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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J Nov 06. 2016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독서

책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


우리나라에서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하는 문구들은 대부분 그렇다.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이야기하고, 나를 얼마나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만화나 영화, 음악은 그렇지 않다. 이들은 얼마나 재미있는지만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책을 바라보는 시선은 공부에 대한 시선과 같다. '사람은 공부를 해야 한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없다'. 이러한 문장에 '공부'대신 '책'을 넣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책은 곧 공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책이 가르침을 주는 존재로 자리잡으면서 문학과 작가의 위상은 높아졌지만 대중으로부터는  멀어졌다. 사람들이 고전문학을 이야기할 때 '고전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작품'이라고 흔히 말한다. 그런데 이제는 모든 문학 자체가 클래식이 되어버렸다. 좋은 건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다. 


아무리 책이 좋다고 부르짖어도 대중화되지 못하는 것은, 책이 계속 이러한 공부의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매체들 속에서 수십년의 세월 동안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은 책밖에 없다. 영화는 엄청난 그래픽, 사운드의 발전과 함께 편안한 좌석까지 제공하면서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만화와 음악은 만화책과 씨디시절과는 다르게 가격이 엄청나게 낮아지고 접근이 쉬워지면서 가성비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들이 있지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유지하면서 (1)품질을 높이든가 (2)가격을 낮추든가의 방식으로 지금까지 살아남아 왔다. 


반면에 책은 어떠한가? 수십년 전의 책과 지금의 책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인쇄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오히려 높아졌으며, 컨텐츠가 나아지지도 않았다. 그래서 수십년 전에는 가장 재미있는 매체였던 책이 지금은 가장 비싸고 재미없는 매체가 되었다. 


기술 발전의 초창기에는 늘 이러한 고급문화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가격이 높고 어려우며, 소수만이 그 기술의 장점을 누린다. 그러나 기술이 대중화되지 못하면 사라질 수 밖에 없다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나 알고 있다. 기술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킬러 컨텐츠의 힘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가격이 낮아져야 한다. 그래서 기업들은 어떻게든 가격을 내리기 위해 거액을 투자해서 더욱 기술을 발전시키고, 그 과정이 반복되면서 대중화가 이루어진다. 이렇게 대중화된 기술은 다시 어렵고 비싼 한차원 높은 기술을 탄생시킨다. 마찬가지로 문화도 대중화되지 못하면 언젠가는 사라질 수 밖에 없다. 


책이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부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유희의 수단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그리고 유희의 수단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다른 매체들과 똑같이 경쟁해야 한다. 전자책 등을 통해서 가격을 낮추고 품질을 높여야만 한다. 여기서 품질이란 문학계가 인정한 수준높은 책이 아니라 대중이 재미있어 하는 것이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쉽게 책을 접하고 좀 더 높은 수준의 책으로의 이동이 가능해진다. 


옛날 부모님들이 만화나 게임에 대해서 이야기하듯이, 책읽는 모습을 보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걸 뭐하러 읽냐'라는 말을 하더라도 '재밌잖아요.'라는 말을 하게 될 때 비로소 책이 살아남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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