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로컬 음식과 현지화의 연관성

인도 현지화와 글로벌화?

by kaychang 강연아

다음은 《인도에서 공부하기》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남편의 글이지요. 브런치에서 작가로 등단하려다 물먹은 뒤 저의 밴드에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ㅎㅎㅎ


**** **** ****


로컬 음식 먹는것은 현지화 과정의 일부분인가? 아니면 굳이 로컬음식을 먹지 않아도 (인도)현지화는 가능한가? >>

공교롭게 지난 이틀간 한번은 인도 친구집에서, 한번은 우리 교민 댁에서 식사를 했다. 외지에서 살면서 인도친구들과 인도 음식 먹으면서 그리고 교민가족과 우리 음식 먹으면서 '현지화'란게 뭔가? 생뚱맞은 생각이 겹쳤다.


1. 이틀전 아내와 가까운 인도 지인네 저녁식사에 합류했다. 마날리 언니네 부부가 모처럼 델리에 왔는데, 같이 저녁식사하자며 초대한 것이다. 코비드19가 발발하기 전인 2019년 늦가을에 마날리.언니부부의 아들 결혼식을 찬디가르에서 치렀는데, 우리 부부가 그때 결혼식에 참석해서 이틀을 함께 보낸 인연이 있다. 다시 만나니 무척 살갑게 느껴진다.

화려했던 찬디가르의 결혼식

북인도에 호텔 서너개를 운영하는 이 50대 중반 부부는 호텔운영을 아들에게 맡기고 고아 등지에 호텔을 신설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여기저기 다니고 있는 듯하다. 델리에는 부부 건강검진차 왔다고 한다.

이날 저녁 식단은 마날리 음식이라며 veg 저녁상을 차렸고, 언니 남편은 산스크리트어로 식사전 기도를 올린다. 목소리에 울림이 있다. 사제가 기도드리는 듯 하다.


우리 부부는 인도 음식에 관대하고 - 가리지 않고 잘 먹고 좋아한다는 뜻이다 - 자세히는 모르지만 인도가족의 집안 풍습에도 관심을 가지고 웬만하면 따른다.


무엇이 이들 가족들과 맘 편안한 식사가 가능했던 것일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자식들 근황 그리고 건강이 주된 화제거리다.


{ 인도지인과 친구같이 지내는 것이 현지화에 어떤 도움을 주는가? 인도음식을 좋아하고 자주 먹으면 현지화에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는가? 현지 친구를 사귈 때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사귀어야 하는가? 이들과의 관계는 어디까지 경계선을 두어야하는가? 돈 벌려고 인도에 왔는데, 정작 이들과 사업이야기는 뒷전이다.^^ .}



2. 어제 점심 때는 세찬 비가 잠시 주춤했을 때, 교민 가족 점심 식사에 다녀왔다. 아내가 학교 상담을 하면서 알게 된 40대 초반의 주재원 가족이었고 작년 겨울 코비드19가 주춤할 때는 아이들 바람도 쐬이고 넘쳐나는 에너지도 소진시킬 겸 산제이반 공원에 함께 다녀온 사이이다. 이 가족이 이번에 한국 다녀올 때 아내가 멸치를 부탁했다고 한다. 서울서 델리로 올 적엔 가지고 오는 짐도 많고 아이들 챙기는게 쉬운 일이 아닌데도, 기꺼이 챙겨온 마음씨가 참으로 고맙다 (우리부부는 작년 2월 이후 지금껏 델리를 사수하고 있다). 점심 식사하면서, 젊은 교민들과는 접할 일이 거의 없기에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들을 생각나는대로 몇가지 물어보았다. 요즘 매스컴에서 많이 다루는, 영끌한다는 2030세대는 진짜 어떤 문제가 있나? 어떻게 생각하는지? 젊은이들이 사회에 나올 적에 학자금대출로 빚을 지고 시작하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어렵고 경쟁이 심하지만, 이를 충분히 인식하면서 장기계획을 치밀하게 준비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차례상 물린후 부부가 식사하는 자리임


이날 점심은 찰진 잡곡밥이며 문어 등 동해산 특별반찬이며 고기며 한국에서 바로 공수해 온 귀중한 반찬거리로 점심식사를 차렸기에, 아주 오랜 만에 고국 음식을 감사히 잘 먹었다.


