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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chang 강연아 Jan 28. 2023

아~ 골프...

남편(필명: 볼레로)이 쓴 골프에 관한 글, 자식자랑?

인도생활에서 뺄 수 없는 것, 빠질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골프가 아닌가 싶습니다.


말하자면 골프예찬인데요, 거두절미라고 그럴 수 밖에 없는 3가지 이유가 있으니...

첫째, 인도에서 골프는 칠수록 돈을 법니다. 일종의 가성비인데요, 국내 대비해서 상대적으로 값싸게 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45도를 넘나드는 여름 철에도 인도에선 할게 별로 없어서 골프를 칩니다. 폭염하에서도 골프치는 용감한 이들은 십중팔구 한국인 또는 일본인이라고 소문이 났습니다.^^

세째, 골프는 귀족스포츠이고 평소에 입문하고 싶은 생각은 굴뚝 같은데 - 요즘은 국내도 많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  치려면 큰 계기가 있어야하는데, 해외가 상대적으로 비용이나 시간 등 여건이 낫다는 인식이 큽니다. 그래서 인도 등 해외살이 하게되면 꼭 골프 제대로 배워야지...작심하지요. 이상 볼레로 관찰입니다만,  요즘 버젼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볼레로 역시 주재원으로 왔을 때 골프채를 마련했습니다. 미래에 일정 수준이 될 때까지는 중고품 왼손잡이 채를 쓰고자 값싼 걸로 샀고 그 대신 신발은 아주 좋은 걸로 장만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새 골프채는 사지도 못한 채, 중도에서 골프를 그만 두고 말았습니다.


일단, 골프치는건 좋지만 조직의 단합을 꾀하는건 체질에 맞지않았습니다. 치고싶은 마음이 앞서야하는데... 주말 골프가 의무가 되다시피 되다보니 (자발적인) 흥미가 반감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 출장자가 오면, 빈 시간내서 골프 한 라운드 돌고 싶어하는 속내를 비추곤 했었지요. 골프 실력이 상대방 가는 방향으로 비슷한 곳에 공을 떨어뜨릴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서로 갈라져서 공 찾느라 바쁘니... 걸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나눌 새가 없습니다. 골프장에 갔다왔다... 말하자면, 골프채 휘두른 것에 만족하는 수준이었지요. 그러니 하루 대여섯시간 들여서 그것도 주말 마다 공치는게 어느 순간 고역이었습니다.


골프 실력은 그러나 금새 늘지도 않습니다... 100타 언저리였지요.^^ 그렇지만 골프 구력은 8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미국 출장. 연수 그리고 주재원 근무할 적에 퍼블릭 9홀 숱하게 다녔습니다. 골프 연습장 거치지 않고 바로 필드로 나갔습니다. 연습장이나 필드에서 치나 비용이 비슷했습니다. 그 당시에 벌써 미국은 flexible 근무제가 있어서 아침 7시경 출근하면 오후 3시에 퇴근이 가능했습니다. 점심 한시간은 햄버거 먹으면서 일하면 근무로 인정받았지요.


평일날, 퇴근하자마자 두세명 동료와 함께 퍼블릭 골프장으로 쏜살같이 차로 달려가면 4시쯤 도착 그리고 2~3시간 해가 질 무렵까지 칩니다. 그때만 해도 골프는 매너 스포츠이고 테니스처럼 꼭 정해진 유형의 옷을 입어야 골프장에 가는게 허용되는 고급스포츠로  알았었는데요... 청바지 입고 놀러 온 듯한 미국인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한가지 배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 칠 때는 잡담없이 조용히 지켜본다는 점이었습니다. 한국으로 복귀할 무렵 - 아직도 기억납니다 - 동료와 함께 마지막 라운딩을 했는데요... 의외로 공이 생각한대로 잘 맞는 겁니다. 본인도 깜짝 놀랐어요. 그게 골프와의 마지막 인연입니다. 그리고 6~7년후 인도로 발령받아 왔을 때 골프를 다시 칠 기회가 생긴 겁니다.


