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 간만에 레드포트로 갔습니다. 그랜드브라더즈의 공연이 있었거든요. 독일과 스위스출신 예술가들의 만남입니다.
중간에 이틀전에 만난 매력남을 아쇼크 호텔에서 태우고 갔습니다.
공연가는 길, 추울까봐 잔뜩 차려 입었다
라호르 게이트에 차를 파킹하고 들어가라고 되어 있기에 파킹하다보니 뒷 창문이 안 올라갑니다. 몇 번을 해봐도 안되는데 뒷좌석의 아쉬쉬가 길을 물어본다고 창문을 내리면서 손으로 누른 모양입니다.ㅠㅠ
마침 30분 빨리 왔기는 해도 난감한 상황이었지요. 그때 파킹요원과 사이클 릭샤가 잘 돌볼테니까 다녀오라고 합니다. 사이클 릭샤는 어디선가 흰 비닐 봉투 큰 것을 가지고 와서 가려줍니다. 인도 사람들 참 선한 것 맞습니다.
사이클을 타고 몇백미터를 나아가자니 런던 아이와 같은 커다란 굴렁쇠 두개가 빙빙 돌아가고 불야성을 이루고 있습니다ㅡ 레드포트 앞은 언제나와 같이 사람들로 북적거립니다.
사실 너무 사람들이 많아서 안다니던 곳이었지요... 모처럼 좋은 음악회다 싶어서 용기를 낸 것인데 차 창문도 고장나고...ㅠㅠ
입구에서 e초대장을 보여주고 노란 핸드커프를 장착했습니다. 들어가보니 벌써, 수십명이 와서 왔다갔다 하는데 인도의 평상시 인파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수준입니다.
위에 VIP석으로 올라가려니 보안요원이 제지하는데요... 마침 누군가가와서 안내해주었습니다. 알고보니 독일 문화원의 관장님이십니다.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으니 커다란 프레첼을 세개 가져다 주십니다. 참 잘 생기시고 젊은 분이세요ㅡ 프레첼도 바삭하면서 안에는 폭신하고 소금기가 약간 감돌면서 감칠맛이 느껴지는 맛난 것이네요... 아니, 인도에서 이런 맛난 프레첼이! 맛을 잘 모르는 남편은 몇번 먹다가 집어넣고 저만 맛나게 맨입으로 먹고 있는데 짜이를 갖다줍니다. 그 짜이도 넘 맛있었습니다.
전 혹시 몰라서 김밥과 일본 티, 귤등을 준비해 갔거든요. 초대장에 명시되어 있지 않았고 식음료를 판다는 안내도 없었습니다ㅡ 그런데 VIP석이라 그런지 거기서 다 주니까 먹을 필요가 없더라고요. 나중에 도와준 사람들에게 팁을 주려고 잔돈 바꾸느라 일부러 나가서 치킨버거와 랩을 사서 왔습니다. 기다리느라 보고 있으니 베지와 논베지를 한꺼번에 조그만 기름 튀기는 곳에 튀기더군요...
웬 부조리함을 보게 되는 순간입니다!ㅎ 기름도 좀 시커먼것이... 양배추도 안 씻고 채도 엉망으로 썰어놓은 것을 집어넣고... 하지만 엉성한 와플기계 같은 곳에 집어넣어서 다시 구워서 주니 균은 다 죽었을 것 같아요.ㅎㅎㅎ
남편에게 주고 아쉬쉬도 주고 나도 반개만 먹으려고 했는데 아쉬쉬가 저녁은 거의 안먹는다고 합니다. 졸지에 제가 반개씩 잘라 놓은 것을 다 먹게 되었는데요... 아무것도 없이 치킨 튀긴 것에 양배추 조금 넣고 시중에서 파는 햄버거 빵과 짜파티에 마요네즈 소스만 넣은 것이고 만드는 것을 바로 앞에서 봐서 별로 먹고 싶지 않았던 것인데 간이 딱 맞습니다. 왜 그리 입에 착착 감기는지요?겨울철이 되면 동면하는 동물들처럼 추위에 대항하려고 먹거리를 많이 먹게 되나 봅니다.ㅎㅎㅎ
제 핸펀으로 찍은 보름달이 휘영청한 레드포트, 무대조명과 옆의 놀이터의 조명탓으로 잘 보이지는 않으나 밝은 보름달을 오랫동안 볼수 있어 좋았음.
계속 현대적? 전위적? 클럽음악이 나옵니다. 무슨 유명한 디제이가 바람을 한시간 전부터 잡는다고 되어 있었는데요... 아쉬쉬는 예술인답게 나가서 춤을 즐기느라 왔다 갔다 합니다.
저는 휘황찬란한 보름달 아래에서 불 밝힌 웅장한 레드포트의 모습에 취해서 전위적인 신디사이져의 음악에 취해서 오랫만에 달도 많이 보고 남십자성과 북극성도 보고 레드포트의 놀이터도 구경하고... 일단 사람 구경 많이했습니다.
독일대사님의 등장! 키도 큰 멋진 분이 캐쥬얼차림에 기다란 머플러를 휘날리면서 등장, 제 앞에서 자리보전하던 문화원 직원이 안내하면서 퇴장. 커다란 프레첼을 씹으면서 옆집 아저씨의 모습을 보여주십니다.ㅎㅎㅎ
결국 스위스 대사님은 안 오신 것 같고 1년간 벼르고 벼르던 독일과 스위스의 합동 음악가 공연은 델리의 밤을 따뜻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제 취향은 아니더군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