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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하 May 12. 2021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최상급은 사람을 주목하게 합니다.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는 것이기에 그럴 것입니다. 그리고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아도 희소성은 최고의 가치이니까요. 최상급인 1등은 독보이고 유일하고 비교불가인 챔피언입니다. 그래서인가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습니다"란 슬로건을 내세운 광고는 집행 당시 많은 주목을 받았었습니다. 20세기 말 세계일류를 지향한 삼성의 기업PR로 달에 첫 발을 내디딘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을 모델로 등장시킨 광고였습니다. 인류 최초의 달나라  탐사 여행에 동반하였음에도 달 표면에 첫 발을 안 딛었기에 다른 2명의 우주비행사들은 사람들에게 주목도 못 받고 기억도 잘 안 된다라전달했습니다. 1등만을 기억하고, 1등만이 기억된다는 것이죠. 최상급만이 유일한 것이 아님에도 사람들은 그러합니다. 실은 2등도 유일하고 3등도 유일하며, 꼴찌조차도 유일한데 말입니다. 하나라는 희소성은 다 마찬가지입니다.


지난주 강남 한 복판인 코엑스 4거리에 흥미로운 볼거리가 등장했습니다. 뉴스에도 소개됐듯이 세계적인 예술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영상 미디어 신작인 '해돋이' 작품이 케이팝 스퀘어 대형 LED 화면에 표출된 것입니다. 2021년을 의미하는 20시 21분에 2분 30초간 5월 한 달 동안 매일 노출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서울뿐만이 아니라 런던, 뉴욕, 로스앤젤레스, 도쿄 등 전 세계 5대 도시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이벤트성 동영상 전시입니다. 또한 작가의 드로잉 작품은 이달 5월 28일부터 양재천의 쇼룸인 라인 라운지에서도 무료로 만나볼 수 있다고 합니다.



데이비드 호크니.. 이 이름은 어느 날부터인가 갑자기 귀에 들리더니 요즘은 이렇게 숱하게 들리고 있습니다. 그 이전에도 왔는가 모르겠지만 그는 2년 전 우리나라 전시회에서 상당한 유명세를 떨쳤습니다. 예인이 아닌 일반인인 저는 그 시점에야 의 이름을 처음 듣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호크니의 명성은 제게는 이름값보다는 작품값이 먼저 왔습니다. 아마 다른 많은 사람들도 그럴 법한데 그것은 이 화가가 현존하는 화가 중 가장 비싼 화가라는 것입니다. 호크니의 몸 값이 아니라 그의 그림 값이 그렇다는 것이고, 엄밀히는 그의 그림 중 하나가 전 세계 생존 작가 중 가장 비싼 값으로 거래되었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이 팩트는 그를 알림에 있어 가장 중요한 뉴스로 그가 등장할 때마다 언론지상이나 홍보물에 등장합니다. 그를 가장 유명하게 만들고, 쉽게 기억하게 만들어 전시장 발걸음 티켓으로 연결하게 하는 파워 있는 사실이기에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주목하고 열광하는 최상급과 1등의 힘입니다. 그런데 가장 비싸다고 하는 그 작품이 어떤 것인지 아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으로 저는 추정합니다. 단순히 '현존하는 가장 비싼 화가 - 데이비드 호크니'라는 슬로건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 중의 하나인 수영장이 등장하는 호크니의 1972년 작 '예술가의 초상'은 2018년 뉴욕 경매에서 9,030만 달러(약 1,018억 원)에 낙찰됩니다. 이 작품이 저까지 그를 알게 한 문제의 가장 비싼 그림입니다. 11월 경매에서 이 작품이 팔리고 그다음 해 3월 우리나라에서 전시가 열렸으니, 당시 가장 핫한 작가의 작품이 우리나라에 상륙한 것이었네요. 전시를 그 이전부터 기획하고 계약까지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랬더라면 그 기획사는 더 큰 대박이 났을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의 아래 작품은 그때 전시회에 오지 못했습니다. 새 주인이 사자마자 바로 내어주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현존 화가의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으로 신분이 상승되었으니 말입니다.



작가에 대한 설명을 논하는 글이 아니므로 문제의 그림에 대해서만 짧게 언급하겠습니다. 일단 서 있는 붉은 재킷의 남자는 호크니의 애인입니다. 잘 알려진대로 그는 동성애자입니다. 그래서 보수적인 조국 영국을 떠나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이었습니다. 1937년 생이므로 그의 활발한 활동기에는 동성애자가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로 취급받는 시절이었습니다. 그림에서 서 있는 남자는 아래 벌거벗고 수영하는 남자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습니다. 관음이고 훔쳐보기입니다. 왜냐하면 수영하는 남자의 자세로는 누군가 자기를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기에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현존 작가가 아닌 죽은 작가 중에역사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은 누구의 어떤 작품일까요? 그것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르네상스의 대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살바토르 문디(Salvator Mundi)'라는 작품입니다. 2017년 역시 뉴욕 경매에서 4억 5,030만 달러(5,014억 원)에 거래가 되었습니다. 살바토르 문디는 라틴어로 세계의 구원자란 뜻으로 예수를 가리킵니다. 다빈치의 작품이기에 남자 모나리자라는 재미있는 별칭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처음엔 다빈치의 제자 작품으로 알려져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에는 불과 45파운드(약 6,5000원)에 거래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다빈치의 진품임이 밝혀지면서 오늘과 같이 신분이 수직 상승된 것입니다. 이 작품을 매입한 소유주는 사우디의 왕자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그림은 어디에 있는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입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존하는 작가와 죽은 작가를 모두 포함하여 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은 무엇일까요? 눈치채셨겠지만 이 질문은 말이 안 됩니다. 당연히 위에서 설명한 다빈치의 작품이겠지요. 사후 작가 다빈치가 생존 작가 호크니를 이겼으니까요. 생존과 사후를 합친다 해서 없던 작가의 그림이 새로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이처럼 이 질문은 난센스를 전제로 한 것이니 마찬가지로 난센스 성 답을 아래와 같이 드립니다.  


