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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 Aug 25. 2018

손글씨 예쁘게 쓰는 법이 궁금하다면

<밥팅의 다이어리 꾸미기>

손글씨가 예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반듯하게 글씨를 쓰기 위해 학창시절 내내 노트에 자를 대고 필기를 했다. 글자 쓰는 걸 좋아해 연습장에 외워가며 단어를 빡빡하게 써내던 숙제를 참 좋아했다. 연필을 받히던 세 번째 손톱이 눌려 반 이상 굽도록 열심히 썼다. 여전히 굽은 세 번째 손톱은 펴지지 않았다. 문제는 그렇게 오랜 시간을 연필을 쥐고 써왔지만 내 글자는 그때 그 글자체로 끝이다. 

<밥팅의 다이어리 꾸미기>의 저자인 밥팅처럼 보기만 해도 기분이 퐁퐁 좋아지는 다양한 글자를 쓰고 알록달록 예쁘게 꾸미는 재주가, 내게는 없었다. 책을 따라 손글씨 연습을 하다보며 문득 떠올랐다. 만약에 예전에 자를 대고 글자를 쓰고, 연습장 한 권이 시커메지도록 연필을 쥐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 글씨를 쓸 수 있었을까.


<밥팅의 다이어리 꾸미기>를 읽고 한 글자 한 글자 따라 쓰면서 학생 때의 기억이 솔솔 떠올랐다. 한 반에 꼭 한 명 이상 밥팅 작가처럼 다이어리를 꾸미고 손글씨를 예쁘게 쓰는 애들이 있었다. 그 애를 따라 하고 싶어 심사숙고해 다이어리와 볼펜, 여러 가지 형광펜을 구입했지만 항상 내 다이어리는 수학의 정석의 행렬 부분과 같아져 버렸다. 

혹시 내 기억이 잘못되었을까, 한 권 정도는 조금 예쁘게 꾸민 다이어리가 있지 않을까 싶어 상자를 열어 쓰다만 다이어리를 들춰봤다. 역시나 모든 다이어리는 앞 몇 페이지만 쓰고 끝이었다.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요즘처럼 앱으로 편리하게 스케줄을 관리할 때 <밥팅의 다이어리 꾸미기>처럼 아날로그식으로 다이어리를 쓰고 예쁘게 꾸민다는 것은 꽤 많은 정성이 필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손글씨로 다이어리를 쓰고 정성을 들이는 데는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밥팅의 다이어리 꾸미기>는 크게 두 가지를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다이어리를 예쁘게 꾸미는 방법을 알려 주지만 그것보다 예쁜 손글씨 쓰는 법에 더 많은 페이지를 할애했다.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자신만의 다이어리를 꾸미고 싶다면 <밥팅의 다이어리 꾸미기>가 좋은 가이드라인을 알려줄 것이다. 다이어리를 꾸미는 것 외에 캘리그라피를 쓰듯, 조금 더 예쁜 손글씨를 배워보고 싶다면 이 책은 당신에게 한 권의 완벽한 실용서가 된다. 

책은 꼭 필요한 인트로와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인트로에서는 다이어리를 꾸미고 예쁜 손글씨를 쓰기 위해 꼭 필요한 재료들을 꼼꼼하게 소개해 준다.  간단하지만 기본 도구를 준비해 본격적인 다이어리 꾸미기와 예쁜 손글씨 쓰는 법을 배워보자. 


빈 공간에 앞으로의 계획이나 지나온 일들을 직접 써넣는 것이 다이어리이다. chapter 1에서는 10분 만에 악필을 교정할 수 있는 기본 글씨체를 먼저 익힌다. 밥팅체, 반죽체, 사각체, 가로수체, 발그레체, 살랑살랑체라는 이름도 예쁜 6가지의 예쁜 글씨체와 포인트를 소개한다. 


기본적인 자음과 모음을 따라 한 후에 문장을 따라 써볼 수 있다. 밥팅체부터 차근차근 따라 해봐도 되지만 6가지의 글자체 중 배워보고 싶은 글자체 먼저 연습해 봐도 좋을 것이다. 주의해야 할 포인트와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내 글씨체처럼 쓰기 위해서는 <밥팅의 다이어리 꾸미기>를 덮은 후에도 열심히 써봐야 한다. 


