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버스 여행, 색다른 경험
5월 4일은 어머니 생신날, 새벽 4시부터 깨서 이것저것 챙겨놓았다. 혹시 빠진 것이 있을까봐... 그리고 6시 전에 출발하였는데 영등포구청역 주위에 수많은 버스들이 대기중이었다. 얼추 25대 이상은 되어 보였다. 과거 전철역 주위에서 나눠주던 팜플렛 생각이 나서 우리 저런 버스타고 여행이나 가볼까?라는 말을 남편과 나눴다.
입맛이 까다로우신 어머니시기에 조심하면서 이것저것 준비해 정성껏 생일 상이라고 차렸으나 점심을 나가서 한정식으로 먹기에 조금 드신 것 같다.
점심은 동네의 한정식 집에서 간이 맞는 음식이 나오니 잘 드셔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사진을 찍으려니 내가 사다준 옷을 입으시긴 했어도 썰렁하신지 입고 오신 외투를 계속 걸치고 계셔서 이쁜 모습을 담질 못했다.
끝나고 안양천변을 걷자고 제의해서 우리 레지던스 방향의 입구쪽으로 잠시 걸어 가서 앉아 계셨는데 바람이 많이 불기에 곧 돌아왔다. 안 아프셔야 하는데... 일년새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런데 남편이 다음날 선유도 예약을 했다고 한다. 아휴, 피곤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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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 40분, 출발하는 관광버스를 타고자 아침 일찍 나섰는데 아침이 벌써 밝았다. 다만 궂은 날씨로 오후 늦게 비까지 예보된 터. 시간 맞춰 온 관광버스는 여기저기 서울과 신도시를 돌면서 2시간 정도 걸려서 다른 승객들을 태웠다. 그리고 나서 다른 지역으로 가는 승객들을 하차시키고 선유도 가는 승객을 다른 버스에서 받아서 본격적으로 여행을 간다고... 여행비용 25000원씩을 걷었고 아침으로 김밥과 물을 제공. 나중에 커피까지 줬다. 그러면서 터무니 없는 비용을 메우고자 금산에 위치한 세곳의 제휴장소에 들러야 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녹용, 천마사향 그리고 구기자 건강 식품 제조사에 들러서 제품소개를 받았는데 어딜 가든 건강제품 만드는 과정을 실습으로 보여주며 소개한 이들은 한결같이 건강에 관한 해박한 지식으로 만병통치약으로 소개하기에, 사고자 하는 마음이 많이 들었다. 그러나 부담되는 가격 탓에 망설였는데... 사실 구매를 강권?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앞좌석에서 기사님과 안내하는 분의 사적 이야기를 들은 터라 저렴하게 여행하는 댓가로 뭔가 사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한터!
곧 어버이 날도 다가오는데 몸에 좋다는 천마사향을 샀고 공진단을 선물로 받았다. 거금을 주고 샀당!
반나절 넘게 협찬업체 3군데를 거친 후, 목적지 선유도로! 유람선의 출항이 오후 5시 10분이란다. 그동안 협찬사에서 제공한 밥과 반찬, 떡등이 제공되었다. 무슨 기내식도 아니고 버스식을 앞에 앉은 우리 내외와 다른 두 부인들이 나서서 분배했다는...ㅎ 결론적으로 저녁도 그런 식으로 먹었다. 찰밥에 김치, 콩나물 무침과 고추절임... 뭐 그런 것이었는데 평소라면 잘 안먹었을 것 같은데 여행가면서 먹으니 그 또한 맛있었다.
군산에 진입하자, 서해안 새만금의 광활한 간척지가 펼쳐졌다. 바다를 막은 넓다란 고속도로가 방파제 역할을 한다고... 여의도 몇배라 하던데... 잊어버렸다. 오늘 여행의 하이라이트! 작년 말도 많던 잼보리가 열렸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당도하기 위해서 10여 시간이 걸렸다.ㅎ 목적지까지 3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를 빙 둘러서 온 것이다. 선착장으로 가는 길은 승용차들로 빼꼭한데 연휴로 엄청난 나들이 행렬이었다.
한시간 넘게 유람선을 타고 작은 섬들로 둘러싼 바다를 한바퀴 빙~돌았다. 일련의 갈매기떼가 승객들 손에 쥔 새우깡을 잽싸게 따라오는데... 텔리비에서만 보던 갈매기떼를 눈앞에서 보다니, 그들은 익숙한 날개짓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번 갔던 속초의 동해 바다와는 또 다른 서해바다이다. 특유의 썰물 갯벌들이 넓게 퍼져 있었다. 아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갯벌에 들어가 갯벌체험을 해보고 싶었다. 궂은 날씨라서 석양을 보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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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명의 관광객들은 아이를 데리고 온 몇몇 가족들을 제외하곤 60,70대 이상의 시니어들이 대부분이었다. 부부와 함께온 이들은 3~4 커플이고 여타 관광객들은 모두 여성들끼리 삼삼오오로 온 것이 흥미로왔다. 당연히 건강에 민감한 세대들이라 건강식품에 관심이 높아서 거의 한제품 이상씩 산 듯하였다.
황금 연휴라 그런지 저녁 늦게까지 고속도로 정체가 극심하여 오후 6시 반 정도에 출발한 듯 한데 서울 도착하고 보니 자정이 넘었다. 온종일 함께 했던 여행객들은 여기저기에서 왔기에 몇군데 랜드마크지역에서 내려줘야 했다. 일산.화곡. 평촌. 연신내 등지에서 왔던 이들은 대중교통이 끊겼기에 택시를 타면 몇 만원 나온다고 하고 시내 버스는 늦게까지 다닌다고 하지만 짐도 있고 하니 난색을 표하네요... 관광버스 측은 기사 서비스 용도로 일인당 5천원씩, 안내하는 분 1만원씩 별도로 거둔 돈을 승객들 몇분에게 택시비로 건네주었다. 보통 때는 늦어도 저녁 10시경에는 서울로 돌아왔기에 여지껏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변명같았지만 다시는 얼굴 볼일 없기에 믿거나 말거나.
아, 20시간에 걸친 당일치기 여행이라! 팜플렛을 받아 봤을때는 가격이 참 저렴해서 부담없이 갈수 있겠다고 좋은 선입견을 가졌었는데... 현실을 대하니 참! 서울살이 하나,둘 경험이 쌓여 간다. 군산은 개인 여행으로 한번 더 와야 할 것 같다.
어린이 날이자 한국의 부처 탄신일, 반달이 멀리서 내려다보면서 우리의 늦은 귀가를 반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