학생 신분으로 페이스북을 창업한 마크 저커버그는 그의 거처인 하버드대 기숙사를 떠나 서부 캘리포니아의 팔로알토로 이주하여 그의 사무실을 차립니다. 2005년의 일로 오늘날 실리콘밸리의 많은 천재들이 동부 아이비리그를 떠나 서부에 자리 잡은 것과 비슷한 여정입니다. 서세동점이 아니고 동세서점의 양상입니다. 이때 페북은 본사 사무실을 팬시하게 꾸미기 위해 그림을 그릴 작가를 찾게 됩니다. 당시 페북은 스타트업 기업이니 돈이 있을 리 없어 유명 화가 섭외는 꿈도 꾸기 힘든 시절이었습니다.


이때 데이비드 최라는 한인 재미교포 무명 화가 청년이 어찌어찌해서 섭외가 되었습니다. 말이 화가이지 거리를 도색하는 그라피티 화가였던 그는 딱히 일도 없겠다 알바 차원에서 한 달여간 북 사무실 내외부를 그라피티로 데코레이션 합니다. 작업 후 그에게 온 제안은 줄 돈이 별로 없다며 원한다면 페이스북 주식을 주겠다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청년이 참으로 요상합니다. 무슨 신기가 있었는지 그는 몇백여만 원의 돈 대신 휴지가 될지도 모르는 주식으로 작업비를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 2천 년 초 수많은 인터넷 벤처들이 우후죽순 일어났지만 지금 남아있는 회사는 다음, 네이버, 네이트 등 3개사에 불과합니다. 네띠앙, 심마니, 라이코스, 싸이월드, 프리첼, 드림라인, 유니텔 등 대기업 포함해서 정말 수많은 인터넷 벤처 회사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당시 사업 초창기인 페이스북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는데 우리 배달의 민족인 청년 데이비드 최는 돈 대신 주식으로 작업료를 받겠다고 한 것입니다.


그때 그가 받은 주식은 정확히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페이스북 전체의 0.1~0.25%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 후 7년 후 페이스북이 뉴욕 증시에 상장을 했을 때 처음 시가 총액이 100조에 달하면서 그는 일약 번외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습니다. 당시 그의 주식이 2억 달러에 달한다고 국내외 언론에 소개되었으니까요? 그라피티 작업 하나로 그는 2천억이 넘는 거부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요 그가 아직도 그 주식을 팔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제가 글을 쓰고 있는 오늘 페북의 시총은 약 980조에 달합니다. 2012년 상장 시 시총 100조의 10배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만약 그가 그의 주식을 하나도 팔지 않고 오늘까지 갖고 있다면 그가 받은 주식도 10 여배에 달할 테니 그러면 2조.. 상상하기 힘든 금액입니다. 아래 데이비드 최의 그라피티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으로 등극, 맞습니다. 그러나 난센스!



역사학적 관점에서 의 호크니와 다빈치의 그림은 정사, 마지막 페북 벽화는 야사로 보시면 됩니다. 사실 그림을 비롯한 예술품에 가격을 매기는 것이 과연 온당한 방법이고 그 평가 가치의 객관성이 정확히 담보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원가가 정확하지 않기에 셈법이 복잡한 것이지요. 이렇게 그림에 금이나 쌀처럼 값을 매기다 보니 이 그림을 가지고 벌어지는 많은 부작용이 생기기도 합니다. 요즘은 주식이나 가상화폐처럼 쪼개서 판매하기도 하고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예술품 NFT 거래소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예술품이 돈으로 묶이는 것은 왠지 예술이라는 본연적인 순수성이 훼손되는 것 같아 좀 찜찜하지만 그래도 그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예술품을 감상하고 행복해진다면 그 또한 의미 있고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진짜로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은 어떤 작품일까요? 위의 그림들은 어디까지나 시장에 나와 화폐로 거래된 작품에 한한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고흐가 생전에 유일하게 판매한 '아를의 붉은 포도밭'은 1888년 친구 누나에게 400프랑에 판매된 후 1906년 2차 판매가 1만 불로 러시아 화상에게 넘어갔습니다. 이후 혁명기 때 볼셰비키에 의해 압수되어 그때부터 모스크바 푸시킨 미술관에 들어가 100년 넘게 그곳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고흐의 그림이 시장에 나온다면 지금은 과연 얼마까지 가격이 치솟을까요? 다작 화가 고흐의 유일한 판매작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어 꽤나 비싸게 거래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코로나라 잠잠하지만 전 세계 박물관 중 최대 관람객(2018년 1,020만 명)을 끌어 모으는 루브르 박물관의 얼굴 마담인 역시 또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시장에 경매로 나온다면 과연 이 그림은 얼마에 낙찰될까요? 모르긴 해도 현재 기록을 가볍게 뛰어넘지 않을까요?




* 국내 화가 중 가장 비싼 화가는 한국 추상화의 선구자로 알려진 김환기 화백입니다. 2019년 그의 그림 '우주'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8,800만 홍콩 달러(약 131억 원)에 낙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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