춰진 순례하는 영혼을 사랑하고

그대의 변해가는 얼굴과 슬픔을 사랑한 사람은

오직 한 사람이었을 겁니다


여기 그리움을 노래한 예이츠의 시가 또 있습니다. 하지만 그 대상은 고향에서 여인으로 바뀌었습니다. 과연 낭만주의의 대가답게 그는 여전히 서정적이고 감미로움 가득한 무드로 본문을 이끌지만 이면엔 애절함과 불행 가득한 그의 자전적 스토리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시는 절절한 사랑 고백이고 러브 레터입니다. 그대가 늙었을 때까지 한 평생, 긴 시간 동안 이루지 못한 사랑을 향하여 여전히 변함없는 그의 사랑을 속삭이고 있습니다. 아니 외치고 있습니다. 내 사랑은 그대뿐이라고..


예이츠의 평생 사랑을 거절한 여자, 콧대로 치면 클레오파트라 뺨칠 것같은 그녀는 아일랜드 민족주의자인 모드 곤입니다. 그녀가 변호사였던 예이츠아버지에게 용무가 있어 그의 집 문을 두드린 그 순간부터 그녀는 의 일생의 뮤즈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일랜드의 문예부흥 운동에 앞장서 온 국민에게 추앙받는 민족 작가가 되고, 노벨상까지 수상하여 전 세계인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예이츠였지만 정작 그는 한 명의 여자 모드 곤의 마음은 사로잡지 못했습니다. 그것도 평생에 걸쳐 위와 같은 시들을 수십여 편 바쳐가며  대놓고 사랑입니다. 그녀는 과연 그녀답게 시인 대신 독립투사와 결혼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남편의 교수형을 지켜 보야야만 했습니다. 세기말과 20세기 초 어지러웠던 아일랜드 시국에서 일어난 들입니다.

이게  비극입니까? 로맨티시스트 남자와 민족주의자 여자, 왠지 우리가 익숙하게 들어온 각종 문학과 예술소재가 되는 주인공 커플과 성별이 뒤바뀐듯한 이 기막힌 관계는 끝내 한 점 행복 없이 새드 엔딩으로 끝납니다. 모르지요. 예이츠에게 모드 곤같은 뮤즈가 있었기에 그녀가 선사한 고통의 산물로 찬란한 그의 문학세계가 펼쳐졌는지.. 70이 넘어서까지 연애할 때마다 주옥같은 작품을 쏟아낸 괴테를 그는 꽤나 부러워했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그가 구애한 여자는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입니다. 그녀 모드 곤의 남편이 죽은 후에도 그의 청혼을 또 거절하자 - 대단한 모드 곤입니다. 미망인이 되어서까지 - 이후 그는 그녀의 양녀인 이졸트 곤에게도 프로포즈를 합니다. 결과는 또 거절입니다. 아, 위대한 예이츠! 그가 왜 그랬을까요? 그녀와 결혼하면 그녀의 엄마 모드 곤을 자주 볼 수 있을까 싶어서 그랬을까요? 안타깝습니다. 이런 집착이 만들어 낸 대타 사랑이 성공한 례는 거의 없습니다. 세기의 천재가 삐끗거리는 순간이었을 것입니다. 운동권 모드 곤 그녀의 강한 기질을 함께 사는 그녀의 딸도 물려받았나 봅니다. 하긴 예이츠의 나이 50이 넘어서 한 프로포즈이니 20대 초반의 그녀 입장에서 보면 가 많이 늙기도 했습니다.

'이니스프리의 호도' 시는 예이츠가 20대 런던 생활 아일랜드의 유년기를 그리며  시입니다. 시에서 그는 어린 시절을 보낸 외가 슬라이고 근처 호수 안에 있는 그 섬을 일어나 이제 가고 싶다라고 갈망합니다. 하지만 그가 그곳보다 더 가고픈 섬은 그녀 모드 곤이이었을 것입니다. 평생 저어도 저어도 다다르지 못한 바로 그 섬 말입니다.

오컬트적인 켈트족 고대 신앙에도 관심 많았던 예이츠, 그는 결국 무녀와 결혼했습니다. 그래도 모드 곤에 대한 그의 시는 계속되었습니다.


하늘의 융단


내게 금빛 은빛으로 수놓은

하늘 융단이 있다면

어둠과 빛과 어스름으로 물들인

파랗고 희뿌옇고 검은 융단이 있다면

그대의 발밑에 깔아 드리련만

나는 가난하여 가진 것은 오직 꿈뿐

그대 발밑에 내 꿈을 깔았으니

사뿐히 밟으소서 그대 밟는 것 내 꿈이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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