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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하 Dec 20. 2020

I love love actually


검색해보니 그렇습니다. 지금 두드리고 있는 스마트폰두드리기 방금 전 두드려서 확인한 내용입니다. '러브 액츄얼리', 제가 이 영화를 2003년에 보았군요. 그해 12월 5일에 국내 개봉했다 하니 17년 만에 오늘 이 영화를 다시 본 것입니다. 그 사이 극장 밖에서도 본 적이 없으니 두 번째가 정확히 맞습니다. 엄중한 시기라서 마스크를 썼음에도 조심스레 마스크 안으로만 호흡하며 감상을 하였습니다. 신작이 아니고, 재개봉도 몇 번 한 데다 결정적으로 불행한 시기라 그런지 그 넓은 극장에 관객은 3명에 불과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좌석을 퐁당퐁당 건너 배정한 것이 무색하고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휴우.. 대체 이 코로나 사태는 언제나 끝날까요?


이 영화가 이렇게 재미있었나요? 오늘 본 두 번째가 훨씬 좋았습니다. 사실 두 번째라고 하기에 민망한 게 그전에 본 스토리가 가물가물해 거의 처음 보는 영화 수준이었습니다. 유한할 수밖에 없는 인간기억력에 저의 에이징이 망각을 가속화시켜 그랬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일은 앞으로 더 늘어나겠지만 그러려면 러브 액츄얼리 수준의 좋은 영화라는 것이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제가 본 영화를 또 보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고 개봉관을 찾아아하니 말입니다. 아무리 홈 비디오 시장이 커지곤 있다하나 영화는 역시 극장에서 봐야 제맛이기에 그렇습니다.


이 영화에 유명인들은 왜 이리 많이 나오는지요? 러브 액츄얼리 하면 휴 그랜트만 기억났었는데 이번에 보며 하나 둘 세어보니 웬걸 콜린 퍼스, 리암 니슨, 키이라 나이틀리, 엠마 톰슨 등의 주연급에 로완 아킨슨(미스터 빈), 클라우디아 쉬퍼 등 깜짝 출연자들의 면면도 대단한 영화입니다. 그리고 이후 유명해져 주연급으로 성장한 배우들까지 치면 과연 이렇게 한 영화에 많은 셀럽이 출연한 영화가 있었나 할 정도로 두 번째 본 러브 액츄얼리에는 더 많아진 스타들이 등장합니다.



그들 남녀 커플들은 모두 각각의 사랑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나 많은 커플들의 사랑 이야기가 혼재되어 전개되니 주연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메인으로 흘러가는 통상의 로맨스 영화에 비해 20여 년이 지난 지금 줄거리가 기억 안 난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렇게 엉뚱한 저의 방어기제까지 작동시키게 한 영화, 두 번째 러브 액츄얼리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기승전결의 줄거리로 기억되는 영화라기보다는 무드 & 톤으로 기억되는 영화일 것입니다. 한마디로 감상 후 더 많이 남는 건 스토리보다는 이미지라는 것입니다. 영화 포스터에서 슬로건으로 표방하는 '로맨틱 & 코믹' 스토리가 씨줄 날줄처럼 뒤섞여 전개되는 옴니버스식 구성으 극장 문을 박차고 나올 때 관객은 각각의 모든 스토리보다는 그것들이 전달하는 어떤 한 가지를 우선적으로 떠올릴 것입니다. 제가 느낀 그것은 바로 따스함(warmth)이었습니다. 지금까지도 따스함이라는 동력으로 이렇게 글을 쓰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따스함영화 속 많은 로맨스들 사이에 끼어든 아슬아슬한 불륜, 가슴 아픈 삼각 사랑 스토리마저도 녹여 결국은 따스하게 만들어 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이 끝나도 저 포함 관객 누구도 ㅡ 오늘은 3명에 불과해 객관화할 수는 없지 ㅡ ost와 엔딩 크레딧이 끝나 고요무지의 화면이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습니다. 끝났어도 뭔가 숨겨진 로맨스가 나올 것만 같고, 그리고 그것까지 안 보고 가면 왠지 손해일 것만 같은 기대감이 있기에 선뜻 일어설 수가 없던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마지막의 또 마지막까지 감상하면서 그때까지도 계속해서 저의 가슴속엔 따스함이 가열되고 있는 듯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는 러브 액츄얼리는 액츄얼리 민주적입니다. 영국 수상으로 등장하는  그랜트의 로맨스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휴 그랜트가 연기영국의 수상은 특별한 인물이고 지위일지 모르지만 그가 나누는 사랑은 일반인의 그것과 전혀 다르지 습니다. 이외에 각 계층을 라하는 기업 CEO부터, 공무원, 샐러리맨, 작가, 연예인, 프리랜서, 전업 주부, 어린이를 거쳐 알바 백수까지의 등장인물들의 즐겁고 때론 찡한 로맨스가 속속 등장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들의 균등성입니다. 수상의 로맨스라 하여 시간을 더 할애하지 않았습니다. 더 유명한 배우라 해서 특별히 대우해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사회 각 계층 다양한 구성원들의 실제 있을 법한 삶과 생활 속 사랑 이야기를 똑같이 유쾌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랑의 종류도 다양해 연인 간, 부부 간, 친구 간, 동업자 간, 상사 부하 간의 사랑 등계속해서 등장해 영화는 마치 러브 액츄얼리라는 사랑의 백화점같습니다. 여타의 영화와는 달리 이렇게 무자극적이고 튀지 않음이 이 영화의 매력일 것입니다. 그리고 17년이 지났음에도 대다수 등장 배우들은 보시다시피 지금도 여전히 왕성하게 스타급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들의 영화 속 모습이 지금과 큰 차이가 없어 보여 보는 내내 전혀 흘러간 영화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과연 배우는 이슬을 먹고사는 직업인가 봅니다.


