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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 Jul 29. 2018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할 것 <초크맨>

<초크맨> 표지에 하얀 분필로 그려진 그림. 머리와 팔, 다리가 토막 난 그림처럼 숲에서 한 구의 시체가 발견된다. 하지만 진짜 시신에는 머리가 없다. 형사와 주민들이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소녀의 머리는 돌아오지 못했다.

이야기는 1986년과 2016년을 오간다. <초크맨> 속 12살 소년들은 40대가 되었다. 1986년의 이야기와 2016년의 이야기가 모아지는 지점. 그곳에서 우리는 초크맨의 정체와 없어진 소녀 머리의 행방을 알 수 있다. 30년을 오고 가지만 읽기 어렵거나 두 이야기가 헷갈리지는 않았다. 두 편의 중편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열두 살의 해, 1986년은 에디에게 고난과 사건의 연속이었다. 사고를 당한 댄싱 걸을 핼로런씨와 함께 구했다. 메탈 미키의 형인 션에게 폭행을 당했고 그 션 쿠퍼의 시신이 개학하고 삼주가 지난 일요일에 발견되었다. 강에 버려진 자전거를 건지기 위해 들어갔다가 물살에 휩쓸려 죽은 션. 시신이 발견된 후부터 끔찍한 몰골의 션이 자꾸만 에디의 꿈속에 나타난다. '초크맨을 조심해.'

2016년의 에디는 하숙생 한 명과 여전히 어렸을 적 그 집에 살고 있는 중년의 선생님이다. 오래전에 연락이 끊겼던 미키에게서 온 연락으로 2016년의 그는 1986년으로 다시 돌아간다. 예전 사건을 함께 조사해 책으로 내자고 제안하는 미키. 숙소로 돌아가며 에디에게 말한다. '나는 그녀를 살해한 범인이 누군지 알아.' 그리고 미키는 며칠 뒤 강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에디와 친구들만의 연락 수단으로 사용된 분필 그림. 하지만 4명 누구도 흰색을 사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죽음과 죽음 직전까지 가는 폭행을 당한 현장에서 어김없이 발견되는 흰색분필로 그린 막대 사람은 과연 누가 그렸을까? 왜 초크맨은 작은 마을을 공포에 몰아넣은 것일까?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한 채 2016년이 되었다. 


예단하지 말 것.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할 것.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우리가 예단을 하는 이유는 그게 좀 더 쉽고 게으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떠올리면 마음이 불편해지는 일들에 대해 너무 열심히 생각할 필요가 없어지기 대문이다. 하지만 생각을 하지 않으면 오해가 생길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비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미키의 죽음으로 에디는 예전 그 사건들에게서 빠져있는 퍼즐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주인공은 형사도 아니고 의문의 사건을 열정적으로 파헤치는 열혈청년도 아니다. 어렸을 적부터 모아온 자신만의 수집품을 보고, 스스로 알코올중독자는 아니라고 변명하며 술을 마셔대는 일상이 무료한 중년의 선생님일 뿐이다. 이야기는 딱 그런 주인공의 속도만큼 흘러간다. 

토막 난 소녀 시체의 발견으로 시작되는 <초크맨>은 스릴러라고 하기엔 긴장감이 부족하다. 책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갈 만큼의 긴장감을 없지만 대신에 끝까지 읽어보게 만드는 궁금함의 매력이 가득했다. 초반에는 읽었다 말았다 하던 <초크맨>을 중반을 넘어서 단숨에 읽어버렸다. 시린 눈을 비벼가며 새벽까지 책을 읽었다. 뒷장이 궁금해 덮을 수가 없었다. 

옮긴이는 <초크맨>이 섬뜩한 미스터리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성장소설로 읽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초크맨>에는 스릴러에서 느낄 수 있는 잔인함은 없다. 하지만 그런 표현들이 없더라도 충분히 미스터리의 재미를 느끼고, 결말이 궁금해지는 책이다. 색다른 미스터리 소설인 <초크맨>은 저자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앞으로 작가의 손에서 얼마나 많은 독특한 이야기가 탄생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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