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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chang 강연아 Feb 13. 2024

명작의 비밀은 엄청난 연습의 결과입니다.

인도 현대미술의 대가, 자틴 다스씨의 명언

설날을 전후해서 매일매일이 바쁜 일정이었습니다. 차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으려는데요..

먼저, 인도를 대표하는 현대 화가 중의 한 분이신 Jatin Das 님의 스튜디오를 방문했습니다.


1월초 인도 현대 미술관에서 자틴 다스 특별전을 관람하면서 미술에 관심이 많은 남편이 좋아하던 작가입니다. 그리고 1월말 오자스 갤러리에서 그분을 직접 대면하고 남편의 기쁨이 무척 컸는데요... 소박하지만 깐깐한 80대 예술가는 조만간 근처의 스튜디오로 놀러오라고 했답니다. 다행히 울집에서 그리 멀리 않은 곳에 위치합니다.

그의 백엔드 오피스엔 상주 직권이 네명 있었습니다. 완전히 소기업입니다. 작업실과 사무실, 빼곡히 쌓여있는 작품 창고 그리고 전시회 카탈로그와 국내와 해외 방문 화집 등 일정별로 모아둔 화일들이 2개층 서재와 화실에 가득합니다.


그가 손수 차린 것이나 다름없는 점심상으로 함께 식사했습니다. 일하는 이가 있지만 뭐든 마지막 터치는 그가 합니다. 서재 어디에 가면 뭐가 있는 지를 잘 알고 있고 직원들에게 구두로 일을 시킬 적에는 아주 세세하게 지시합니다. 꼼꼼하기가 중소기업 사장 저리가라 입니다.^^ 84세 노령인 그의 분주하면서 왕성한 캐릭터가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남편은 인생 2막으로 그림 그려볼 요량이 있기에 그에게 조언 부탁했습니다.


그는 단언하건데, 천재성이라든지 창조성은 없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기분에 따라서, 영감이 떠올라서 그린다는 것은 하기 좋은 말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진실된 그의 어조가 맘에 와 닿았습니다.


그는 전형적인 오릿사 주의 흙수저 집안 출신... 미대를 가고싶어 했으나 아버지가 반대를 하였고 우여곡절 끝에 여러군데 미술대회에서 최고상을 석권하다가 17세 나이에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답니다. 하루에 습작으로 300여장의 그림을 그렸다는데요... 1960년대초, 주수상으로부터 장학금100루피 받았다고 합니다. 버스 탈 돈 아끼려고 남아서 밤새 그림 그렸는데요, 그 당시 스케치북이 어디 있었을까요? 둔탁한 학교 공책에 연필로 투박하게 그렸을 겁니다. 하루에 300장이라~~ 그 말씀 듣고나니, 남편이 고개를 절레절레... 그만한 정열이 없답니다.ㅎㅎㅎ


그분 따님은 인도의 유명한 배우이자 감독인 난디타 다스입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분이지요. 그리고 쟈틴 다스님은 인도 정부로부터 파드마 부샨 상과 프랑스 정부로부터 예술및 문화 훈장 기사 작위를 받았습니다.

(제가 브런치에 쓴 글중에 델리의 신년풍경과 곤드 전시회 프리뷰에 보면 관련 내용이 나옵니다)

이 커다란 건물들에 전시할 작품을 일일히 진두지휘하고 계셨고 큰 아들이 전시기획쪽 일을 한다고, 둘째 아들은 화가라고 한다.

여태 자기집도 없다는 말을 여러번 하시는데요, 알고보니 오리사州에서 그에게 박물관 터를 제공했고 금년중으로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답니다. 이곳에 자신의 모든 작품을 옮겨놓을 것이라는데요, 조감도로 보니 규모가 엄청납니다.

인도에서 보통 박물관 돌아다닐려면 도시락싸서 몇시간 걸리거든요, 거기에 집어넣을 여러가지 전시품들을 수집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는 저희 부부에게 몇 가지 도움을 청합니다.


1. 오리사 박물관 한 켠에 공간을 만들어 전세계 부채를 모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한국 일본 중국부채 전용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합니다. 저희 집에서 먼지 뽀얗게 굴러다니던 부채 모양의 것들을 찾아서 갖다 드렸습니다. 큰 비닐봉투에 집어넣고 이름과 날짜 갯수등을 써놓으라고 하십니다. 참 꼼꼼하시더라고요. 이번에 한국가서 좋은 부채 갖다드리겠다고 했습니다.


2. 한국은 여태 방문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전시회 열 수 있는 방도는 없겠는지?

 

3. 자신의 책자와 자작시를 한국어로 번역하고 싶은데 도와줄 이가 없겠는지? 추천할만한 사람 없는지? 젊은 사람이 와서 도와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네요. 저희는 그분의 자작시를 구글에 돌려서 한국어로 번역해보았으나 영시에서 느껴지는 생각이나 느낌주려면 구글 번역기로는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여전히 노익장을 발휘하면서 왕성한 일들을 벌리고 있는 그는 꿈 많고 호기심이 넘쳐나는 청년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 그러고 보니 돈 버는 것도 연습,

친구 사귀는 것도 연습,

자녀 키우는 것도 연습,

화목한 가족 만드는 것도 연습입니다.

이 세상에서 저절로 되는게 없습니다.

하루 습작으로 300장 그리는 열정이면, 세상에서 이루지 못할 게 없어 보입니다. }


돌아오는 차 안에서 화가의 말씀이 귓가에 맴돕니다. 그의 말씀과 스튜디오에 어질러져있는 엄청난 양의 그림들과 지금도 그리고 있다는 작업대 위 미완성 그림을 보면서 그의 말씀이 전혀 허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들 나름 인도에서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참으로 인생 적당히 편히 살았습니다.  



#인도에서공부하기 #인생은연습하기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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