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ychang 강연아 Oct 14. 2023

인도를 대표하는 AIIMS 병원의 의사부부네 집 방문기

소박한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

리나라의 학생들의 최고 이상 대학군이 의대및 한의대라고 한다. 인도도 예외는 아닐진데... 공대와 의대에 자녀 두명씩 보낸 한 부모님을 어제 만나뵈었다. 비결이 뭘까???


아라밸리 공원에서 만난 지인 커플은 참 검소하다. 평소 입고다니는 옷과 타고 다니는 자전거를 보면 느낄수 있다. 중등학생이 오래 타고 다녀서 녹이 슨 자전거를 힘들게 타고 공원에 오곤 한다. 동네 오가는 아저씨 차림의 수수함과 어울리지 않게  부인은 가끔 스파게티 나시옷에 반바지를 입고 나타나서 나의 눈을 의심케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전혀 섹시하지 않음이여!!!ㅎㅎㅎ 그녀의 당당함에 존경을 표하면서!


그들은 인도 최고의 대학병원인 AIIMS에 근무하는 심장과 안과 전문의이다. 특히 지난번에 찾아보니 부인이 더 유명한 분으로 논문을 많이 써서 상도 많이 받았더라...

 

사실 인사를 교환하다가 그들이 의사임을 알게되어 깜놀한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우리는 의사하면 갖게되는 편견이라고나 할까? 공부 많이 하고 고상하면서 일반사람들과는 거리를 두는 별개의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우리들은 아라밸리의 자연을 중점으로 매년 달력을 만들어 모닝워커들과 나누고 있다. 그런데 몇년전에 이 의사부부는 감사의 표시로 머그컵에 함께 찍은 사진을 코팅해서 우리에게 새해 선물로 주었다. 달력 만들기는 댓가를 바라고 한 일도 아니고 아라밸리라는 공통의 주제를 가지고 걷기 이웃들 백여명의 얼굴과 이름을 서로 알면 더 의미가 있으려니해서 시작한 일이다. 그렇지만 감사의 표시로 정성스런 선물을 답례로 주는 이들은 매우 드물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그 선물이 오래도록 기억나는 의사부부이다.

이들 부부에게서 가끔 의료 건강 조언을 듣게 다. 특히 코로나시절 조심해야 할 것이라든지 유의해야 하는 것, 그리고 시중에 떠도는 여러가지 정보들이 사실인지 여부에 대해서 의사로서의 의견을 듣는 것은 말 한마디에 불과했을지 몰라도 불안했던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역할을 톡톡히 할 정도로 매우 유익했다.


작년의 어느 날, 나는 갑자기 눈동자 밑하얀 물집 같은 것이 생겼고 핸드폰을 많이 사용하다보니 비문증 같이 뭔가가 떠다니는 것 같아서 큰 병이 아닌가 걱정하던 차에 연락을 드려서 그녀의 진료를 받게되었다.  델리 AIIMS병원에 얼마나 환자들이 많은가? 전국의 환자들이 다 찾아오는 종합 병원인데 다행히 나는 기다림이 없이 아래층의 번잡함과 동떨어진 조용하고 신식의 안과 진료소에서 모든 체크업을 마칠수 있었다. 감사의 표시로 진료비를 여쭈어보았더니..

의사의 한마디에 나의 걱정은 사라져버리고 나중에 한국에서 안과 종합진단 결과도 정상이어서 안심하였다.


****


어제는 오랫만에 5스타 호텔의 안락함을 맛보고자 웨스틴 호텔로 점심 부페를 먹으러 갔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의사부부 생각이 났다. 몇번이나 인사드리려고 했는데 집 주소를 안가르쳐주어서 감사의 인사를 못 드린 것이 아쉬웠기에 이번 두세라.디왈리 명절을 앞두고, 꼭 찾아뵙고 싶었다. 우리 부부에게 큰 도움을 준 고마운 의사부부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웨스틴에서 케익을 사면서 메시지를 주고 전화를 하고 그래도 연락이 없기에 남편끼리 연락을 주고받아서 오후 늦게 주소를 알게되었다.


저녁에 가족이 외식간다고 해서 그 전에 불쑥 찾아갔다. 케익만 건네주고 나오려는데... 극구 집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집 동네도 그렇고 거실도 수수하니 검소하다.

< 할아버지는 주무셨는지.. 나중에 나오셨다.^^ 다음번에 함께 찍어야겠다 ^^ >

거실에 들어서니, 본가 부모님과 처가댁 장모님이 모두 계신다. 큰 딸은 스코틀랜드 유학중인 것을 알고 있었고 마침 인사하러 나온 아들은 산스크리트학교 10학년에 재학중이다. 대체적으로 인도집 자녀들은 손님이 오면 친근하게 인사드리고 말도 곧잘 한다. 쭈뻣대는게 없다. 자기생각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집안 교육 덕분인가? 대가족이 북적대면서 살다보니 사람 대하는게 자연스럽다. 곧 11학년이 되면 아마도 부모님처럼 의사가 되는 길을 걸을 것 같다고 한다.

잠시였지만, 의사부부 아들의 행동거지를 보니, 자녀교육 참 잘 시켰구나... 나중에 무슨 일을 하든 잘 하겠다 싶다.


우리 대한민국은 함께 사는 대가족은 이미 허물어졌고 이젠 핵가족에서 더 진화하여 핵개인이라는 용어마저 나오는 세상일진대... 10학년 손자가 친할아버지, 친할머니, 외할머니와 격의없이 허물없이 어울려 사는 모습이 부럽다. 우리는 산업화.도시화에 밀려서 경쟁력이 사라진 구시대 유물로 치부되어 언제부턴가 사라진 광경이기에 더 그러하다.


의사부부는 말한다. 양가부모님 함께 계시니 편하고 좋다고! 본가 팔순 부모님은 아들 넷을 두었는데 둘은 의사요, 둘은 엔지니어이다. 한 아들은 미국에 있고 부모들은 아들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유람하듯이 다니고 계셨다. 한시간 넘어 대화를 이어가는 도중에 느낀 것인데 북적대는 곳에서 바른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들이 잘 크게 된 비결인 다.

장모님도 지방에 사시는데 가끔 찾아 신다고 한다. 양가 부모님이나 친지가 일정이 겹치면 어떤가? 같이 모시면 되는거지... 일단 생각하는게 편하다. 이들은 가족의 범위가 무척 넓다. 병원일에 스트레스 받고 집에 오면 일단 편해야 다고 하는데... 양가 부모님 대하는 부부의사를 보니까 정말 자연스럽다. 병원에서 존경의 눈으로 보았던 여의사도 집에서 보니까 무장해제된 듯 후덕스럽다.^^ 이를 보고 자라는 10학년 아들의 십년후 이십년후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케익 한 상자 들고서 찾아간 의사부부 가족이 사는 모습을 보고는 집에 돌아오는 내내 흐뭇했다. 한편으론 가족간 모임이 언제부터 부담이 되고 불편해진 우리네를 돌이켜 보지 않을 수 없다. 인도살이하면서 인생살이도 덤으로 배운다.


작가의 이전글 우연한 MP주 학생들과의 만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