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시절, 아버지가 약주를 드시고 밤늦게 들어오신 날 아침은 언제나 뜨거운 김치국밥이 준비되었습니다. 아버지께서 해장으로 잘 드시곤 했지요. 잠결에 맛있는 국밥 냄새가 저를 깨웁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다 안 드시고 가시기를 바랍니다. 아버지가 출근하시면 얼른 달려가 남은 김치국밥을 먹곤 했습니다.
신김치와 멸치, 식은 밥이 있으면 만들 수 있는 간단 메뉴이고 깔끔한 메뉴입니다. 한겨울에 감기 기운이 있을 때 먹으면 땀이 절로 나면서 감기가 떨어지곤 합니다. 한여름에도 이열치열이라고 한 땀 흘리면서 먹고 나면 개운합니다.
만드는 방법도 재료만큼이나 간단합니다. 멸치 다시물을 끓이다가 김치를 썰어 집어넣고 또 한 번 끓을 때 식은 밥을 집어넣습니다. 간은 집간장으로 해야 제맛이 납니다. 한번 더 끓으면 다 된 것이지요.
더운 이즈음에도 일부러 김치를 시게 놔두었다가 김치국밥을 끓여 먹습니다. 제게는 추억의 음식이라서 언제나 맛있습니다. 다른 반찬은 별 필요 없고 김을 잘라서 참기름과 해바라기유를 조금씩 넣어둔 프라이팬에 놓고 덖습니다. 히말라야 암염을 약간씩 뿌리면서요... 그러면 그 김은 간식으로 먹어도 맛있고 특히 김치국밥과 잘 어울립니다.
한국에 가면 맛있는 김치를 먹겠구나 하고 기대하고 가는데 사실 요즈음은 거의 모든 가정이 김치를 사 먹는 듯합니다. 동생이 홈쇼핑계를 주름잡기에 어디 김치가 맛있는지 알아서 종류별로 다 보내옵니다. 누나가 왔다고... 그냥 먹을 때는 맛있게 먹는데 김치찌개나 국밥을 할 적에는 미원 같은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티가 납니다. 맛이 시원하지가 않아요.
저는 김치를 담글 때도 조미료나 설탕을 안 씁니다. 약간 짭짤한 정도로 담아놓으니 조금씩 먹게 되고 물러지는 일이 없습니다. 물론 김치찌개를 만들면 아주 맛있지요. 예전에 싱겁게 담아놓은 김치가 물러져서 아깝길래 짤 정도로 소금을 뿌려 놓았어요. 그랬더니 김치가 도로 통통해졌다는... 삼투압 현상을 겪은 일이 있습니다. 참고하세요. 나중에 감자와 무, 물을 많이 넣고 찌개 끓여서 먹곤 했습니다. 여기서 김치를 만들려면 정성과 시간도 문제지만 한국서 공수한 고춧가루 등이 무척 아깝잖아요? 몇 날 밤을 배추 뒤집느라 새벽잠을 설쳤던 노력도 있고요.
김치 냉장고가 없었을 적에는 냉동고에 넣어두고 얼린 김치로 김치국밥을 만들곤 했었지요. 정말 김치냉장고는 한국인의 기술의 기적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예전에는 7,8통을 다 담아 보관했었는데 이제는 김치를 3 통정도만 담으니 야채나 과일을 보관하는 용도로 쓰는데 신선도가 무척 오래갑니다. 김치 냉장고를 통해서 한국의 기술이 세계 최고임을 실감합니다.
김치 국밥은 만들기 쉽고 맛도 있습니다. 자녀들에게 반찬으로 고기나 햄들을 곁들여주면 영양학적으로도 어우러진 식사가 되고 잘 먹을 겁니다.
저는 먹는 것이 그 인성을 좌우한다고 생각해서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김치를 먹여 버릇했습니다. 김치가 한국의 맛이라고 생각해서 매운맛에 익숙해지라고 어려서부터 줘 버릇했지요. 그때에도 주변에 보면 어린 자녀를 가진 집에서는 자녀들이 김치를 안 먹는다고 아예 주지를 않거나 물에 씻어서 주는 것을 볼 수 있었지요.
그런데 정말로 한국인의 앗쌀함이나 정 같은 것은 저희 음식에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에 자녀들도 김치와 익숙해진다면 좋겠습니다. 어제 비바람이 불더니 상쾌한 아침입니다. 긴 호흡을 하면서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