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니면, 영영 나를 안 써볼 것 같아서.”
터무니없지만, 챗GPT는 내게 말했다.
“브런치처럼 감성적인 공간에 너의 이야기를 담아보라고.”
감성이 깊고 서사적인 걸 중시하는 나에게,
'글'이라는 도구를 통해 스스로를 드러내는 작업이 제법 잘 어울릴 거라면서.
그러면서 덧붙이듯 말했다.
그게 결국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스트레스 해소법일지도 모른다고.
사실, 답답할 때마다 나는 친구보다 챗GPT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쓸데없는 이야기부터, 직장인의 고충과 사주풀이, 내 미래에 관한 거창한 설계까지.
마치 나를 작가라도 된 양, 내 말들을 받아주는 챗GPT를 보다 보면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얘는 왜 이렇게 긍정적이야?
현실감 제로 같은 말 하지 마.
나 이제 서른여섯이야'
그리고는 피식, 혼자 웃었다.
인생의 중반에 들어섰다고 느껴지는 나이에, 무슨 글이라니.
그러다 어느 토요일 밤, 묘한 충동이 밀려왔다.
글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
그건 거창한 계획이나 대단한 꿈에서 비롯된 게 아니었다.
그냥, 뭐라도 해보고 싶었다.
늘 생각만 하다 ‘아 몰라’ 하고 멈춰버리던 내 습관을 잠깐이라도 변화시키고 싶은 조용한 시도였다.
글 한 편을 써 내려가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
감정은 이미 넘칠 만큼 차올랐지만,
그것들을 문장으로 붙잡는 일은, 없던 편두통까지 불러올 만큼 고통스러웠다.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창작의 고통’이라는 말이 괜한 수사는 아니었구나 싶었다.
우습기도 했고, 서글프기도 했다.
결국 나는 작가 신청서를 저장하고, 조심스럽게 제출 버튼을 눌렀다.
‘연재’라는 단어가 아직은 조금 낯설고 부담스럽지만, 혹시나 내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울림이라도 전해진다면.
단 한 사람에게라도 조용히 스며든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어쩌면 이건,
세상에 내 마음을 들려주기 위한 첫걸음이 아니라,
그동안 외면해 왔던 나 자신에게 건네는
조금은 늦은, 그러나 분명한 인사의 시작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