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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처음부터 잘 키우자 Oct 19. 2023

젊어서 그래요.

70대까지 40대의 몸으로 살길 바라는 아줌마의 필라테스 이야기 17

필라테스 센터에는 여러 명의 선생님이 있다. 튼실한 근육으로 균형 잡힌 몸매를 자랑하는 선생님도 있고, 발레리나처럼 야리야리한 몸을 가진 선생님도 있다. 특히나 야리야리한 몸에 쫙쫙 존재감을 뽐내는 잔근육들을 보면 엄청 멋져 보인다. 이런 순간이면 늘 부러움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선생님처럼 될까, 얼마나 운동을 많이 해야 할까, 가능하긴 할까 하는 생각들이 온 나무를 휘감는 덩굴만큼 자라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 순간 나보다 더 궁금한 사람이 있었나 보다. 내 옆에서 운동을 하던 70대 언니가 불쑥 선생님께 질문을 했다.


“선생님은 어쩜 이렇게 날씬해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회원들 모두 잔뜩 기대하며 비법을 기다리는 눈치였다.


“젊어서 그래요.”


이. 건. 뭐. 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아주 세게. 우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아~하는 마음으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읏샤 읏샤 열심히 필라테스를 했다. 이건 포기도 체념도 아니었다.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뭐든 반드시 한계가 있다는 말이긴 하지만 묘하게 설득력이 있고 내 몸에 대한 미안함이 스르르 풀리는 느낌이다. 만약 선생님이 자신만의 몸매 관리 비법이라도 장황하게 나열했다면 분명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는 자신의 게으름과 나약한 의지를 탓하며 한참 동안 자괴감에 빠져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젊어서 그렇다는 말이 늙어가는 처지에서 반가울 리 없지만 이상하게 수용되고 인정이 된다. 그래 자책하지 말고 인정하고 내려놓자. 목표가 너무 높고 기대감이 커지다 삐끗하여 바닥으로 곤두박이칠 때의 그 아찔한 경험을 굳이 더 이상 할 필요가 뭐가 있으랴.  


아이에게 모든 걸 다 쏟아붓고도 더 많이 쏟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며 나쁜 부모라는 부족한 부모라는 카테고리 안에 자신들을 밀어 넣는 부모들에게 가지고 있는 에너지 이상을 쓰지 말고 완벽하게 해 나가려 너무 애쓰지 말라고 당부하던 나의 말이 귓가를 맴돈다. 날씬해지고 싶은 욕망을 위해 애를 쓰는 건 혼자 감당할 수 있고 만족스러울 정도만 하고 괜히 선생님을 바라보며 너무 부러워하지는 말아야할 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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