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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 Oct 09. 2018

'지금'을 행복하고 살고 싶은 당신을 위한 <마흔에게>

나이가 들었다. 나이가 들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마음은 아직 펄펄 뛰어다니는 청춘이지만 신체와 나의 주변 상황들은 나와 함께 점점 늙어가고 있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 슬프지는 않다. 만약에 어떤 신적인 존재가 다시 십 대로 돌아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나이 듦이 슬픈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나에게 나이 듦은 더 많은 것을 경험해 볼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과 앞으로 만남보다는 이별의 순간을 더 많이 겪어야 되는 것으로 정의된다. 나는 지금 젊음과 늙음, 그 사이 어딘가에 서 있다. 굳이 선택하자면 아마 늙음 쪽에 더 가깝지 않을까. 이쪽도 저쪽도 아닌 마흔 즈음에 서성이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해주는 책, <마흔에게>를 만났다.


'미움받을 용기'로 국내에 아들러 심리학 열풍을 일으켰던 기시미 이치로가 들려주는 이야기 <마흔에게>. 이 책은 자신이 나이 들어가고 있음을 느끼는 30~40대와 그들이 맞닥뜨려야 할, 혹은 이미 겪고 있을 부모 간병과 죽음에 대한 에세이이다. 저자는 쉰 살 때, 심근경색으로 쓰러졌고 일 년 후에 관상동맥우회술을 받았다. <마흔에게>는 많지 않은 나이에 죽음을 목전에 두고 기시미 이치로가 느꼈던 삶과 나이 듦, 그리고 죽음에 대해 말한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문제들에 가깝지도 그렇다고 멀지도 않은 거리에 서 있는 마흔들에게 기시미 이치로는 묻는다. '나이 든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건가요?

'미움받을 용기'를 통해 이미 기시미 이치로의 팬이지만 이번 <마흔에게>는 어떤 책보다 내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몇 년 전부터 나 역시도 끊임없이 고민해 왔던 문제였기 때문이다. 나이 듦뿐만 아니라 나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부모님들과의 관계도 앞으로의 내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기에 <마흔에게>는 지금 내게 꼭 필요한 책이었다. 


<마흔에게>는 크게 두 가지의 주제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나이 들어가는 자신에 대한 삶의 태도와 둘째, 간병이나 죽음을 앞두고 있는 부모님들과의 관계이다. 두 가지 주제에 대한 이야기들 사이사이에 나이 듦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여러 가지 조언을 해준다. 그중에서도 아버지를 간병하며 겪었던 에피소드들이 인상 깊었다.

뭔가를 해야 간병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버지는 만년에 밥 먹는 시간 외에는 내내 잠을 자며 보냈습니다. 저는 아버지에게 말했습니다. "주무시기만 하니 제가 없어도 되겠어요." 아버지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습니다. "나는 네가 있어서 안심하고 잘 수 있단다."

한국보다 빨리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일본에서도 이미 부모 간병은 사회적인 문제라고 한다. 저자는 부모와의 관계 역시 '내가 변하겠다'라고 결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고 조언한다. 나이 든 부모에게 남은 시간, 우리의 부모로서 있을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화내고 짜증 부릴 시간이 없다. 지금 간병이라는 현실에 서 있다면 화내지 않겠다는 각오와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는 습관처럼 '이제 새로운 걸 시작할 수 있는 나이는 지났어'라고 한다. 나이가 들어가며 삶이 여유롭지 않은 이유는 바로 시간과 인생을 한 줄의 직선으로 보는 삶의 태도 때문이다. 우리는 삶을 시작점에서 끝을 향해 달려가는 마라톤이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당신이 젊다면 아직 달려갈 길이 많이 남았다고 느낀다. 반대로 나이가 들었다면 이제 시간이 부족하다고 달리기를 멈추려 한다. 남은 삶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이런 '키네시스'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보지 말고 저자가 말하는 '에네르게이아'의 관점으로 세상을 살아야 한다. 

어딘가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그 과정의 한순간이 완전하며 완성된 것으로 여길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시간이나 인생의 길이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에네르게이아'는 '이루고 있는 것'이 전부이며, 그것이 그대로 '이룬 것'이 되는 움직임입니다. 인생도, 살아 잇는 '지금, 여기'가 그 자체로 완성된 에네르게이아입니다.

누구나 늙는다. 그것은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진실이자 현실이다. 그리고 또 하나, 누구도 남은 인생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은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의식의 변화로 앞으로 자신의 삶을 바꾸며 살아갈 수 있다. <마흔에게>를 읽은 후 '지금, 여기'라는 구절을 메모장에 적어 두었다. 이미 지나간 과거는 바꿀 수 없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알 수 없다. 내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것은 바로 '지금, 여기'뿐이다. 

젊었을 때는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문제들이 나이가 들면서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런 현실들이 두렵고 무섭지만 청춘이 아니라 나이가 든 지금, 겪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이 듦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만으로도 노년이 되어가고 있는 자신을 불안하게만 바라보지 않을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인생이 앞으로 오래 지속된다고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인생을 뒤로 미룰 수가 없으니 지금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하기로 정했습니다.'라고 말하는 저자처럼 지금, 이곳에 있는 당신의 삶을 즐기길 바란다. <마흔에게>를 다 읽은 후 책장에서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꽂아두었다. 앞으로 문득 나이 들어가는 나 자신이 서글프고 주변 상황에 지칠 때마다 나는 이 책을 꺼내 함께 춤을 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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