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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J Dec 02. 2016

큰 투자가 회사를 망치는 이유

투자유치 규모는 클수록 좋을까?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규모가 클수록 좋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그러나 지표에 맞지 않게 너무 큰 투자를 받는 경우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큰 투자를 받는 경우 사업확장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

예를 들어 회사가 시리즈A에서 30억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지금까지는 웹 또는 앱 어플리케이션 출시 후 사용자 피드백을 중심으로 개선하면서 꾸준히 사용자수를 늘려왔다. 그러나 투자를 받은 뒤에는 지금보다 나은 성과를 내야만 한다. 1년 후에 '1년 동안 뭐했나요?'란 질문을 했을 때 '계속 앱 성능을 개선했습니다.'란 대답을 원하는 투자사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큰 규모의 투자를 받은 뒤에 스타트업은 필연적으로 사업을 확장해야 하며, 초기에는 비용이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배달의 민족의 '배민 프레시', '배민 라이더스'같은 경우도 이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사업이 잘되는 경우에는 다행이지만 무리한 확장은 비용구조를 악화시킨다. 또한 빠른 인력채용 과정에서 인력 수준이 낮아지거나 회사 분위기에 좋지 않은 인력이 채용되는 경우도 생긴다.


2. 비용에 대해 둔감해진다

큰 규모의 투자를 받으면 비용에 둔감해진다. 사무실을 구하고 인력을 급하게 채용하며 마케팅을 진행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과거와는 다르게 일이백만원, 천만원 정도의 지출에 대해서 둔감해질 수 있다. 또한 이렇게 마케팅을 집행하며 지표를 만들다 보면 마케팅 중단이 어려워진다. 마케팅을 중단하면 회사 상태가 좋지 않은 것처럼 지표가 하락하기 때문에 비용을 계속 늘리게 된다. 실제로는 이렇게 투자유치 직전까지 마케팅을 강하게 진행하여 지표를 억지로 끌어올리는 경우도 많다. 


3. 후속 투자유치가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후속 투자유치가 어렵다는 것이다. 출시하자마자 6개월만에 기업가치 150억(Post-valuation)을 인정받아서 20%에 30억을 투자받았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다음 라운드는 규모와 밸류에이션이 이보다 높아야 한다. 


초기 스타트업은 빠른 속도로 성장해야하므로 1년~2년 후에 기업가치가 두 배 이상은 성장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기업가치 300억 이상을 생각해야 한다. 후속투자자는 기존 투자자들보다 많은 지분을 원할 것이다(더 많은 돈을 내고 더 작은 지분을 갖고 싶어하는 투자자는 없으므로). 그러면 지분율 20% 이상, 60억 이상의 금액을 유치해야 한다. 이러한 경우 후속투자자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최근에는 기존투자자가 다음 라운드에 다른 투자자와 함께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기업가치 300억을 상장기업과 비슷한 기준을 적용하여 PE 10배로 계산하면 연간 30억의 순수익을 올리는 회사란 뜻이다. 물론 인터넷기업의 경우 PE 30~60배도 많으므로, 연간 10억 이상의 순수익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그러면 매출규모는 이보다 10배 이상 수준이어야 한다. 매출이 아닌 사용자 지표로 가정하면 얼마 전 카카오에 인수된 김기사가 600억 수준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것을 통해 대충 짐작이 가능할 것이다. 당시 김기사는 가입자 1100만, MAU 250만 정도의 지표를 가지고 있었다. 


300억 밸류에이션에 투자를 유치하려면
3,000억 이상의 회사로 성장할 수 있다는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300억 가치에 투자해서 400억 회사를 만들려는 투자자는 없다. 그런 규모의 수익률을 얻으려면 차라리 주식에 투자할 것이다. 스타트업 투자사들은 이보다 훨씬 큰 수익을 원한다. 따라서 투자유치시에 기업은 최소 10배 이상의 가치를 지닌 회사로 성장할 수 있다는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앞에서 계산한 것처럼 기업가치 3,000억이면 연간 100억 이상의 순수익을 올려야 하고, 매출은 최소 1000억 이상이 될 것이다. 지금 운영하는 기업이 매출 1000억 회사로 성장 가능할지 한 번 생각해보자.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투자유치시에는 사업계획에 맞는 규모와 라운드를 계산해보고 진행하는 것이 좋다. 일단 돈을 많이 받으면 좋겠지라는 생각보다는 구상하고 있는 사업을 실행하기 위해 어느 정도 규모의 비용이 필요하며, 이후에는 어떤 규모로 후속투자를 유치하겠다라는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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