미국 주재원으로 갈 적엔 큰아들이 백일 때 였습니다. 인도에 올 적엔 초등 2년생... 그리고 막내는 인도에서 낳았는데요... 주말 골프를 치기 시작한 이후 아내와의 다툼이 생겼습니다. 요지는 주말에 어린 아이 집에 남겨두고 혼자서만 골프치러 가면 되겠느냐였지요. 미국서 아내는 혼자서 이삿짐 쌀 때도 저 혼자서만 골프치러 다닌게 그리도 한이 맺혔는지... 말 나온김에 한꺼번에 과거에 쳤던 골프까지 모조리 소환당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집안의 가족도 생각해야합니다.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쳐도 운 좋으면 제대로 맞고 아니면 땅치거나 슬라이스 되는 골프는 그야말로 칠 수록 몸만 휘지는 운동, 시간만 잡아먹는 운동입니다. 휘두르는 순간적인 힘은 단거리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급커브를 도는 것 만큼 허리에 큰 부담을 줍니다. 정말이지, 무슨 부귀영화를 얻는다고... 가족 남겨두고 서역만리에서 골프칠 일이 뭐가 있을지요?^^


그 이후 주변의 눈총아닌 눈총을 일부러 무시하고 다시는 골프 치지 않았습니다. 아주 간혹 델리 골프 클럽 회원인 인도지인이 한번 치자고 하면 마지못해서 응하곤 했지만, 그리 큰 감흥은 없었습니다. 볼레로 지론은 공의 중간, 상단, 하단을 맘 먹은대로 칠 수 있다면 모를까... 나름대로 운동신경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거의 감에 의존하는 골프채 휘둘르기는 스트레스만 가중시키는 스포츠가 아닐까? 그리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독립하고나서 중소기업 상대하는 입장이라 그런지 골프치는 인도인 또한 거의 찾기가 힘듭니다. 자연스럽게 골프와는 인연이 멀어졌습니다.

그렇게 십수년 넘게 골프를 아예 등지고 있던 차에, 이번겨울 휴가차 델리에 와서 함께 시간을 보내던 막내아들이 골프이야기를 살짝 꺼냈습니다. 처음엔 건성으로 넘겼는데 또 이야기를 꺼냅니다. 말인즉, 한번 치고 싶다는 겁니다.^^ 그래? 즉시 뒷창고에 담요로 덮어놓은 채 방치해있던... 먼지로 덮여있는 골프가방을 끄집어내어  골프채를 꺼냈습니다. 녹슬지 않은게 다행입니다만, 몇개는 손잡이가 상당히 삭았습니다. 손장갑은 찾지 못하구요...

3/5/7/9번 홀수 채 달랑 들고 당장 시리포트에 갔습니다. 연습공 100개를 샀습니다. 시리포트 연습장... 그새 상당히 세련되었습니다. 아들에게 몇가지 포인트만 가르쳐주었습니다. 볼레로를 닮아서 왼손 오른손 잘 씁니다. 테니스는 오른손잡이인데, 골프는 왼손잡이입니다.


- 살포시 그러나 헛돌지 않게 그립 꽉 잡는 법

-공치고 나서 한박자 쉬고나서 머리를 들어라.

-스윙은 뒤로 올린것과 같은 방향으로 내려오면서 풀스윙으로 휘둘러라. 스윙하면서 오른손은 쭉 뻗어야한다.

-왼쪽 다리는 중심으로 삼아야하니 몸을 뒤틀더라도 절대 움직여서는 안된다....


말보다는 조교 시범을 보여주었더니, 말과는 달리 제대로 폼이 나올 리 만무하지요. 아들은 연습공이 아깝다고 ...합니다.ㅎㅎ


테니스 구력에 백핸드가 강해서인지, 왼손으로 스윙하는게 테니스 백핸드 차듯 스무스합니다. 공 50여개 치고나면서 서서히 감을 잡아갑니다.


아~ 연습장에 처음와서 이 정도로 스무스하게 휘둘르다니...골프칠 만 하겠다 싶습니다. 볼레로는 그간 투자한 시간만 따지더라도 무진장 못친 겁니다. 진작에 손절매한게 본인도 가족도 살린 겁니다. 이젠 아들을 밀어줘야겠습니다.


헬싱키에서도 골프치는 이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인터넷 찾아보니 헬싱키에서는 연습공 36개에 4유로라고 합니다... 인도는 연습공 100개에 177루피 인가요? (연습장 하루 사용료는 별도) 아들은 델리에서 연습공 치는게 남는거라고 하면서 헬싱키 돌아가는 전날에 한번 더 왔습니다.^^


아들 덕분에 연습장에도 와 보고...오랜만에 골프에 얽힌 추억 더듬어 봤습니다. 골프, 30년간 끊어졌다 이어져온 끈질긴 인연이 아들 덕분에 다시 살아났습니다. 골프에 대한 미련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지만, 아들에게로 이어졌습니다. 운전이라든지 재테크, 사회경험, 골프 등등 먼저 겪어본 경험을 아들에게 전수해 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이제는 장성한 아들에게서 배우는 것도 있습니다. 도둑질 말고는 뭐든 기회있을 때,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유용하게 쓰입니다. 골프가 그 사례입니다.


**

국내 골프 인구 1100만명 돌파…月 평균비용은 26만원

 중앙일보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36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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