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치카치카 해 줘.

퇴행

햇살이는 팔에 힘이 없다는 핑계로 엄마에게 양치를 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이제 햇살이는 본격적으로 퇴행을 하려나 봅니다. 이런 퇴행 행동으로 상담실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마 전 상담실에서 만난 다섯 살 남자 아이가 있습니다. 동생이 태어난 이후 계속해서 젖병에 우유를 달라고 하였습니다. 물론 부모님은 안된다고 실랑이를 하다가 가끔은 젖병을 주기도 하고, 야단을 치기도 하고, 다른 것으로 관심을 돌리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이 상황을 해결하려 노력했다고 합니다. 이런 부모님의 노력에 힘입어 아이는 젖병에서 시작하여 기저귀를 해 달라, 엄마 찌찌를 먹겠다, 혼자 화장실을 못 가겠다 등등 점점 퇴행이 심해져 상담실을 찾아오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퇴행 행동에 대해 부모가 대처를 잘못 하게 되면 퇴행이 다른 일상으로 번져나가는 것이 더욱 문제가 됩니다.

이 아이는 정말 젖병에 우유를 먹고 싶은 걸까요? 그보다는 동생이 젖병으로 우유를 먹는 모습이 좋아 보이고 왠지 엄마가 더 사랑해 주는 것 같고 해서 그저 동생처럼 한 번 해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욕구를 채워주면 퇴행은 소거되겠지요. 이때 욕구를 채워주는 방법이 중요합니다. 위와 같은 경우에는 “젖병으로 우유 먹고 싶구나.”라고 감정에 대한 수용을 먼저 합니다. 그리고 “집에서만 젖병으로 우유 먹도록 하자.”라고 말해 주고 집에서만 젖병으로 먹게 합니다. 이런 훈육을 반복하게 되면 아이는 ‘젖병은 집에서만 사용하는 거야.’라고 생각하게 되어 다른 곳에서 엉뚱하게 젖병을 찾아 부모를 당혹스럽게 하지 않는답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아기 놀이하고 싶구나.”라고 상황을 놀이로 전환하는 것도 좋습니다. 젖병은 실제 아기가 쓰는 것이니까 아기가 아닌 첫 아이가 쓰기에는 아주 바람직한 것은 아니므로 놀이 상황에서 충분히 아기가 되어 욕구를 충족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놀이 상황에서 젖병으로 우유 먹기가 끝나면 “아. 이제 아기 놀이 끝났구나.”라고 부모가 상황을 정리해 줍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자신의 욕구를 놀이 속에서 충분히 충족하였으므로 일상생활 속의 다른 행동으로 퇴행이 번지지 않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부모님의 사랑을 확인한 후 이 아이는 더 이상 젖병을 찾지 않게 되었고 다른 일상의 퇴행도 서서히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 퇴행에 대처하는 부모님도 있습니다. 아이가 배변을 잘했는데 동생이 생긴 후 옷에 소변을 계속 보게 된 것이지요. 부모님은 너무 놀라고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이 동생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은 아이가 너무나 안쓰럽고, 신경을 많이 못 써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어 과잉적으로 보호하고 애정을 쏟았다고 합니다. 이 아이는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아 괜찮아졌을까요? 아닙니다. 자신이 옷에 소변을 보는 퇴행을 보일 때마다 부모님이 과한 애정과 관심을 주었던 것을 이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부모님이 해 주지 않을 때마다 계속 옷에 소변을 보는 퇴행 행동을 하였습니다. 부모님의 과한 반응으로 인해 퇴행 행동이 아이에게 무기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이와 같은 과잉반응보다는 “옷에 실수를 했구나. 축축하겠다. 옷을 갈아입고 오렴.”이라고 말하여 스스로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도록 훈육을 하는 것이 더욱 좋습니다. 그리고 소변을 참지 않고 화장실에 잘 다녀왔을 때 칭찬을 해 주는 것도 아주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햇살이의 퇴행도 일상으로 번지거나 심해지지 않도록 햇살 엄마가 잘 대처를 해야겠지요. 햇살이의 갑작스러운 퇴행에 대해 엄마가 야단을 치고 햇살이가 직접 양치를 하게 할 수도 있고, 엄마가 일방적으로 “오늘만이야.”라고 말하며 양치를 해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햇살이에게 ‘엄마는 나 이제 안 좋아해.’ 혹은 ‘엄마는 떼쓰면 그냥 해줘. 계속 떼써야지.’라는 생각을 심어주게 되어 퇴행을 더욱 심하게 만들기 때문에 좋지 않은 방법입니다. 햇살 엄마는 퇴행을 하는 햇살이의 마음을 일단 수용해 주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칫솔을 못 들 만큼 팔에 힘이 없구나.”

“오늘 아침만 특별히 엄마가 치카치카 도와주는 거야.”

“오늘 밤부터는 햇살이가 하는 거야.”


라고 햇살이의 감정을 읽어주고 ‘오늘 아침만’이라고 약속을 하고 요구를 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밤부터는 양치를 직접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하여 햇살이가 스스로 이 행동을 멈출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오늘 아침만’이라는 말은 정말 딱 한 번만 사용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아침만’이라고 말하며 매번 아이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아이는 이를 ‘내일도 오늘 아침만’이라고 이해하게 되어 스스로 하지 않고 늘 해달라고 요구를 하게 된답니다.


‘오늘 아침만’, ‘집에서만 젖병으로 우유 먹도록 하자.’라고 말하는 것을 ‘한계설정’이라고 합니다. 한계설정은 아이가 해도 되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을 알려주는 것 즉, 아이의 행동 범위를 정해 주는 것입니다. 4세 이하의 아이는 의견을 말하기 어려우므로 부모가 한계설정을 해 주면 되고, 5세 이상부터는 대화가 되므로 가급적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한계설정을 정하여야 서로 간의 갈등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단. 안전과 연결된 한계설정이라면 예외적으로 아이와 의논하지 않고 부모가 정확히 정하여 아이에게 알려주어야 합니다. 이런 한계설정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꾸준히 지키는 것입니다. 꾸준히 지킨다는 것은 습관이 형성된다는 것이고, 습관이 형성된다는 것은 아이가 자신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한계설정을 잘하고 꾸준히 지키게 되면 아이는 생활에 질서가 잡혀 안전하게 자신의 할 일을 잘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하게 된답니다.

동생이 생긴 아이에게 퇴행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나이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야단치기보다는 아이의 욕구를 잘 살펴 올바르게 충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퇴행 행동이 다른 일상으로 번져나가지 않도록 한계설정을 해 주어야 합니다. 또한 퇴행 행동이 부모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무기가 되지 않도록 감정은 수용하되 너무 과한 반응은 금지입니다. 아울러 더욱 중요한 것은 동생이 생겨도 여전히 자신은 사랑받는 존재임을 느끼게 해 주는 부모의 따스한 양육과 애정표현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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