이번에도 얘들 챙기랴, 먹거리 들고 이고 지고 오느라 아주 힘들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20여년전 인도에는 먹을만한 게 없어서 한국다녀올 때 마다 매번 짐을 들고 이고 끌고 왔던 시절이 떠오른다. 지금은 인도에서도 웬만한 먹거리는 조달할 수 있을텐데... 왜 아직도 한국서 공수해 와야 할까? 물었더니 가족들이 우리 음식 맛나는 음식을 찾는다고 한다. 아~ 우리 때와 고국 음식을 찾는 이유가 달라졌으니, 세월이 참으로 흘렀구나 느꼈다.


회사에서도 한국에서 조달하는 먹거리는 잘 챙겨준다고 한다. 인도에 살고 있지만 굳이 인도음식 먹을 필요가 없는 셈이다. 이제 대기업의 경우엔 세계 어디서 일하든 맡은 바 일만 제대로 잘하면 된다. 굳이 현지화에 별도 시간 쏟을 필요가 있을까? 크게 보자면 그렇게 느껴진다.


2000년초, 주재원 근무때 엔지니어 그룹이 인도출장을 열흘~보름 가까이 왔던 적이 있는데, 그중 신세대 친구 한명은 회사에서 일 끝나면 호텔숙소로 직행해서 두문불출했다. 주말에는 타지마할도 있고 델리 시내 투어할만 곳 있으니 같이 가자고 했는데도, 일 빨리 끝내고 한국 갈래요.~ 한다. 자기 맡은 바 일에 대한 책임과 집중력이 대단히 높았던 기억이 난다. IMF 직후, 직장인의 자세가 상당히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갑자기 이 친구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 지 궁금하다.^^


세계 어디서 일하든, 한국에서 일하는 것처럼 최대한 불편없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맡은 바 일에 대한 책임은 확실히 하자는 성과 위주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봐도 무방한가?


나의 인도 22년을 돌이켜보면 의도적으로 현지화하고자 참으로 노력을 많이 했다. 가족 모두가 노력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들은 모두 인도사립학교에 다녔고 영어 외에 힌디어.산스크리트어를 공부했다. 10학년과 12학년 인도 수능시험을 일반전형으로 인도학생들과 동등하게 치렀다. 개인적으로는 회사일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인적 교류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전혀 도움이 안되는 부류의 쓸데없는 사람들도 만나게 되었는데, 이를 몇차례 반복하면서 사람 보는 눈이 길러졌다. 인도의 역사 철학 종교 등에도 관심이 쏠려서 주말 강좌를 몇 년간 듣기도 했다. 아내는 인도교육에 관심을 가지면서 인도학교 등 교육계 사람들과 친분을 넓혀갔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자발적으로 현지화를 중요하게 여기고 꾸준히 해왔기에,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도 자생적인 생존력이 쌓인게 아닐까 싶다.


3. 이제 결론을 내려야 할텐데, 무거운 주제라 섣부른 결론 내기가 쉽지 않다.


현지화는 90년대 중반이후 글로벌화가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리면서 따라온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화되기 위해서는 현지화가 반드시 수반된다. 글로벌과 현지화는 원팀처럼 같이 따라다닌다고 배웠다. "글로벌화 = 현지화"란 개념을 맹목적으로 실천하고자 했는데, 이제 세월이 흐르면서 그 개념 또한 유연하게 받아들일 때가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 보자면, 현지화는 현지사회에 관심을 가져야만 가능하며 발을 직접 담그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지화하려는 노력을 하면서, 현지 문화. 현지사람. 현지사회에 조금씩 관심을 갖고 고민하면서 들여다보면 어느 순간 현지화란게 이런 것이구나 느낄 때가 있지 않을까? 그러나 상업적인 목적이나 주어진 프로젝트 완수를 위해서는, 현지화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여길 수 있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만큼 지구촌은 가까워졌고 우리의 의식수준과 생활수준은 엄청 높아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거두절미하고, 한국의 오랜 친구 만날 적에 반가운 것처럼, 인도친구들 만날 때도 이해관계를 떠나서 반가움이 먼저 느껴지면 좋겠다. 인도 음식이든 한국음식이든 때에 따라서 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뭐~ 이런게 현지화가 아닐까?


우리 음식상에 인도식 섭지subzi(반찬)를 곁들이거나 인도 음식상에도 우리 반찬을 올린다면, 보다 푸짐하고 다양한 식단이 될 것이다.


특히나 쉽지 않은 인도생활 동안, 인도를 온전히 느껴보고 체험하는 소중한 기회로 삼는 것은 긴 인생 여정을 다양하고 폭넓게 만드는 동력이 되지 않을까? 현지화? 이제 의무사항이라기 보다는 개개인의 선호나 여건에 달려있다.



#인도에서공부하기 #현지화.글로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