러브 액츄얼리는 예상될 수밖에 없는 해피 엔딩을 위해 두 가지 사랑의 장치고안해 넣었습니다. 하나는 시간적 장치입니다. 바로 크리스마스입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내내 크리스마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5주 전부터 각 커플 주자들의 서로 다른 사연들이 출발합니다. 예상대로 크리스마스 이브 그날 모든 커플들의 완주한 로맨스가 완성이 됩니다. 일부 비정상적인 커플들의  관계는 그날로 정리가 되지요. 완벽한 해피 엔딩이고 카타르시스입니다. 세상의 모든 죄를 대속하기 위해 그분이 오신 날이니 크리스마스는 사랑의 D 데이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일 것입니다.



또 하나는 공간적 장치로 바로 공항입니다. 마지막 장면 사랑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장소로 사용됩니다. 아마 런던의 히드로 공항이겠죠. 등장한 커플들 모두 우연치곤 놀랍게도 어느 한 날 같은 시간 공항 입국장에서 귀국하는 연인들을 만나게 됩니다. 마치 공연이 끝난 후 커튼콜에 화답하듯이 연인들이 순차적으로 나타나지요. 이어서 반가움에 자연발생된 격한 허그를 커플마다 연출합니다. 숱한 영화에서 이별의 장소로 눈물 짜며 등장했던 공항이 러브 액츄얼리에서는 이렇게 만남의 장소로 부각된 것입니다. 또한 이별만큼이나 자주 테러와 체포의 장소로 시끄러웠던 영화 속 공항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쁨과 행복으로 북적이는 공간으로  역할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이제 앞으로 닷새 남았네요. 빼꼼 거실에 보이는 우리집 트리도 D 데이인 그날을 위해 부지런히 반짝이는 만큼 그날은 영화 속에서나 영화 밖에서나 누구에게나 매우 기쁘고 즐거운 날이  것입니다. 하지만 공항은 올해만큼은 영화처럼 해피 엔딩의 장소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할 것입니다. 코로나로 이래저래 안타까운 2020년입니다.


또 따져보니 로맨스 영화를 본 지가 꽤 됐네요. 얼마 전 올린 글에 등장한 라라랜드가 2016년에 개봉했다 하니 이후 4년 만에 이런 장르의 영화를 본 것입니다. 딱히 안 보려 피한 것도 아닌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간 이런 수작의 영화가 없었을까요? 아님 에이징 되면서 저의 관심이 달라진 것일까요? 전 여전히 이렇게 일요일 오후 내내 감상문을 쓸 정도로 로맨스극에 반응하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힘들다면 힘든 글 작업 속에도 이렇게 따스한 포만감에 행복해하는데 말입니다.


크리스마스는 매년 오고, 와도와도 그 본질이 변하지 않으니 크리스마스를 향해 사랑이 달려가는 러브 액츄얼리는 언젠또 개봉을 하겠지요.

Merry Christmas & Love Actu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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