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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 Oct 28. 2018

여행과 일상, 그 사이 어딘가에서 묻다

<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

안혜연 작가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있다. 낯선 곳에서 보내는 일상의 한순간을 담은 사진들은 다른 곳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내게 힐링을 안겨준다. 길 위에서 행복하다는 안혜연 작가의 마음이 듬뿍 담겨 있는 <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 이 책은 여행이 일상이 되는 삶에 대한 동경이 있는 나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일상인 듯 여행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이다.

<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는 여행작가인 작가의 여행과 그 속에서 보내는 일상의 순간들을 담은 책이다. 책 속에는 특정한 여행지에 대한 소개도 없고 멋진 피사체를 담은 사진도 없다. 낯선 나라, 낯선 골목, 낯선 카페에 앉아 지나가는 일상을 사진 한 컷에 담고 당시의 마음을 끄적여 놓은 작가의 작은 다이어리를 몰래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당신의 일상은 안녕하가요>는 혼자 여행을 떠나는 이유, 여행의 취향 등 여행을 가기 전 작가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2장에서 4장까지는 작가가 다녀온 여행지의 일상을 담은 사진과 그때의 감성을 담아 들려준다. 그리고 마지막 5장에서는 여행작가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여행작가가 되는 방법이 아니라 프리랜서 여행작가 6년 차인 그녀의 솔직 담백한 일상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싶어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격려를 보낸다. 


유달리 힘들었는데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여행이 있다. <당신의 일상은 안녕하신가요>에서 그런 글이 있다. 그래서 더 공감이 가는가 보다. 여행지에서 느꼈던 한순간의 감정들. 나만 겪었던 건가? 나만 느끼는 건가? 생각했지만 작가의 책을 읽으며 그녀도 그랬구나. 그렇게 조금씩 그녀가 보낸 일상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죽음이 곧 삶으로 이어진다. 그래서인지 인도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체로 느긋했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아웅다웅 경쟁하는 우리와는 조금 다른 삶의 태토를 갖고 있다. 이번 생에 이루지 못하면 다음 생에 이루면 된다. 셀 수 없이 많은 윤회를 거듭하며 이루어야 할 일들. 굳이 이번 생에 모두 이루려고 욕심낼 이유가 있을까? 내 삶의 속도대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면 되는 것을. 


글뿐만 아니라 사진에도 그 사람의 성격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의 안혜연 작가의 글과 사진은 이름 모를 들꽃들이 핀 조용한 시골길을 홀로 타박타박 걸어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급박한 상황에 대한 설명도 있고 프리랜서 작가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마감 스트레스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그녀의 글에는 그런 것들조차 가볍게 넘길 것 같은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여행 에세이는 특별하지 않아서 특별한 책이다. 내가 겪어보지 못하는 낯선 이국땅에서의 일상을 마치 내가 그곳을 걷고, 그곳의 음식을 먹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마법. 그것이 바로 여행 에세이만이 가지는 특별함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 역시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그런 마법을 걸어준다. 그리고 더불어 여행작가를 동경하는 사람들을 위해 짧지만 진한 조언을 들려준다. 

여행이 일상이 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많은 용기, 선택과 포기가 필요하다. 자유로운 공기를 누리기 위해 두둑한 월급봉투를 포기했다는 작가의 말처럼 나는 무엇을 포기해야 내가 원하는 순간을 잡을 수 있을까 생각해 봤다. 본격적으로 읽기 전, 책 속 한 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적혀있다. '여행과 일상, 그 사이 어딘가에서' <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를 가장 잘 표현하는 글이 아닐까 싶다. 책을 읽는 내내 나에게 물었다. '너의 일상은 안녕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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