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태산까지는 아니더라도 지척에 산이 있다는 것을 어제 처음 알았습니다. 내 눈에 들어있는 커다란 들보를 모르고 살아온 것입니다. 사실 그 산은 태고적부터 있어 왔겠지만 그곳도 이름이 있는 산이고 그 산에 시민들을 위한 등산용 시설까지 잘 정비되어 있다는 것을 어제 처음 알았다는 것입니다. 그 산이 몸을 내어준 터널은 출퇴근을 비롯해 그토록 오랫동안 뻔질나게 오갔음에도 말입니다.
산은 매봉산이고 터널은 매봉터널입니다. 산과 터널 남쪽에서 보면 지하철 3호선의 매봉역과 도곡역 사이에 걸쳐 있는 야트막한 산입니다. 높이가 95m에 불과하고 크기가 작아서, 그리고 무신경해 그곳도 산으로 불린다는 것을 모르고 살아왔나 봅니다. 남쪽으로 좀 더 가면 나오는 구룡산과 대모산은 잘 알고 수차례 찾아갔음에도 말입니다. 사실 매봉터널을 오가며 그 위에 뭐가 있을까 궁금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바람이 들어 비로소 그곳을 올라가본 것입니다. 봄바람입니다.
매봉터널 북쪽 입구 자락엔 강남세브란스병원이 있습니다. 어제 아침 그 병원을 갈 일이 있어 갔습니다. 집에서 걸어갈만한 거리이고 날도 좋아 매봉터널을 도보로 통과해서 갔습니다. 볼 일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병원 뒤로 등산로가 조성되어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시간도 있고 해서 그간 궁금해오던 터널 위쪽을 볼 수 있겠다 싶어 직통하는 터널이 아닌 그 길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오르면서 그 산에 대한 안내판을 보면서 몰랐던 매봉산의 실체를 알게 된 것입니다.
등산이라 하기엔 낯 간지러운 크기와 높이의 전형적인 동네 산, 동산입니다. 그래서 그 산이 "나는 매봉산이오"라고 크게 외쳐오지 않았나 봅니다. 역시나 산 안은 아기자기하게 매우 잘 꾸며져 있었습니다. 둘러보니 산책로는 물론 체육시설, 쉼시설에 약수터도 있고 개인 묘지까지도 있었습니다. 산책로라 봤자 총길이 2.5km에 50분 정도 소요되는 길입니다. 그래서 반갑고 훌륭합니다. 등산은 어려워해도 산책을 즐기는 제가 사는 집 주변에 이렇게 딱 맞춤인 가벼운 산책산이 있다니요? 그 아래로 흐르는 양재천 길에 선택지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산과 물의 두 길..
아직 초록은 오르지 않았지만 예기치 않게 처음 만난 매봉산을 빙 둘러 걸으며 새봄의 봄기운을 흠뻑 느꼈습니다. 곧 푸르러지면 그 기운은 더욱 싱그러워질 것입니다. 그리고 궁금해하던 매봉터널 바로 위도 드디어 올라가 봤습니다. 아래 첫 사진은 터널 바로 위 지점에서 남쪽을 보고 찍은 사진입니다. 멀리 보이는 산은 구룡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