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싫은 이유
햇살이가 다니는 일곱살 나무반에는 동생들이 있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자유놀이 시간에 친구들과 나누는 이야기 중에 동생들로부터 받은 피해와 불편함들에 대한 것들이 많은가 봅니다. 다시 생각해 보면 햇살이도 친구 동생들의 흉을 보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햇살이의 그 작은 가슴에 친구들이 겪은 어려움을 자기도 겪게 될지 모른다는 힘든 마음이 들어갔을 때 얼마나 막막하고 걱정이 되었을까요.
첫 아이가 동생을 처음으로 맞이하는 순간의 기억은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가 누군가의 첫인상을 기억하듯 첫 아이도 동생에 대한 첫 인상을 만들어 무의식에 저장시키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이제 형답게 언니답게 행동해야지. 울긴 왜 울어?” 정도의 반응을 보인다면 동생에 대한 첫 인상이 억울함과 답답함, 부담감으로 자리 잡게 되겠지요.
첫 아이가 동생을 싫어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때문에 부모가 그 이유를 안다면 이 상황을 보다 쉽게 해결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모가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바로 아이만 알고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그 이유를 물어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햇살 엄마는 햇살이에게
라고 말하였습니다. 햇살이는 장난감에 침을 묻힐까봐 싫다고 합니다. 대답이 참 일곱 살 스럽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정도 쯤이야 쉽게 해결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햇살이가 이유를 말 했으니 햇살 엄마는 그에 대해 반응을 해 주어야겠지요. 햇살 엄마는
라고 햇살이의 마음을 받았습니다.
얼마전 상담실에서 만난 아버님이 있습니다. 유치원 다니는 딸이 “난 행복하게 살고 싶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버님이 꼭 딸을 행복하게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도대체 무얼 해 주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저에게 도움을 청하였습니다. 제가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딸에게 행복이 무엇인지, 행복하게 사는게 무엇인지 꼭 물어보세요.” 그러자 아버님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더니 “너무 쉬운 방법이라 맞는건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하고 돌아갔습니다. 일주일 후 아버님이 딸에게서 답을 들었다고 좋아하며 상담실을 방문하였는데 딸이 말한 행복은 “아빠랑 같이 놀고, 같이 맛있는 밥 먹는거야.”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 순간 이 아버님은 ‘물어보면 이렇게 쉬운걸 왜 혼자 고민을 했을까’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어떤가요? 아이에게 물어보고 답을 들으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나 쉽고 명확해졌지요. 아이의 말과 행동에 대해 이유를 모르거나 궁금하다면 아이에게 물어보는게 제일 쉬운 일인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난 부모이고 넌 아이이기 때문에, 부모인 나의 판단이 더 옳고 부모인 내가 도움을 주고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는 경험적으로 부모의 판단이 옳은 경우가 더 많고 능숙하게 문제를 해결할거란 걸 알고 있지만 아이도 자신만의 생각이 있으니 이유나 원하는 것을 꼭 물어봐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가 이렇게 구체적으로 이유를 말 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가 훨씬 더 많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잘 모르는 경우도 있고, 자신이 어떤 말을 했을 때 핀잔이나 야단을 들었던 기억이 있어 말하기를 주저할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부모가 가장 흔히 하는 첫 번째 실수는 “왜? 엄마 아빠가 동생만 더 예뻐할까봐? 동생이 너 장난감 뺏아갈까봐?”와 같은 유도신문입니다. 부모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은 첫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엉뚱한 이유를 가지고 오기도 하고, 부모가 원하는 듯 한 대답을 해 버리기도 하여 자신의 진짜 마음을 찾지 못하게 됩니다. 또 두 번째 부모의 흔한 실수는 아이에게 이유를 말하도록 계속 다그쳐 오히려 아이가 말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 입니다. 아이가 이유를 말하지 못한다면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이가 진짜 이유를 찾을 수 있도록 “그래, 갑자기 싫은 이유를 생각해내기 어려울 수 있어. 천천히 생각해 보고 엄마 아빠에게 꼭 말해줘. 엄마 아빠가 꼭 도와줄게.”라고 말하고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흔한 실수는 “동생이 있으면 같이 놀 수도 있고, 서로 힘든거 도와 줄 수도 있고 정말 좋아.”라고 동생이 있는 것에 대한 장점을 말하는 것입니다. 아이는 결코 부모의 이 말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엄마 아빠는 정말 동생만 좋아하나봐. 내 마음도 모르고.’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당연히 동생이 좋아질리는 없겠지요.
