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ychang 강연아 Jan 07. 2023

인도의 새해 풍경

델리의 연말과 새해 모습

블로그 작가님으로부터 인도의 새해풍경에 대한 글감을 부탁받았습니다. 아래 글은  저희가 살고 있는 델리의 풍경입니다.


사실 올 연말과 새해는 타지에서 두 아들이  먼 비행기 길을 마다하지않고 와서 같이 생활하느라 모든 촛점이 그것과 연관되어서 다른 생각을 못하겠더라고요.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도 시간이 없어서 남편 글로 대체하기도 하고... 거의 2년간 조금씩 공부?하는 두오링고도 한두번 빼먹거나 전단계로 내려갔다가 올라오곤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오랫만에 인도에서 합체한 가족이 좋은 시간을 보낼수 있을까? 여행은? 새해만 보내고 돌아가는 아들에게 뭘 들려 보내야하나? 지인들과의 신년회는?새해에 오랫만에 가족이 같이 모였으니 금년 차례는 구정이 아니라  새해 첫날 치르기로 해서 이래저래 바쁜 2주일보냈습니다.

지인과 신년회, 해피 뉴 이어!

인도의 새해 첫날의 모습은 짙은 안개로 거의 맞이합니다. 안개? 하면 뱅갈로에서 델리로 입성한 지 몇달 밖에 안되었던 20여년전 밀레니엄을 새 각오로 시작하고자, 그러니까 2000년 1월 1일, 새벽 4시에  타지마할에 가고자 온가족이 출동했던 그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아, 오리무중! 온종일 한치 앞도 안보이는 짙은 안개를 너무도 인상깊게 맞이한 터라 아직도 뇌리에 박혀 있습니다. 타지마할? 아그라성? 파테푸르시크리? 타지호텔의 부페점심? 가기는 했지만 기억이 거의 안 나는데 강렬했던 안개의 기억과 도중 몇백미터 간격으로 너부러져있는 차량들과  교통사고로 조각난 차들의 모습들이 선명합니다. 그날 저녁이 되니 더욱 심해지는 안개 속에서 더듬더듬 집으로 돌아왔는데... 자정넘은 시각이었지요. 그야말로 무사귀환에 얼마나 안도했던지요  ... 덕분에 큰 일을 마친 운전기사에게는 두둑한 상금을 주었지요. 생명의 은인입니다!

1 미터 앞도 채 보이는 그런 심한 안개가 인도의 겨울저녁과 새벽을 장악합니다. 그래서 비행기와 열차의 연착 또는 취소가 잦습니다.

안개에 쌓인 신비로운 모습의 아라밸리

 다른 연말 이야기는 추위!입니다. 너무 추워요! 영하도 아닌데 웬 추위? 하실겁니다. 그런데 서울서 온 아들도, 헬싱키에서 온 아들도 춥다고 춥다고... 히터를 켜놓아도 앞에서만 감질나게... 밤에는 전기담요가 필수입니다. 집안이 대리석으로 되어 있어서 살을 에는 듯한 추위랍니다.


대신 햇볕이 내리쬐는 곳에서 낮에 따뜻한데 연세드신 분들이 많이 사는 저희 단지에서는 베란다에 나와서 완두콩이나 메티(토끼풀처럼 생긴 겨울철 야채)를 다듬거나 햇볕을 보면서 차이를 마시는 분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저희집은 무거운 가구가 많다보니 일층(그라운드플로아)에서만 살고 있거든요, 그러다보니 저의 겨울 집안 복장은 둘째 아들의 작아진 두터운 솜 돕바입니다. 밤의 파티 패션도 예전에는 모피를 입고 다닐 정도였답니다. 요즈음은 모피를 입는 것이 구식이고 동물보호차원이라서 잘 안입지만요... 인도식의 난로를 곳곳에 놓아두고 추위를 녹입니다. 눈 오는 영하는 절대 아닌데... 살을 에입니다!


그러다보니 안개와 추위때문에 연말 연초 8개월간 지속하던 야외 요가가 방학중입니다. 다음주부터 당분간 온라인으로 한다고 합니다.

지난 8개월간 요가 친구들과의 이모저모


인도의 겨울은 또 결혼식의 계절입니다. 델리의 여름이 혹독하게 덥다보니... 그러고보니 겨울에 비해 극과 극이네요. 대체로 겨울철에 결혼식이 많습니다. 그리고 행사들도 겨울철 연에 많다보니 호텔을 잡기가 무척 힘듭니다.

저도 호캉스를 즐기는 아들들을 위해서 연말 호텔 잡기 하려다 눈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비용이 보통 때보다 두배이상씩 하더라고요. 물론 백팩 여행자들을 위한 저렴하고 괜찮은 호텔도 많지만 5스타 호텔은 비싸고 방 잡기도 하늘의 별따기?랍니다. 인도는 겨울철 11월에서 2월까지가 여행 성수기입니다.  기존의 르메리디안 호텔의 멤버쉽을 미리 갱신하면서 조건으로 12월 23일 호텔 방 2개 부킹을 담당자에게 부탁해서 한달전에 컨펌을 받았습니다. 오래 인도에 살면서 상대에게도 괜찮고 내게도 좋은 딜하는 노하우만 느는 거 같아요.ㅎ


아바타 속편을 보러 집근처 몰의 영화관을 갔습니다. 아이스3D라는 데요... 고글이 진화되고 영화관이 더욱 고급져졌습니다. 거의 5년만의 영화관 출입인듯 한데요, 요금은 두배정도 더 줬지만 영화의 감동도 대단했고 아이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게 되어 좋은 추억을 남겼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아무리 대단한 영화라해도 아침 첫 상영, 10시경 영화관엔 한산합니다. 인도인들은 점심시간 때 붐비기 시작합니다.

차로 5분거리의 몰은 거의 가지 않는 편인데, 오랫만에 가보니 크리스마스 장식들로 연말분위기를 한껏 자랑하고 습니다.

또 뭐가 있을려나? 아무래도 아이들 방학이 있다보니 주변 공원에 가보면 가족단위의 소풍객들이 많이 보입니다. 인도가 과거 사회주의 시스템이 남아 있어서인지 전시회나 공연등 문화행사와 공원 입장료가 없습니다.가족 단위로 점심 싸들고 와서 돗자리 깔고 포근한 겨울 오후 햇살 받으며 뛰노는 모습은 이를 보는 사람들도 매우 정겹게 느껴집니다.

가족단위의 소풍객들이 겨울을 즐기는 로디 가든
인도의 대표적인 칸 마켓, 우리나라 명동이나 홍대 입구?

문화행사나 전시회등 행사가 많아서 볼거리가 많은 장점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인디아 해비탓트 센타나 인터네셔널 센터, 알리앙스프랑세, 인타크 긍지에서 많은 공연과 전시회가 열렸습니다ㅡ 그동안 바빠서 못 들러 봤는데 이번 주말 한바퀴 둘러볼까 합니다.


블로그 작가님 덕분에 인도의 겨울 풍광을 정리해 보았는데 무엇보다도 인도에서의 코로나 상황은 안정적이거든요... 마스크 없이 생활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요!





작가의 이전글 인도의 추모식에 다녀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