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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chang 강연아 Sep 15. 2023

타고난 영재  vs 길러진 영재

수학 영재에 대한 한 교수님의 고견과 큰아들 이야기

저희 큰아들 수학 박사과정 지도 교수님의 칼럼입니다. 20여년 넘게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 한국 대표팀 단장을 역임했습니다. 현장에서 영재를 직접 가르쳐왔고 그들의 성장과정을 쭉 지켜본 산 증인이면서 전문가이십니다. 


작년 정년 퇴임 후, 전업작가로 제 2의 인생 시작하면서 수학에 관한 책을 2번째 출간하셨습니다. 어른들 뿐만 아니라 어린이 청소년이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느 부모든 자녀가 어렸을 적에 "우리 아이 천재 아닌가?" 싶었던 적 있었을 겁니다. 부모의 자녀에 대한 기대는 당연할텐데요... 문제는 과하다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부모와 가정의 교육관과도 연관되어 있기에 주관적인 면이 강합니다. 어디까지가 적절한 것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모든 부모님은 교육전문가이기도 합니다만, 누구는 자녀교육 제대로 하고 누구는 그러하질 못합니니다.


자녀교육은 서로간에 경쟁하면서 순위 매기는 스포츠 종목이 아닙니다. 영재가 아니면 어떻습니까? 멀리 길게 보면서, 자녀가 독립적인 자기주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게 자녀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성장할 때  정서적인 발달과 안정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 나이가 지나면 다시는 학습기회가 없다고 합니다.  뭐가 중한지? 자녀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

저희 큰아들은 어려서부터 넘버(숫자)에 뛰어났습니다. 언어적으로는 발달이 늦었어요. 세살 될 때 까지 엄마, 아빠 외에는 말을 하질 못해서 걱정하기도 했답니다. 위인전을 읽도록 권하면 그 위인의 훌륭한 점이나 인상적인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언제 태어나서 언제 죽었고 뭐 그런 숫자를 얘기했습니다.


톰터보라고 이상하고 기묘한 스토리를 다룬 책을 읽기 좋아했는데 그 책이 시리즈가 참 많습니다. 제목도 이상한 기괴한 피아노, 낄낄거리는 스파게티등... 저더러 번호를 이야기하면 자기가 맞히겠답니다. 혹은 제목을 이야기하면 자기가 번호를 맞추겠다고... 그런 것들이 기억납니다.


25년전 한국에서 초등 1학년 마치고 인도에 왔는데 9살 터울 나는 동생이 생겨서 사실 큰 아들 신경을 별로 못 써줬습니다. 영어가 안 되서 몇년간 고생했었는데요... 동네에서 또래 어린이들과 같이 놀게하면서 영어 배우라고 저도 숱하게 같이 뛰어다녔습니다. 


 그런데 7학년때인가? 수학선생님 호출이 왔습니다. 큰아들이 선생님이 가르치려고 하는 것을 미리 알고 있다는 겁니다. 당시 일주일에 한번 두시간을 힌디와 산스크리트어, 혹은 영어 과외만 했던 때였습니다. 인도 사립학교라 월반이 안 되므로 집에서 선행학습을 시키라는 말씀이셨습니다.

작년 이맘때인가? 아침 산책길에 만난 당시의 수학선생님, 두바이인가 싱가포르의 국제학교 교장선생님으로 계시다가 정년퇴임하셨단다. 항상 감사합니다!

남편이 당시 인도철학인 베단타를 공부하러 집근처 무닐카에 다니던 때였는데 그집 아래층에 학생들이 과외하러 다니더랍니다. 그래서 선생님을 만나서 수학선행학습을 부탁드리고 과외를 일주일에 한번씩했는데 진도가 쭉쭉 나갔던 것 같아요. 과외비도 터무니 없이 싸서 과외비 드릴 때면 조그만 먹거리를 준비해서 드리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본인은 선생으로서 가르침에 충실할 뿐이고 아들은 학생으로서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니 외로 이런 것을 갖다주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기억에 생생한 꼬장꼬장하신 선생님이셨습니다.


몇개월 다닌 덕분에 일취월장한 아들은 학교 대표로 수학과 과학 경시대회에 나가기 시작했고 학교에 메달과 명성을 가져왔습니다.


