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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chang 강연아 Feb 11. 2023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아름다운 만남

몇년 전 미스터 트로트 대전 때 처음 듣고 계속 귓가에 머물던 노래가 '니가 왜 거기서 나와!입니다. 노랫말은 한번 자세히 들었는데 울고픈 아니 웃고픈 사연이더라고요.ㅎㅎㅎ 재미있고 중독성이 있는 후렴구라서 가끔씩 흥얼거리기도 하고 그랬는데요... 오늘 딱! 그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우리 내외가 존경하는 인도의 유명한 예술가 사티쉬 구지랄 님의 작품이 떡하니 로비에 자리잡고 있었기에 한컷!

 아들의 박사 학위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행이 결정되어 있습니다. 모처럼 날씨도 좋은 주말, 집에 있기가 뭐해서 르 메리디안 호텔의 점심 부페를 가기로 했습니다. 워낙 저희부부는 잘 먹어서 부페를 갔다 오면 데체로 저녁은 스킵합니다.


한국 가서 어차피 제가 살림을 해야 되기에 계속 검은깨, 참깨 번갈아 볶아 놓고 깍두기도 만들어놓고 무말랭이에 말린 호박도 좀 해놓고 여주차도 만들어 놓고... 이것저것 하다보니 힘이 들었는지 왼쪽 눈밑이 살살 떨리기 시작합니다. 나이드니 가끔 그러하거든요. 그러면 푹 쉬거나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거나 농땡이 치면 괜찮아집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생각으로 부페를 가게 된 것입니다.

오늘도 점심 짐하게  먹었습니다. 그래서 집에 오는 길에 걷기를 해야겠기에 호텔 맞은편에 위치한 구루가운 바이오다이벌시티 파크에 들렀습니다. 차를 주차시키고 히어로그룹에서 잘 조성해 놓은 오솔길을 따라서 걷다보니 옆에 전망대가 보입니다. 그곳을 찾아가느라 제 옷자락이 여기저기 뜯김을 당했습니다.^^

어쨋거나... 옆길로 열심히 걷다보니 길이 막혔습니다. 바로 옆은 인지 화분이 즐비하고 사람 몇이서 땅을 파고 있었는데요... 길을 잘못 들어섰기에  돌아서서 가려고 하는 데, "원준엄마 아니냐?"는 어떤 분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에요. 철책 넘어서... 아니? 웬??? "나에요, 크리슈나!" 아니, 아이들 모교인 바산트밸리 학교의 교장선생님이신 크리슈나 선생님이 왜 거기서??? 나와???^^


넘 반가왔습니다. 제 목소리가 두 옥타브 올라갔습니다. "아니, 선생님! 왜 거기에 계세요?" "여기가 우리집이에요. 우리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어요. 전 결혼을 안한 싱글이잖아요?" 네? 저는 크리슈나 선생님께서 결혼 안하신 것을 20여년이 흘러서야 이제사 알게 되었습니다.ㅎㅎㅎ


"잠시 들어가서 뵐 수 없을까요?" 차를 타고 빙 둘러서 주택가로 들어와야지 된답니다. 입구 찾는 게 안 될 듯해서 우리는 서서 철책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중간에 집안에서 선생님 아버님도 나오시고... 며칠 전에 같이 점심을 한 스리니바스타브 선생님 이야기도 하고 바산트 밸리가 국제학제를 한다는데 그 이야기도 나누고... 한국 학생도 좀 받아들이라는 조언도 해가면서...

정말로 참 놀라운 인연이지요? 선생님은 13년전 그리고 6년전 졸업한 우리 두 아들의 이름도 정확히 기억하시면서 아이들이 당신보다도 힌디어를 더 잘한다면서, 당신 아버님께 소개하더라고요.


아, 정말 참 반갑고 놀라운 경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음번에 지날 적에 꼭 들르라는 말씀을 하시면서, 철책을 사이에 두고서 이색적인 기념사진으로 반가움을 대신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사람과의 인연이란 것이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지난 20여년 넘게 인도에 살면서 우리가 헛살지는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하니 흐뭇합니다. 어디서고 우리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고 모두들 좋은 기억을 갖고 대해주니,  정말 아름다운 기억을 한가지 아로새기면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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