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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 Oct 10. 2018

24시간 안에 범인을 찾아라 <장안 24시>

'재미있다.' 

<장안 24시>를 읽으면서 가장 처음 들었던 생각이었다. 중국의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불린다는 작가인 마보융을 이번 <장안 24시>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이제 막 <장안 24시> 상권만을 읽었지만 그의 다른 책도 읽고 싶어 검색을 하고 메모해 두었다. 


600페이지가 넘는 상, 하 두 권으로 구성된 <장안 24시>는 먼저 그 두께에 압도된다. 하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다. 한 페이지, 두 페이지 넘기다 보면 당신도 나처럼 책이 조금 더 두꺼웠으면 하고 바라게 될 것이다. 


빠른 말을 타고 질주하는 느낌이었다. 휘몰아치는 이야기는 하나가 아니었다. 어느 구석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툭 하고 튀어나올 것 같아 가슴이 두근거렸다. 오랜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단 순간의 지루함도 없이 흡입력 강하고 소설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책을 만났다. 


<장안 24시>는 인구 100만의 대도시인 당나라 장안에서 24시간 동안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책을 펼치는 동시에 장안의 미로 같은 도시 속에 갇힐 것이다. 째깍. 이제 당신의 24시간도 시작되었다.


돌궐이 장안을 테러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특수기관 장안사. 나름의 대비책을 세웠지만 실패하고 만다. 그들에게 필요한 자는 장안 구석구석을 꿰뚫고 있는 사람인 장소경. 하지만 그는 상관을 살해한 사형수로 감옥에 갇혀있다. 장안사의 수장인 이필을 오직 장안의 혼란을 막고자 그를 석방하고 이필의 지략과 장소경의 추리로 돌궐인들을 찾아내기 시작한다. 장안에 잠입한 돌궐인만 찾아내면 모든 것이 수월하게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 큰 사건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장안의 테러는 진짜 돌궐인들의 소행일까, 그들은 조종하는 더 큰 세력은 누구일까, 이필과 장소경은 장안을 혼란의 지옥으로 만들려고 하는 계획을 저지할 수 있을까?


이야기는 주저함이 없다. 하나의 사건이 해결되면 또 다른 추격전이 시작된다. 이쪽 골목에서 사건을 해결하면 저쪽에서 다른 싸움이 시작된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듯하지만 이야기는 복잡하지 않고 쉽게 읽힌다. 우리는 작가가 짜놓은 촘촘한 이야기의 그물에 기분 좋게 걸려들어 그저 흥미진진하게 흘러가는 장안의 24시를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장안 24시>는 재미있는 소설이지만 결코 가벼운 책은 아니다. 장안의 테러를 저지르고 그것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러 인간들의 가치관을 통해 과연 어느 것이 옳은 대의이며, 무엇이 틀린 것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작가는 빠르게 흘러가는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을 통해 계속해서 묻는다. 


"한 명을 죽이면 백 명을 살릴 수 있어. 한 명을 죽이겠는가, 백 명을 죽게 내버려 둘 텐가?" 장소경이 다시 답을 재촉하자 요여능이 난감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장 도위는 어떻게 할 겁니까?" 요여능은 비겁한 줄 알지만 이렇게 떠넘길 수밖에 없었다. 

"한 사람을 죽이겠네." 장소경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다시 힘 빠진 목소리로 설명을 덧붙였다. 

"이건 반드시 해야 할 일이지만 분명 잘못된 일이야.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니까 하는 것뿐이네. 다시 같은 상황이 벌어져도 난 똑같은 선택을 할 거야. 하지만 잘못은 분명히 잘못이야."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재미있는 소설 추천을 원한다면 망설임 없이 <장안 24시>를 권할 것이다. 빨리 다음 사건을 알고 싶어 조바심이 나는 책은 오랜만이었다. 중국에서 뛰어난 필력으로 인정받는 작가답게 마보융의 글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 이야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장안 24시>를 읽으며 말을 타고 장안 구석구석을 누비는 장소경의 뒤에 앉아있기도 했고, 높은 망루에 올라 넓은 장안 곳곳을 내려다 보기도 했다. 


이때 사방 망루에서 동시에 등불 신호가 깜빡였다. 장소경이 눈살을 찌푸리며 망루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긴급 상황을 알리는 신호와 함께 같은 문구가 여러 번 반복됐다 그는 곧 이 문구를 풀어냈다. 대망루에서 출발한 이 신호는 아주 간단했다. '돌아오지 말라, 돌아오지 말라, 돌아오지 말라.'


오전 10시에 시작된 사건은 12시간이 지난 후에도 해결될 가능성은커녕, 장안을 구할 마지막 히어로였던 장소경은 장안 제1의 수배자가 되어 버렸다. 이제 장안 대혼란까지 남은 시간은 겨우 12시간. 누가 이런 테러를 계획했으며 과연 장소경은 이 혼란을 해결할 수 있을까? <장안 24시>의 마지막 12시간 속으로 들어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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