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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 May 08. 2018

나만의 인생가게를 현실로 실현하기

<삼성 때려치우고 인생가게로 먹고살기>

왓북의 '먹고살기 시리즈'는 믿고 보는 책이다. 한창 영어에 재미를 붙였을 때 꿈꿨던 출판번역가의 세계를 알려준 '출판번역가로 먹고살기'를 시작으로 영상번역가, 여행작가, 칼럼니스트 등 누구나 한 번씩은 생각해 봤지만 알기 어려운 직업의 장단점을 콕콕 집어서 알려준다. <인생가게로 먹고살기>는 '먹고살기 시리즈'의 8번째 책으로 직장인 출신 초보 장사꾼이 주점으로 행복하게 먹고사는 비결을 알려준다. 

장사. 매달 들어오는 월급이 사이버머니처럼 인터넷에서 사라지는 걸 볼 때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모이는 돈이 없어서 앞으로 어떻게 살지?', '언제까지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을까?', '더 늦게 전에 내 장사를 시작하는 게 좋지 않을까?' 텅텅 빈 계좌를 바라볼 때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언제나 장사로 마무리된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늘 장사를 했다. 가진 돈이 없으니 번듯한 가게를 차려서 해본 적은 없지만 엄마의 장사가 망한 적은 없었다. 이전의 사람들이 망해서 나간 지하 6평에서도 엄마는 돈을 벌었다. 그리고 나는 늘 엄마의 가게에서 일을 했다. 음식을 만들고 서빙을 했으며 큰 쟁반을 머리에 이고 배달을 나갔다. 식당이 아닌 장사를 할 때도 늘 엄마 옆에서 물건을 팔았다. 학창시절을 큰 시장에서만 보내다 보니 장사가 꽤 돈을 많이 번다는 걸 일찌감치 알았다. 더불어 그게 또 얼마나 힘든 일인지도 잘 알고 있기에 감히 장사를 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사는 무척 매력적인 직업이다. 


지금 당장 장사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언젠가는 내 가게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한켠에 있기 때문에 창업에 대한 책을 틈틈이 읽는 편이다. 창업 방법, 손님 서비스, 가게 인테리어 등 장사에 관한 여러 분야의 책이 많지만 <인생가게로 먹고살기>는 진짜 장사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종합판이었다. 실제 유학을 다녀오고 삼성에 취업했지만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나이 마흔에 맨땅에 헤딩하듯 장사를 시작한 저자는 더 늦기 전에 장사를 해보고 싶은 우리 모두의 모습이었다. 

<인생가게로 먹고살기>에서 말하는 인생가게란 '은퇴 없이 평생직장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작지만 강한 실속 있는 가게'를 의미한다. 이 얼마나 매혹적인 정의인가. 하지만 달콤한 인생가게의 정의와 달리 <인생가게로 먹고살기> 책 속에는 저자의 치열하고 눈물겨우며 안타까운 인생가게 만들기 프로젝트가 들어있다. 장사를 쉽게 생각해서 시작하지 않았다. 음식을 해본 적도 없을뿐더러 권리금에 식당의 집기가 포함되는 사실조차 몰랐던 생초짜의 치열한 인생가게 만들기는 그래서 더욱 인상 깊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장사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 대부분이 저자와 비슷한 상황이지 않을까. 한발 한발 어렵게 걸어서 성공한 창업 노하우를 장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초보 장사꾼과 내 가게를 꿈꾸고 있는 예비 창업자와 함께 나누고 싶다는 그의 조언은 그 어떤 이론서보다 완벽한 실전 노하우들이었다.


<인생가게로 먹고살기>는 자로 잰듯한 표현으로 단계별로 진행되는 장사 준비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저자의 인생과 함께 하나하나 만들어져 가는 인생가게를 보여준다. 만약에 인생가게를 하기 위해서 얼마의 돈이 필요하고 요즘에 유행하는 업종이 이런 것이며, 이익을 어떻게 내야 하는지 등을 말했다면 나는 일찌감치 책을 덮었을 것이다. 

