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미야끼의 추억

집콕하면서 만들기 쉬운 요리

by kaychang 강연아

구루가운 아파트 살 적에 어느 날, 조그만 키의 남자분이 난닝구(일본분 얘기니까 일본어로 씁니다.)를 입고 아파트 주위를 도는데 당시 외국인은 저의 가족뿐이라고 생각해서 호기심이 일었지요. 은퇴 후 인도의 일본 회사에 일을 봐주러 오신 분인데 영어는 잘못하지만 박력이 있었어요. 곧 와이프가 온다고 하더니만 얼마 뒤 조신하게 생긴 소박해 보이는 사람을 소개했습니다. 당연 영어를 못했고 제가 결혼 전에 일본어를 조금 배운 적이 있기에 일본어 반, 한자 반으로 소통하곤 했었지요. 세쯔코 상입니다.

김치와 빈대떡 등을 만들면 생각이 나서 갖다 주고 한국 갔다 오면 맛있는 과자 등을 갖다 주고 하다 보니 저를 좋아했어요. 어느 날은 신세를 갚는다고 오코노미야끼를 해준다고 하는 것이에요ㅡ

아침을 적게 먹고 기대를 하고 갔어요. 그런데 양배추, 돼지고기만 떡하니 있는 거예요. 아니, 뭥지? 양배추를 채 써는데 그 솜씨도 나처럼 별로에다가 웬 돼지고기를 두텁게 많이 써는지 깜짝 놀랐어요. 많이 채 썬 양배추에다가 밀가루 약간을 넣고 계란을 두 개, 세 개? 넣고 휘리릭 젓가락으로 젓더라고요. 소금은 넣었겠지요? 그러다가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두껍게 양배추를 깝니다. 그위에 돼지고기를 양념도 안 하고 올리는데... 왠지 모를 불안감이 몰려왔어요. 한국의 빈대떡 같은데 맛있을지가 의문인 그런 비주얼? 여하튼 두터운 소위 오코노미야끼가 완성되고 그위에 소스를 엄청 바르고 마요네즈를 또 한참 바르고 가쓰오부시를 한가득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나누어 먹자고 하는데 왠지 먹기가 찜찜하더라고요... 너무 크고 기름이 붙어있던 돼지고기를 많이 넣었기에, 소스를 엄청 뿌렸기에 걱정되었지요. 1/4쪽씩 나누어 먹었는데 나름 맛은 있었어요.

사실 제가 오코노미야키가 뭔지 잘 몰랐거든요. 당시 10여 년간 인도에 살다 보니 일본 음식이라면 레스토랑에서 먹는 초밥이나 사시미, 튀김과 메밀, 우동, 라면 정도였어요.

찾아보니 오코노미야끼라는 말이 우리 입맛에 맞는 것을 올려서 먹는 것이라고 해요. 돼지고기나 햄, 베이컨, 해물(오징어나 새우등)등 좋아하는 것을 올려서 같이 먹는 것이랍니다. 국수도 구워서 같이 먹는 방식도 있데요. 양념은 거의 같은 듯합니다. 오코노미야키 소스나 스테이크 소스와 마요네즈를 듬뿍 뿌려주는 것이 이 빈대떡 비슷한 요리의 진수입니다. 거기에 얇은 가쓰오부시가 춤추듯이 잔뜩 뿌려서 식욕을 자극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반은 집에 가지고 와서 아이들과 남편을 주었는데 잘 먹었습니다. 만드는 과정 보지 않고 먹었더라면 더 좋아하게 되었을 요리입니다.

세쯔코상하면 또 언젠가 일이 기억납니다. 일본 가정에서 불을 안 피우는 날이 있답니다. 그렇다고 일본 다녀오는 길에 레디메이드 파우치를 한 아름 갖다 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우리네 젓가락으로 두세 번 집으면 없어질 정도로 소량씩 포장한 것이에요. 매실 절임이 있었고 생선도 있고 감자, 홍당무 등 조림 종류가 아주 조금씩 포장이 되었는데 음식 맛이 영 아닙니다요. 어떻게 그런 것을 판매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예요. 우리 아이들도 다 안 먹고 비싼 음식이라며 먹기를 강요하던 저도 결국에는 안 먹고 버렸다는... 종류는 거의 열 가지가 넘었던 것 같은데... 다 못 먹었던 흑역사가 생각납니다.

어느 날 일본 분과 결혼한 한 학부형과의 통화를 위해서 Line을 설치했는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모시모시... 아니 일본에 돌아간 지 한참 된 세쯔코상이 라인에서 내 이름이 뜨니 너무 반가워서 연락한 것이에요. 순간, 마사지 샵에 갔다가 이마 주름살 없애자는 직원의 꼬임에 빠져 보톡스를 맞았는데 넘 많이 주입해서 눈이 안 감겨서 며칠을 잠을 못 잤다고 피곤해하던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ㅎ 귀여웠어요! 영어학원을 다닌다면서 제법 영어로 말을 합니다...

그러고 이 년 전에는 인도로 여행을 왔답니다. 저희는 옛 친구 보러 릴라 호텔로 가서 픽업해서 점심도 사고 시내 구경시켜주고... 예전에 마담으로 지내던 기억을 되살리고 싶었나 봅니다. 인도인들에게는 호구로 지내던 분이었는데... 인도를 좋아했지요. 렌트차나 영어과외비를 제 생각보다 꼭 두배 이상 지출하였는데도 답답해하는 나를 괜찮다고 위로하던 넉넉한 마음씨의 그녀였습니다.

돼지고기 삼겹살이 먹고 싶다 하셔서 미소로 직행, 맛있게 고기와 된장찌개와 계란찜을 드시던 아저씨. 우리도 은퇴를 앞두고 있어 앞날이 걱정되어 어찌 지내시는지 궁금해했더니 당신은 도쿄에 조그만 집에서 연금을 받고 시에서 주는 공원 청소 같은 일을 하면서 보낸다고 하셨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점심식사하시더니 우리 덕분에 감기 기운이 싹 사라졌다고 감사해하셨네요.

팁을 드리자면
1. 양배추는 좀 잘게 채 써는 것이 좋고요, 밀가루와 전분가루를 계란과 다시물에 섞는 것이 좋아요. 다른 야채 첨가해도 좋지요. 당근이나 프랜치 빈 같은 것...
2. 우리 전 부치듯 말고 양배추가 서로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넣습니다. 많이 저으면 안 되고 섞어주는 정도로 합니다.
3. 마를 넣기도 합니다. 건강에 좋겠지요? 마가 인도에도 있습니다. 지금은 락다운이라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재래시장에서 예전에 샀어요. 진이 많이 나는 것이 무향이라서 참기름, 소금장에 찍어 먹으면 먹을 만합니다.
4. 소스는 오코노미야키 소스가 없으면 데리야키 소스나 스테이크 소스 바르면 되고 마요네즈 듬뿍 바릅니다. 비주얼이 끝내줍니다.
5. 양배추가 몸에 좋으니 듬뿍 넣고 좋아하는 베이컨이나 오징어등을 올려서 굽지요.
6. 불은 중간 정도로 혹은 좀 약하게 해서 3,4 분 정도 굽습니다.
7. 딱 한번 뒤집어서 3,4분 굽습니다. 누름 개로 누르면 안 됩니다.

간단한 요리인데 열량이 무척 높습니다. 락다운 맞이해서 집콕하고 있는 분들을 위한 간편 요리 생각하다 보니 세쯔코 상이 만들어준 오코노미야끼 가 생각났습니다.

가끔 이런 음식이 땡길 때 있잖아요? 속이 든든해지면 행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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