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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chang 강연아 Jan 16. 2023

2023년 이웃들과 신년회를 갖다

리나, 닥터 블라그나, 모니샤, 그리고 케이

진작에 닥터 블라그나가  지난 주말에 신년회를 하자고 짐카나 클럽으로 초대를 했으나  아들과 같이 보내야 하므로 난색을 표했었다. 하기사 울 둘째는 부모들 모임에 자기가 왜 가냐면서 안간다고 막무가내.


절친인 로미가 미국과 스위스를 거쳐 한달만에 돌아왔는데도 늦잠자는 아들에게 안 먹는다는 아침 챙겨주느라  차 한잔 같이 못하고 일주일이 넘었기에 토요일에는 단호히 아라밸리를 같이 가야 된다면서 약속을 잡았었다. 공기 좋은 곳에서 두아들 만나고 남편을 만나고 온 로미는 그새 델리의 나쁜 공기 탓인지 얼굴에 여드름이 몇개 생겨났다.ㅎㅎㅎ

연말 생일도 있었고해서 나는 조그만 향수를 여행할 때 쓰라고 주었더니 쵸코렛과 직접 만든 포하와 깨강정을 안겨준다.몇번이나 점심이고 저녁초대를 했어도 울 둘째가 사양해서 계속 미뤄진 것이다. 곧 고아로 갈 것이라 하면서 1월 말이나 2월에 고아의 자기 집으로 오라고 하는데... 2월에는 한국으로 가야될 듯해서.

우쨌거나 로미와 울 둘째는 서로 인사를 나눴고 덕담도 주고 받으면서 화기애애하게!

****


일요일인 오늘은 남쪽 지역의 축제인 퐁갈Pongal과 마카 상크란티Makar Sankranti의 시작이다. 로리도 지나고 날씨가 따뜻해져야 하는데 북쪽에 폭설이 내렸다하더니만 이곳도 영향을 받는지 찬바람이 쌩쌩불고 집안이 썰렁하다.


리나가 며칠전부터 일요일에 외식이나 자신의 집에서 케이터링하자고 하길래 집이 편할 듯해서 집으로 간다고 했다. 아들도 같이 오라고 했는데 역시나 친구와의 약속을 핑게로 옷까지 챙겨들고 하루밤 친구집에서 지내다 오겠다면서 쏜살같이 나가버렸다. 어디 가느냐 물어봐도 이제 성인임을 강조하면서 비밀이라는데... 일견 다 컷다 싶으면서도 웬지 섭섭함이 밀려든다.

에피타이져가 훌륭했다. 야채와 과일 위주로 서빙되니 놀라운 변화이다.

리나네 집에서 처음 마니샤부부를  만났다. 남편의 얼굴이 낯이 익었다. 알고보니 예전 전기 자동차 세미나에 갔을 적에 인사를 나눴던 것 같다ㅡ 마니샤에 대해서는 리나로부터 익히 듣고 있었고, 마니샤도 마찬가지! 금방 친숙하게 되어 즐거운 시간을.

세 부부들은 우리 바산트 쿤지에서 30년 넘게 같이 거주하면서 절친이 되었다.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이어왔던 지난 30여년 넘게 동일한 거주 단지에서 산다는게 어디 가능한 일이었을까? 90년초 입주한 이웃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때를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한다. 너무 외져서 친구들 집에 놀러 오라고 하지도 못했다고 한다. 전벽해 수준이었나보다.


이제 세월이 흘러서 리나와 마니샤의 장성한 자식들은 모두 미국.캐나다에 정착했다. 우리가 사는 바산트 쿤지는 8학군 학교들이 주변에 널려있고 진작에 대형 몰이 들어서면서 대로가 열렸고 괜찮은 병원과 시장이 가까이 있다. 이젠 지하 메트로역도 생긴다고 하니... 집값 오를 일만 남았다.


마니샤의 남편은  인도에서 전기차(이륜) 공장 설립 원조라고 한다. 처음엔 자전거부터 시작했다고. 다들 자신들의 전문 분야에서 한가닥 하신 역전의 용사들이다. 오늘의 인도는 이 분 세대들의 활약이 지대하다. 한 분은 하늘에서, 또 한 분은 육지에서 그리고 리나남편은 바다를 주름잡고 있다...ㅎㅎㅎ

남편들은 인도 정치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영국.캐나다를 넘다드는 가히 국제적? 스케일의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북한과 일본 이야기도 양념처럼 섞인다. 거기에 자녀들 이야기와 해외 여행기 그리고 노후의 생활도 빠질 수 없는 화제거리이다. 이들이 툭툭 던지는 이야기들은 상당부분 실제 자신들이 체험한 노하우들이기도 하다.

우리 여자들은 음식이야기, 자녀이야기, 요가이야기, 코로나 이야기... 닥터 블라그나가 더 이상 울지않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다행이다.(코로나로 조종사이던 아들을 잃었다)

두, 세시간 맛난 음식 먹으며, 뭐든 제한없이 허심탄회하게 논하면서 편안하게 농담도 하면서 웃음 넘치는 대화 나누는 이런 자리가 참으로 좋다. 세상사 큰 고비 넘기고 이겨낸 사람들이 갖는 여유로움이 바로 이런게 아닐까 싶다.


부페 식단을 주문했다는데... 대여섯개의 볼록한 병에 요리 한가지씩 담아서 배달했다. 새로운 스타일이다. 외식산업도 발전하고 있다. 깔끔하고 맛도 있다.

*

마니샤부부의 결혼기념일이 어제였다고 다같이 축하해주었다. 쵸코렛케이크와 당근 할바를 후식으로 나누고 커피를 끝으로 오늘의 신년모임은 끝~ 

다음은 우리차례인가? ㅎㅎ 웬지 벌써부터 걱정이 되는데...


건강하고 즐겁게! 우리 부부는 이곳 외지에서 이웃들과 이렇게 정을 나누며 산다는걸 상상도 못했었다. 자식들 성장해서 타지로 날아간 이후에야 비로서, 이웃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 손을 내밀면서 함께 어울리기 시작했다.

사람 산다는게 별게 아니다. 건강하고 즐겁게, 함께 나누면서 살면 된다. 매사, 감사하는 마음이다. 해피 뉴 이어!


#인도에서공부하기 #이웃삼총사.신년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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