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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 Aug 26. 2018

나 혼자 걸어도 같이 <같이 걸어도 나 혼자>

<같이 걸어도 나 혼자>의 원제목은 '길동무는 있어도, 나 혼자'이다. 번역가의 말처럼 원제목은 쓸쓸하다. 하지만 이 책은 제목처럼 쓸쓸함을 풍기는 책이 아니다. <같이 걸어도 나 혼자>라는 제목이 후반으로 갈수록 '나 혼자 걸어도 같이'라는 의미로 바뀐다고 느꼈다. <같이 걸어도 나 혼자>는 39살과 41살의 '보통의' 여자가 아닌 유미코와 카에데의 나름 모험과 어쨌든 성장 소설이다.


'평범'과 '보통'이라는 기준이 있다면 그녀들의 삶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평범과 보통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


유미코는 딸이 있는 남자와 재혼을 했다. 남자는 언제나 딸이 우선이었다. 유미코는 자신이 그 남자의 감정 쓰레기통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남자를 떠나 혼자 살기 시작했고 옆집에 사는 카에데라는 여자를 만났다. 카에데는 사랑하는 남자를 따라 그 지역으로 왔지만 행복한 결말을 만들지는 못했다. 어느 날, 유미코의 남편인 히로키가 잠적했다. 히로키의 어머니가 아들과 닮은 사람이 있다고 전해 들은 섬으로 가서 확인해 달라고 유미코에게 부탁한다. 마침 유미코와 카에데는 구직 활동 중이었고 카에데는 이전 회사 사장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둘은 함께 히로키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 섬으로 별거 중인 남편을 찾으러 간다.


<같이 걸어도 나 혼자>는 두 여자의 시선으로 번갈아가며 이야기한다. 유미코와 카에데의 현실은 팍팍하다. 시니컬한 유미코가 되어서 읽는 글은 그녀처럼 메말랐다. 붕 떠 있는 느낌의 카에데가 되어 읽는 글은 그녀처럼 방황하고 있다. 하지만 담백한 저자의 글 덕분에 그녀들의 이야기는 힘듦을 드러내는 글이 아닌 일상의 표현 같았다.

내게 일이란 자아실현이나 사회 공헌을 위해서가 아니라 생활비를 벌기 위한 것이므로 그만큼 필사적이다. 훌쩍훌쩍 눈물이나 짜고 있을 겨를이 없다. 내가 아닌 사람의 체온을 느끼거나, 귀엽다고 속삭이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한때는 달콤한 과자다. 과자로는 배를 채우지 못한다.

사회가 말하는 '여자의 삶'에서 한발 멀어져 있는 유미코와 카에데. <같이 걸어도 나 혼자>는 끊임없이 질문한다. '보통이라고 말하는 여자의 삶이란 과연 무엇인가요?' 저자가 말하고 싶은 주제와 달리 이야기는 무겁지 않아서 좋았다. 처음에 <같이 걸어도 나 혼자>라는 제목에 갇혀 꽤 씁쓸한 이야기일 거라 단정했다. 하지만 내게 두 여자의 쓸쓸한 현실은 전혀 슬퍼 보이지 않았다.


유미코는 별거 중인 남편과 이혼하기 위해 그 섬으로 들어갔다. 카에데는 요코지 사장을 피하기 위해 그녀와 함께 섬으로 갔다. 섬에서 그녀들은 하루하루를 함께 하지 않는다. 그곳에서도 각자만의 방식으로 일상을 살고 사람을 만나고, 성장한다. 물론 섬에서 겪은 일들로 유미코와 카에데의 삶이 갑자기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특별한 결말이 없지만 그래서 더욱 그녀들의 돌아간 후의 삶이 기대된다.

아마 어디를 가든 우리는 서로에게 친근하게 달라부터 있지는 않을 것이다. 외톨이다. 그리고 생각했다. 부부든 친구든 같이 있다고 '둘'이라는 새로운 무언가가 되지 않는다. 그저 외톨이와 외톨이일 뿐이다. 

우리는 각자만의 '보통'과 '평범'이라는 틀에 갇혀있다. 저자는 <같이 걸어도 나 혼자>를 통해 사회가 강요하는 여자의 삶과 우정에 대한 편견들을 담담하지만 유쾌하게 풀어낸다. 자신을 우선하는 사람을 이기적이라고 말한다. 혼자 걷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책은 비단 여자뿐만 아니라 '보통스러움'이라는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 모두에 대해 말한다.

같은 책을 읽어도 감동받는 부분은 각각이다. 나는 <같이 걸어도 나 혼자>를 통해 사람과의 거리에 대해 많은 조언을 들었다. 함께 하지만 결국 혼자이고, 혼자 있지만 누군가가 필요한 것이 삶이다. 유미코와 카에데의 보통스럽지 않은 삶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적당한 거리가 어느 정도일까라는 숙제는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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