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사람에게는 못 듣는 말, 낯선 이가 건네는 다정한 말
힘들다고 말하는 게
요즘은 더 어렵다.
진심을 꺼내는 순간,
돌아오는 말들이 더 아프게 다가올 때가 많다.
“나 진짜 힘들어.”
“죽을 것 같아.”
“버티는 게 너무 벅차.”
그렇게 털어놓으면
돌아오는 말은 대개 비슷하다.
“다 그래.”
“너만 그런 거 아냐.”
“좀만 참고 이겨내.”
“유난 떠네.”
그 말들은 위로가 아니다.
내가 힘들다고 말한 걸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들릴 때가 있다.
나는 용기 내어 고백했는데,
그 말은 마음을 더 조용히 닫게 만든다.
그래서
이상하게도 요즘은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더 마음이 기운다.
누군가의 글,
가볍게 던진 댓글,
긴 설명 없이 “그 마음 알아요”라고
쓰여 있는 문장 하나.
그 낯선 이가 던진 말 한 줄이
지금의 나를 살게 한다.
“그렇죠, 힘들어요.”
“저도 그랬어요.”
“그 말, 저도 똑같이 해봤어요.”
“지금 이렇게 털어놓은 것만으로도 대단해요.”
이런 말들이
내 하루의 온도를 바꾼다.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그 말은 내 마음을 너무 잘 알아준다.
그건 공감이 아니라,
존중이다.
있는 그대로 느끼는 감정을
누군가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일.
우리가 정말 원하는 건
해답이 아니라
그 마음을 그대로 들어주는 사람이다.
논리나 해결책이 아니라
“응, 힘들지.” 하고
그 감정을 ‘존재하게’ 해주는 누군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말을 가장 듣고 싶었던 사람에게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너무 쉽게 말하고, 너무 쉽게 판단한다.
하지만 멀리 있는 얼굴 모르는 누군가는
너무 조심스럽고,
너무 진심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문득 깨닫는다.
얼굴을 알고 모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마음을 보고 있느냐가 중요한 거라는 걸.
오늘도 나는 그런 글에 위로받는다.
내가 보낸 말이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하루를
붙잡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적은 한 줄이
누군가에겐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쓴다.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고,
먼저 나를 위해.
그리고 나 같은 마음을 가진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며.
그렇게 서로의 마음이 마주칠 때,
우리는 비로소 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