인도의 겨울은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데도 새벽의 내려간 기온하에 수학문제를 푸느라 손이 터서 지내곤 했지요... 히터를 켜면 졸리다고...  자기가 좋아서 수학에 매진한 것입니다. 어딜 가더라도 안풀린 문제를 생각하느라 여행가서도 여행의 참맛을 못 느끼는 듯 했습니다.


덕분에 장학생으로 첸나이의 CMI(인도 수학의 전설 라마누잔을 기려 만든 인도의 수학전문 단과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고 쭉 외길을 걸어왔고 저희는 그냥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았습니다.


석사시험준비중 간염에 걸려서 사경을 헤맬 지경이 되어 델리집으 올라 왔는데 요양기간중 다른 대학원은 모두 입학전형이 끝난 상황이라 마지막 남은 인도의 델리대 입학 시험을 보고 상위점수대로 제일 좋은 세인트 스테판 대학에 입학하였습니다.  석사과정 1년 인도정부의 박사코스의 장학생선발시험인 NBHM에 합격하여 델리대에서 경사가 났다고 많은 축하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다른 응시생들은 졸업후 몇년간 응시해도 합격 못하는 어려운 시험이었는데 단번에 붙었거든요...


그런데 외국인이어서 그런지 박사과정시험에 모두 합격했는데도 인터뷰에서 받아주지 않더라고요... 인도의 수학으로 유명한 연구소는 모두 필기시험에 합격했었습니다.

TIFR 뭄바이, IMSc 첸나이, ISI 뱅갈로르와 콜카타. 인도에서 최고로 알아주는 순수과학 석.박사연구소들입니다. 여전히 혀에서 감기는 익숙한 학교 이름들입니다.


그러다 25세 넘었기에  우선 군복무를 마치자고 결정하고 한국에 갔습니다. 이때 방황을 많이 했습니다. 군대도 공교롭게  입대자들이 많아서 기약없이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해서, 서울대 박사과정에 신청했는데 인도에서 영어가 모국어수준인지 확인하는 서류를 학장님으로부터 받아오라는 요청을 받았기에 제가 그런 것도 모르는 사람이 서울대 직원으로 있다니 하면서 오호통재했습니다. 당시 인도로 유학오는 한국 학생들이 참 많을 때였거든요. 다들 영어때문에 인도 유학오는 거였는데요...


서울대는 저희 아버지와 시아버지의 모교로 큰 아들이 박사과정에 들어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는데 꽉 막힌 행정으로 입학이 안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요행히 인하대의 송교수님께서 손을 내밀어주셨습니다. 우리나라 올림피아드 대표팀 단장님으로 잔뼈가 굵으신 분이십니다. 아들은 우리나라 올림피아드대표팀을 지도도 하면서 중간에 군대도 다녀오고 올해 2월 마침내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교수님께 너무 감사하고 저희 가족들에겐 평생 은인이십니다!!!


그런데 박사학위만 따면 여기저기서 모셔갈 줄 알았는데...ㅎㅎㅎ 하바드 대에서 오라는 연락이 왔기에 둘째에게는 여름휴가를 미국에서 형 셋업 도와주면서 보내게 되었다고 기뻐했는데 이후로 컨펌이 안나서 제가 사실 조바심을 많이 냈습니다. 인도라면 제가 좀 나서서 알아볼 여지가 있겠는데 인도로 오겠다는  생각은 없는 듯하고 제가 유럽의 여러 연구소들을 온라인 상으로 찾아서 알아보라고 해도 알아보는지 마는지... 참 답답하고 힘든 나날이었습니다. 부모라서 그런가요?


그러다가 포스텍에서 연락이 와서 얼마나 기쁘고 좋았는지 모릅니다. 너무 감사하구요. 아들이 좋아하는 것을 연구하면서 꿈을 펼칠수 있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 인도 25년 생활중에서 가장 기뻤던 소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부모의 역할을, 소임을 다한 것 같아서 얼마나 기뻤는지요? 앞으로의 인생길은 본인의 몫입니다.  


아래 교수님의 칼럼을 접하면서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자녀 교육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하여 올립니다.


1. 타고난 영재와 길러진 영재

https://m.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309112015005#c2b

2. 60년대 천재 소년 김웅용의 근황


https://youtu.be/EfQ0emxF4D8?si=ua4c0Egf_P7BXZw4

#인도에서공부하기 #영재 #타고난영재vs길러진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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