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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이코코 Dec 02. 2018

핵노잼 시기

*노잼홀 : 블랙홀처럼 빠질 수 있는 구멍, 언제 빠질지 예측 불가



노잼 시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드라마 보기를 시작했다. 재미있다고 추천받았던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시작해서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에 감사함을 느끼게 해 준 <뿌리 깊은 나무>, 논란이 있어서 안 봤는데 본 사람들은 인생 명작이라던 <나의 아저씨>를 정주행 하고, 유튜브에서 우연히 본 시트콤에 빠져서 미달이가 진짜 연기를 잘했구나와 담배를 방 안에서 피우던 시절이 있었다는 충격을 느끼게 해 준 <순풍산부인과>부터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거침없이 하이킥>까지 시간 날 때마다 보고 있다.


평소에 해야지, 봐야지 했던 걸 다 보고 나니 또다시 공허해졌다. 그래서 게임을 시작했다. 약 10년 전에 했던 단풍 이야기를 했는데 요즘엔 캐릭터 직업도 많고 레벨 올리기도 수월하고 퀘스트도 꽤 고퀄리티라 재미있었다. 게임은 친목질을 하려고 했던 사람으로서 사람들 없이 혼자 100까지 레벨을 올리고 나니 빠르게 질려버렸다. 삭제.


알 수 없는 이 공허함은 어디서 왔을까. 노오오오력으론 채워지지 않는건지. 뭘 좀 사면 재밌을까 싶어서 평소에 사고 싶었던걸 많이 샀다. "무료하면 물건을 유료로 사라"는 말이 있듯 무엇보다 돈 쓰는 재미가 제일 오래갔다. 텅장이 된 게 문제였지만.


대체로 의욕이 없고 멍한 나머지 총명함을 찾기 위해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이게 공부할 땐 재밌는데 곧 흥미를 잃을 것 같아서 무섭다. 배우는 걸 참 좋아하는데 왜 이런걸까?


이전에 막혔던 피어싱도 다시 뚫었다. 양쪽에 각 1개씩, 이너컨츠 하나 귓불 하나. 또 곪아서 고생할까 싶어 금 피어싱을 달았는데 아직 까진 안 곪았다. 다행이다.


적다 보니 뭘 많이 했는데 이래서 노잼 시기가 안 끝나는 건가 싶고 이상하다. 뭘 안 해야 탈출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이러다 또 괜찮아지긴 할 텐데.. 일단 당장은 정말 겨울잠이나 자고 싶은 심정이다.

사람도 겨울잠 자게 법으로 정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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