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외출과 좌청룡 우백호 섭렵한 이야기
2025.7.5.
전날 저녁에 아들이 외출 나온다고 하더니만 아침에 아들이 왔다. 샌드위치와 요거트, 과일, 그리고 수박 쥬스! 어제 배달된 믹서기로 만든 시원한 수박쥬스가 힛트쳤다!
가장 심플한 코웨이 정수기를 구입 설치했는데 3년 약정이라 그런지 선물을 준다고 하였다. 처음에는 로봇청소기 했다가 혹시 허접한 것이 오면 어떻하나 걱정이 되어서 믹서기로 바꾸었다. 처음에는 작은 믹서기를 준다더니 나중에 크고 좋은 것으로 특별히 바꿔서 보낸다고... 그랬더니 유리로 된 큰 믹서기가 배달되어서 조심해서 쓰면 대를 물릴 것 같다.ㅎㅎㅎ 고맙다!
전날 어머니 댁에서 상추를 많이 갖고 왔기에 점심으로 집에서 고기를 구워주려고 했는데 선임들과 저녁에 고기 먹기로 약속이 되어 있다고 해서 다른 준비한 것이 없어서 외식하기로 했다. 지난 번에 잘 먹었던 유명한 통닭구이 집에 가서 먹자고 했는데 오후 3시부터 문을 연다고 하였다.ㅠㅠ 오는 길에 중국집 얘기도 한 터라 근처 중국집에서 누룽지탕과 짬뽕과 짜장면을 시켰다. 새로 들어간 근처의 중국집은 현대적이었고 맛은 괜찮았다.
마침 화장실 세면대를 새로 만들어 갖고 와서 오전내 붙여주셨다. 감사하게도 변기의 이음새가 엉망인 것도 손봐주셔서 점심값을 드렸다. 우리나라 기술자들은 정말 일을 똑부러지게 한다. 일전에 인도에서 플럼버를 불러서 실리콘을 쏴달라고 했는데 너무 못해서 결국은 내가 한다고 쫒아낸 일도 있었다. 오죽하면! 아들이 안 왔더라면 외출했을 것이고 일도 늦어졌을텐데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아들이 2시반쯤 귀대하기 전에 잠시 나갔다 온다고 해서 뭔 일인가? 했더니만 이사 축하!라고 화장지를 사다 안기고는 가버렸다. 군인이 안 그래도 되는데...
집들이 크리넥스 2박스, 평생 써도 남겠다... 군생활 건강하게 잘 보내기를 바라고! 하여튼 생각이 많아진 하루였다.
2025.7.6. 일
오전엔 우장산, 오후에는 봉제산... 우리 집을 가운데 두고 일주일도 안되서 좌청룡 우백호를 모두 거느렸다. ㅎㅎㅎ
새벽에 일어나 이나리 스시를 만들고 아침으로는 어제 삶은 감자를 버터에 돌려 노릇하게 굽고 계란 부침과 함께 내어놓고 내가 만든 요거트에 오이와 복숭아, 블루베리를 넣고 검은콩 낫토도 같이 먹었다. 아주 건강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기회에 한국서 요거트 만들기를 적어본다.
인도에선 자주 만들어 먹었는데 한국에 와선 손을 꼽을 정도... 겨울철에 너무 추워서 묽게 마실 정도로 되어 실패한 뒤론 사서만 먹었답니다. 이번에 우유를 대용량으로 샀기에 요거트를 만들어 놔야 한다는 생각으로 했는데 대성공!
우유 500ml를 약간 뜨거울 정도로 덥히고 시중에 파는 요거트 한스픈을 넣어서 저은 다음 따뜻한 천이나 타월로 감싸서 에어콘 찬바람이 닿지 않는 따뜻한 창가에 두면 되는데요... 전 저녁에 만들었기에 하룻밤을 재웠어요. 요즘처럼 날이 더운 때면 아침에 만들어두면 오후 2-3시정도면 아주 잘 되어 있을 겁니다. 무과당 천연 요거트라 각종 과일이나 넛츠등을 넣어서 먹으면 영양만점, 식사 대용이 됩니다.
아침에 우장산에 올라갔더니 많은 어르신들과 젊은이들이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었다. 남편은 노르딕 지팡이를 들고 연습하면서 갔다. 나도 자극받아서 이것저것 한바퀴 둘러보면서 한가지씩 건드려 보았고 훌라후프도 하였다. 다만 축구장인지 잘 조성된 잔디밭에 강쥐 세마리가 주인과 같이 뛰어다니던데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고 한동안 놀고 있었다. 심지에 똥까지 누던데... 물론 치우기는 하였지만 거기서 맨발걷기나 축구등을 하는 사람들은 기분이 나쁠 것 같았다. 남편이 뭐라 하려고 하기에 말리느라 힘들었다. 젊은이들이 제맘데로 그러고 다니는데 뭐라 했다가 봉변을 당할 것 같았기에, 그리고 이사 온지 일주일도 안되어 잘 모르면서 나서는 것은 아닌듯 했다.
인도에선 나이든 사람이 충고를 하면 뒤로야 어쨌든 미안하다거나 수긍하면서 당장 그만두는데 여기서는 젊은 사람 위주라 잘못 얘기했다가는 큰일 난다고 나서지 말라고 동생이 신신 당부를 했었다.
난 강쥐를 좋아하지만서도 사실 강쥐가 앉았던 벤치에는 앉고 싶지가 않은데 아무렇지도 않게 강쥐를 벤치에 앉히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뭔가가 잘못되어 가는 것 같은데 나이든 사람들이 제대로 나이든 사람답게 충고를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ㅠㅠ
우장산 운동후 도서실에 가서 강의를 들었다. 옆에 앉은 두 아이가 귀여워서 미소를 지어줬더니 나중에 핸펀이 없어졌다고 나에게 얘기를 한다. 화장실에 가서 찾아보라고 하고 나는 여학생의 가방을 찬찬히 살펴 보았다. 그랬더니 책갈피 안에서 핸펀이 나왔고 그것을 들고 여기저기 두학생을 찾아 좋은 소식을 알려주었다. 점심 먹으러 가길래 굿바이했더니 수줍게 고맙다면서 비타민 씨를 네개 내밀었다.ㅎ 또래보다 작은 듯한 6학년 누나와 3학년 남동생이 참 귀여웠고 나는 밥 많이 먹고 키가 커야 된다고 축복해 주었다.
저녁을 먹고 봉제산으로 가는 길에 화단을 예쁘게 가꾸는 부인을 만났다. 담이 없이 이쁜 꽃화분을 늘어놓았고 한참 피어난 장미 처럼 고운 분이었다. 우리는 꽃과 식물들 번식하는 것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친정집에서 키우는 만손초와 다른 식물을 가져다 주겠다고 했다. 인도에서 가져온 카랑코에 종류인 만손초! 너무나 많이 늘어나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봉제산은 제법 피톤치드의 향도 느껴지고 운치가 있었다. 자주 산책나올 듯한 느낌! 간단히 산보 차림으로 샌달을 신고 나왔기에 초입에만 들렀는데 우장산보다 개발이 덜된 산이라 그런지 매력이 있다. 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