<밥팅의 다이어리 꾸미기>에 나오는 6가지 글자체 중 따라 해 보고 싶은 글자는 '꺾임의 매력이 있는 가로수체'이다. 반듯하지만 둥근 형인 내 글씨체와 전혀 다른 느낌이라 배워보고 싶은 이유도 있지만 짧은 문장을 쓸 때 꽤 독특한 분위기를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작정 쓴다고 글자체를 비슷하게 쓸 수는 없다. 물론 단기간에 글자체가 바뀌기는 더더욱 힘들지만 밥팅 작가가 알려주는 '단기간에 글씨 교정을 할 수 있는 밥팅의 꿀팁'을 참고한다면 조금 더 일찍 나만의 예쁜 손글씨 쓰는 법을 익힐 수 있지 않을까. 


기본적인 글자체를 익혔다면 chapter 2에서는 레벨업을 해 조금 더 어렵지만 예쁜 손글씨에 도전해 보자. 2단계에서 알려주는 박스체나 입체 글씨 쓰기 등은 수업시간 교과서 글씨 위에 썼던 낙서들이라 반가웠다. 물론 그때 그 실력은 다 사라지고 없다. 방법을 하나하나 따라 해 보지만 이미 똥손이 되어 버린 지 오래라 글자라기보다 그림을 따라 그리는 것 같았다.


캘리그라피를 배워본 적은 없지만 <밥팅의 다이어리 꾸미기>에 나오는 글자들을 천천히 따라 써보니 왠지 캘리그라피를 독학으로 공부하는 느낌이 들었다. 


<밥팅의 다이어리 꾸미기>가 다이어리 꾸미기와 손글씨 예쁘게 쓰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말했는데 거기에 또 하나의 주제를 추가하고 싶다. 바로 나 홀로 배우는 캘리그라피. 예쁜 손글씨를 연습하다 보면 캘리그라피 실력도 덤으로 따라올 것이다. 책에 나오면 글자들을 따라 적다 보니 더 많은 글자를 배워보고 싶어, 캘리그라피 수업을 듣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기본 글자와 예쁜 글씨체를 연습했다면 chapter 3에서는 본격적으로 다이어리 꾸미는 방법을 배워보자. 제목에 활용하기 좋은 리본 그리는 방법, 사진이나 원하는 문구를 손글씨로 적는 방법과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기억할 수 있는 꾸미기 방법을 소개한다. 


여러 가지 다이어리 꾸미는 방법 중에서도 책꽂이 모양을 활용해 버킷리스트를 성취한 후 공간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이 마음에 들었다. 작은 책과 화분으로 그린 그림을 책상이나 잘 보이는 공간에 붙여 놓고 수시로 버킷리스트 달성 경과를 체크해 보자. 


3단계에 걸쳐 오직 손으로만 쓰고 그려 다이어리 꾸미는 방법과 손글씨 예쁘게 쓰는 법을 배웠다면 마지막 chapter 4에서는 여러 가지 재료를 이용해 다이어리를 더욱 풍성하게 꾸미는 방법을 배운다. 마스킹 테이프, 도일리 페이퍼, 사진 등을 이용해 꾸미는 방법을 따라 하다 보면 언젠가 자신만의 매력적인 다이어리 꾸미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딱딱한 설명을 적는 글자가 아니라 예쁘고 귀여운 글자를 따라 쓰고 어떻게 하면 더 예쁘게 꾸밀 수 있을까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밥팅의 다이어리 꾸미기>는 예쁜 손글씨를 쓰고 싶은 사람이나 자신만의 개성 있는 다이어리를 꾸미고 싶은 초보들에게 안성맞춤인 책이다. 간단하지만 꼼꼼한 설명, 따라 하고 싶게 만드는 글씨와 그림 덕분에 눈과 손이 즐거운 독서였다. 책으로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유튜브 '밥팅의 미술시간'을 참고하면 더욱 다양한 꾸미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편리한 앱을 두고 불편한 다이어리에 일정을 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밥팅의 다이어리 꾸미기>를 읽으며 글자를 따라 써보고 각자 다이어리를 작성해 봤다면 아마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의 시대가 오면 아날로그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들 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편리함보다 불편함에 더 큰 의미를 두며 살고 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만의' 다이어리에 소중한 하루를 기록해 보자. 내일은 어떤 일을 할지 계획하고 목표를 세워보자.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밥팅의 다이어리 꾸미기>를 통해 배웠던 글자와 방법들을 활용해도 좋겠지. 

우린 바쁘니까 매일 다이어리를 쓰지 못해도 괜찮다. 문득 시간이 날 때나 일정 틈틈이 빠르게 적어봐도 좋다. 그 시간들이 쌓이면 당신도 알게 될 것이다. '왜 귀찮게 다이어리를 쓰고 꾸미는 거야'에 대한 답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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