<인생가게로 먹고살기>는 '어쩌다 마흔, 장사를 시작하다'로 문을 연다. 왜 장사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장사 준비를 하고 가게 창업을 위한 돈을 모았는지 등 특별하지 않은 보통 초보들이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었을 법한 에피소드들이 가득했다. 저자처럼 장사에 대해 잘 모른다면 <인생가게로 먹고살기>를 읽으며 앞으로 내가 장사를 하게 된다면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겠구나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인생가게로 먹고살기>의 모든 내용이 저자의 이야기로만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창업 정보를 수집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는 것부터 상권과 입지, 자금 조달, 사업 계획서 작성 등 가게를 시작하기 전 철저히 준비해야 할 사항들을 알려준다. 처음인 장사가 겁나서 프랜차이즈 오뎅집으로 시작한 저자는 프랜차이즈를 어떻게 선택하고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경험을 통해 설명해준다. 물론 가게를 시작한다고 금방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쟁업소와의 관계, 하루 매출 2만 원으로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 나만의 킬러 아이템 찾기 등 실제로 장사를 하지 않았더라면, 넉넉하지 않은 자금으로 배수진을 치고 남은 인생을 걸지 않았던 장사꾼이 아니라면 알지 못할 알짜배기 꿀팁들을 이야기한다. 

준비하는 단계에 따라 <인생가게로 먹고살기>에서 도움이 되는 부분이 다를 것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핵심만 뽑아놓은 창업 노트와 실전 노하우가 인상 깊은 사람이 있을 것이고 나처럼 장사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에 마구 줄을 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막연하게 장사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거나 본격적으로 준비 중인 사람들, 현재 장사를 하고 있는 초보 사장님들까지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생생한 노하우들을 가감 없이 알려준다는 것이다.


<인생가게로 먹고살기>의 저자는 프랜차이즈 오뎅집을 시작으로 자신이 직접 만든 꼬치집과 포장마차 가게까지 3개의 가게를 성공시켰다. 물론 각각의 가게를 열 때마다 어려움을 겪었지만 자신만의 원칙과 소신으로 위기를 잘 넘겨왔다.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장사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의 착각에 대한 이야기였다.

장사를 시작하기 전엔 내가 장사에 대해서 뭘 모르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나라면 잘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그 결과가 10년 내 열에 아홉이 망하는 지금의 자영업의 현실이다. 자신이 아는 한도 내에선 다 준비했기에 다 아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 '나는 남들과 달라, 나라면 잘할 수 있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기는 거다.

음식 솜씨가 좋아서 사람들이 다 맛있다고 하니까, 싹싹하고 수완 좋아서 손님들 상대하는 거 자신 있으니까, 나라면 장사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인생가게로 먹고살기>를 읽으며 장사에 대한 마음가짐, 장사를 시작하고 운영하는 방법들을 배우는 것도 좋지만 가장 먼저 저자가 이야기하는 장사를 대하는 마음가짐부터 제대로 알았으면 한다. 자신감은 중요하지만 자만심이 자신감이라고 착각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분명 장사는 누구나 할 수 있고 생각한 것 이상으로 큰돈을 벌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빠르게 망하는 지름길이 되는 것 또한 장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누구나 원하는 인생가게, 나만의 가게에서 평생 벌어먹고사는 것 이상 멋진 직장이 있을까. 매력적인 인생가게의 세계로 안내하는 <인생가게로 먹고살기>를 통해 그곳에 먼저 들어가 경험해 보길 바란다. 나 또한 나만의 가게를 꿈꾸고 있다. <인생가게로 먹고살기>를 읽으며 나와 비슷한 생각인 부분에서는 공감과 위안을 얻었고 알지 못했던 정보를 읽으며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아무나 해피엔딩을 맞을 수는 없다. 그래도 장사가 해보고 싶다면 <인생가게로 먹고살기>의 저자가 먼저 겪고 느꼈던 노하우들을 먼저 하나하나 익히기를 추천한다. 먹고사는 게 쉽지 않지만 그래도 장사는 정말 재미있는 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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