다행히 햇살 엄마는 햇살이가 동생을 싫어하는 이유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말한 이유를 들은 후 부모가 하는 흔한 실수가 또 있습니다. “뭐야? 그게 이유야?”와 같은 말입니다. 듣기에 따라 아이가 말한 이유가 이유 같지 않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정말 중요한 문제이므로 이런 반응은 절대로 하면 안된답니다. 이런 핀잔의 말을 들은 아이는 ‘기껏 울음 참고 말했더니 이 반응 뭐야?’라고 원망과 짜증이 더 많아 질 수 있으므로 마음을 읽어주고 수용해 주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아이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유까지 말 했다면 이제는 부모가 도움을 주고 함께 해결해야 할 시간입니다. 햇살 엄마는 햇살이에게
라고 햇살이가 우려하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동생을 잘 돌보겠다고 약속을 하였습니다. 햇살이의 생각을 알게 되니 해결책 찾기가 그리 어렵지만은 않았습니다.
한 걸음 더 들어가 햇살이의 숨은 마음을 짚어보겠습니다. 햇살이와 나무반 친구들의 고민은 단순히 동생들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장난감의 문제로 보이지만 사실 이것은 ‘부모와의 관계’에 관한 문제입니다. 동생들은 첫 아이의 장난감을 자기가 가지고 놀겠다고 막무가내로 떼를 쓰기도 하고, 가지고 놀다 보면 침을 묻히기도 하고, 망가뜨리기도 하지요. 이럴 때 첫 아이가 불만을 터뜨리거나 동생을 때리게 되면 부모는 대부분 동생 편을 들며 “동생이잖아. 양보해야지.”라고 첫 아이를 달래는 일이 많습니다. 그리고 “형이 돼서 그러면 안돼.”라고 따끔하게 훈육을 하기도 합니다. 첫 아이의 입장에서는 엄마 아빠가 동생만 예뻐한다는 서운함, 동생이 내 장난감을 망가뜨린 것에 대한 화남, 분명 내 장난감인데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동생에게 주어야 하는 억울함이 생기게 되겠지요. 아마 햇살이와 친구들의 대화 속에도 분명 이러한 뉘앙스들이 숨어있었을테고, 이런 상황에 대해 전해 들은 햇살이가 동생을 싫어하는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첫 아이와 동생이 장난감을 가지고 갈등 할 때 부모의 올바른 반응은 무엇일까요? 첫 아이에게 이해와 양보를 하게 하기 보다는 잘못을 한 동생의 행동을 제한하는 것이 좋습니다. 동생을 엄마가 안으며 “형거야. 형이 가지고 논 다음에 너도 가지고 놀 수 있어.”라고 하는 것 입니다. 그리고 조금 더 동생이 자라면 “형거 가지고 싶으면 ‘빌려줘.’라고 말하는거야.”라고 알려주어야 합니다. 이 대목에서 궁금증이 생기지요? ‘과연 엄마의 말을 어린 동생이 이해할 수 있을까?’라고 말입니다. 당연히 어린 동생은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 말을 하는 것은 앞으로 동생이 이해를 하게 되고 자신의 행동을 조절 할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훈육을 받는 경험과 습관을 만들어 주기 위함입니다. 어릴 때부터 이렇게 훈육을 받았다면 4~5세 부터는 이런 일로 갈등을 하게 되는 일은 정말 많이 줄어들게 된답니다. 그리고 첫 아이에게 “엄마가 동생을 잘 훈육하고 있어. 너의 권리를 보호해 줄게. 넌 안전해. 넌 여전히 사랑받는 존재야.”라는 신호를 보내주기 위함입니다. 여기서 또 하나 ‘그럼 첫 아이는 너무 이기적으로 자라지 않을까? 첫 아이와 동생이 서로 양보도 좀 할 수 있게 해야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생길 것입니다. 자신의 권리를 잘 보호 받은 아이라면 다른 사람의 권리도 보호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워 절대로 이기적인 아이가 되지 않는답니다. 그리고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고 여전히 그리고 충분히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아는 첫 아이라면 여유롭게 동생에게 스스로 양보할 줄 아는 너그러움도 생긴답니다.
아이가 말하는 이유는 부모의 관점에서는 정말 사소한 것 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 들어 있는 메시지는 묵직한 관계의 근원일 때가 있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읽고 감추어진 메시지를 꼭 찾고 살펴주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