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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대봉감이라!!!

10월의 "감" 이야기

by kaychang 강연아

매년 10월이 되면 시장에 가을의 전령, 감이 나옵니다. 특히 10월은 마땅히 먹을만한 과일이 없을 때인데, 인도에서 기대도 하지 않았던 감, 그것도 대봉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가을이 접어들면서 날씨도 제법 쌀쌀해지고 이 무렵 즐거움 중의 하나가 바로 입에서 살살 녹는 홍시 먹는 재미일 것입니다.ㅎ

한국에서는 대봉감이 비싸다고 하지만, 이곳에서는 무척 저렴합니다. 단감보다는 떫은맛의 땡감으로 시장에 나오기에 인도인들에게는 애시당초 인기가 없었는데, 인도인들이 감을 "쟈파니즈 프루트"(일본 과일)라고 말하는 것 보면 아시아 동북부에서 먹는 것으로 알고 있는 듯합니다. 퍼르시몬이라고 하면 못 알아듣고 '람팔'(인도 신화 속의 람이 먹는 과일?)이라고도 하더군요.


하기야 이곳에서는 입맛에 맞는 달콤한 열대성 과일이 많으므로 떫은맛의 감에 눈길이 가기가 떨떠름하겠지요? 인도인들은 요즘도 땡감을 홍시로 만들거나 곶감으로 만들어 먹을 줄 모릅니다. 인도 지인들에게 생색을 내면서 매년 갖다 주는데 매번 열흘 뒤에 색상이 빨갛게 변하고 몰랑해지면 반으로 갈라서 스푼으로 떠먹으라고 전언합니다.


IMG-20201020-WA0010.jpg (한박스씩 살적에는 곶감을 만들려고 작은 사이즈를 살때도 있었어요)

저의 부모님들께서 감을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늦가을과 겨울철에 약주하시고 홍시를 든 봉투를 갖고 오시는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아버지 고향에선 대봉감이 천지로 열렸던 차에 겨울 내내 단지에 넣어두고 간식으로 드셨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친할머니께서 서울 올라오시면 감말랭이랑 고구마 말랭이 등을 가져오셔서 간식으로 질겅거리면서 먹었던 추억도 있고요... 서울서는 대봉감이 옛날에 귀했었는지 홍시를 주로 사서 먹었던 것 같아요.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한국에서 먹던 것과 동일하니 주로 한국 주부들이 궤짝으로 사재기하는 바람에 서두르지 않으면 생채기 없는 대봉감 구하기가 어렵게 되기도 합니다. 또한 인도 장사꾼들도 감을 찾는 수요가 많은 걸 알고 값을 계속 올립니다... 3주에서 한 달 정도 시장에 모습을 보이다가 슬그머니 사라져 버리기에, 기회 닿는 대로 시장에 들러서 부지런히 사다 놓는 게 이맘때 중요한 일과 중의 하나지요.

거실 팬 밑에 크고 작은 광주리를 펼쳐 놓고 생채기가 나있는 딱딱한 생감의 껍질을 벗겨 낱낱이 놓습니다. 며칠 뒤 반으로 갈라서 빨리 마르라고 펼쳐놓지요. 홍시 만드는 작업은 더 간단합니다. 생채기 안 난 녀석들로 골라서 한번 씻어서 익을 때까지 놔두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감식초 담그는 법을 진작에 구박사를 통하여 익혔는데 반년 넘게 숙성시켜야 됩니다. 그런데 잘 안 먹게 돼서 올해는 패스하려고요.

IMG-20201020-WA0011.jpg (예전에는 몇박스씩 사서 곶감만들고 홍시 만들고 주위에도 나눠주고 했었는데 이제는 힘이 들어서 조금만 샀어요)

사다 놓고 열흘 가량 지나면 제법 말랑말랑한 곶감과 맛있는 단맛의 홍시를 즐길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온 식구들이 함께 살 적엔 거실 지나가다가 또는 TV 보면서 하나씩 집어 먹는 재미가 쏠쏠했지요. 한편으론 겨울철에 꺼내 먹을 요량으로 냉동고에도 재어놓았는데, 식구도 줄어든 금년엔 그럴 필요까지 있으려나 싶습니다. 또한 얼려서 먹는 아이스 홍시도 더운 여름에 더위를 식혀주는 맛있고도 안전한 먹거리지요. 아이스 감과 우유를 섞어서 먹는 아이스감 셰이크도 별미랍니다.


11월이 다 가기도 전에 곶감 꼬치에서 곶감 빼먹듯 한다는 속담처럼, 언제 다 먹나 싶던 빼곡했던 곶감 광주리가 휑하니 비었던 시절이 행복했던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감이 떨어지려고 하니 "귤"이 등장하는 계절에 접어듭니다. 귤 맛이 단 것을 보니, 코비드 19도 비켜간 듯 지름길로 달려왔는지 성큼 다가온 연말을 실감하게 되네요.


모두들 제철 과일 맛나게 드시고 건강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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