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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chang 강연아 Jan 20. 2023

우리집에서의 신년회

인도 절친들을 초대하다

일요일에 리나네 집에서 점심을 하는 도중에 라다가 오후에 집에 들른다고 하였다. 아들이 친구 파티에 갔다고 하니 화요일에 들르겠다고 하였다. 아마도 둘째를 만나기 위해서 그런 듯 하였다. 작년 말에도 큰아들 만나고자 일부러 시간을 내더니만...


하지만 월요일 아침에 집에 온 아들은 화요일 오후에도 절친 집에서 저녁 약속이 있다고 하는데... 하기사 사바르는 학창시절의 제일 절친이다. 가끔 그 집에서  슬립오버를 하기도 하고 언젠가 그집 가족 여행에도 동반해서 3박 4일로 카솔리를 다녀온 적이 있다. 엄마, 아빠가 가는 멕그로드 간지는 고생할 것이 뻔하니 요리사를 대동하고 휴양지로 놀러가는 친구집을 택했었다...ㅎㅎㅎ  머플러를 주라고 싸놓았더니 친구사이에 뭘... 그러면서 놓고 간다.


라다네 집에서 몇 번이나 식사 대접을 받은 터이고 신년인지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식사 준비를 하였다. 마침 로미도 시간이 된다고 해서 다들 아는 터라 같이 초대하였다.

모두 베지테리안이기에 비빔밥과 된장국, 도토리묵, 잡채와 전과 나물, 샐러드등을 모두 야채로! 다행히 겨울철이라 신선한 야채가 천지라서 준비하기가 쉬웠다. 그러나 야채 다듬기가 관건이라서... 그리고 된장국은 아무래도 맛내기가 어려워서 남아있던  일본산 야채 파우치를 좀 넣었다. 그랬더니 조미료의 향으로 맛이 좀 살아났다는...ㅎ


하루종일 준비하느라 힘들었지만 기쁜 마음으로!


라다네 가족이 모두 빼입고 총출연하였다. 로미도 코넛 플레이스에서 차가 너무 막혔다면서 좀 늦게 도착하였다.


국책은행 고참부장 그리고 국영 보험회사 관리자인 부부는 델리 소재 대학원과 학부에 재학중인 두 아들이 있다.


두 젊은이 가족은 가족간 스트레스로 힘들어 했을 적에 나와 남편의 교육 카운셀링 덕에 갈등을 풀게 되었다. 가족 모두 매우 고마워하며 우리와의 만남에는 두 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서 바쁜 와중에도 우리와의 만남을 좋아하고 자주 만나고자 한다.


큰 아들 바랏트가 몇년전 우크라이나 의대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고 델리로 돌아오게 되어 부부의 낙담이 매우 컸을 때였다. 이제는 바이오테크로 전공을 바꿔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데... 볼 적 마다 얼굴이 편안해 졌다. 학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해도 공무원 월급으로 모아둔 거금 수천만원 들여서 유학 보냈기에 가족간 갈등이 컸었다. 그러나 세상 일이란게...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만약 적응을 잘 했더라면, 어떤 일을 당했을지?? 새옹지마란 고사가 거저 있는 게 아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라다와 라비 모두 코넛 플레이스쪽의 직장에 다니고 있고 로미도 회의차 거기에 갔는데 모디수상이 그곳에 모습을 보여서 한시간 동안 거의 꼼짝도 못하고 있었단다.

로미는 아침에 일하는 사람을 보내어 달스프와 디저트로 가젤 카 할바를 보내었다. 라다는 코코넛을 넣은 국수를 만들어왔는데 우리 입맛에 딱이었다. 그리고 아들 준다고 넥타이며 벨트를 갖고 왔다. 고마운 친구들...


영미가 선물한 매실주를 특별한 친구들을 위해서 개봉하였더니 세상에! 라비와 나만 건배를 하였다는... 참 달달하니 맛이 있었다. 고마운 영미씨!


바랏트가 워낙 덩치가 커서 집안이 꽉 차는 듯한 느낌! 싱글거리면서 맛나게 먹어주는 바랏트가 참 이쁘다. 언제나 엄마, 아빠를 도와주는 둘째 비쉬누는 말없이 제 몫을 챙긴다.


사람간에 인연이란 것이 우연의 연속일진대... 서로 관심 갖고 따뜻한 마음으로 배려해 주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까와지는 것 같다. 물론 사람 나름이고 코드가 맞지 않을 경우엔 진작에 흐지부지되는 경우 또한 적지 않다.


특히, 친인척이나 친구가 없는 외지에서 이해관계 없이 사람 사귄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도에 온 배경들은 돈 벌기 위해서 또는 경력 쌓기 위해서 라든지, 개개인별로 서로 다른 상황이라 일반화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에 모든 것을 잠정 포기하고 자신의 목적 달성에 매진하면서 외지살이를 하는 것 아닐까 싶다.


돌이켜 보건대, 두 아들을 아메리칸 앰버시 학교나 브리티쉬학교에 보내지 않고 인도 사립학교에 보내기로 결정한 것이 남들이 가지 않은 길로 접어든 첫 발자국이 아니었나싶다.


순간의 선택이 십년을 좌우한다고 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사진을 보니, 부모간에 맺은 인연이 아들 세대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게 어렴풋이 보인다.

아쉽지만 막내아들 없이 예정대로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냈다. 이들 가족간의 우정은 마치 여기가 고향인 듯 정겨움과 포근함 그리고 편안함을 안겨준다.




#인도에서공부하기 #신년저녁식사 #외지에서의우정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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