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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 Oct 30. 2018

생텍쥐페리와 어린 왕자를 만나다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

오랜만에 어린 왕자를 만났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여러 번 읽었지만 매번 새로운 어린 왕자를 이번에는 가을 감성이 묻어나는 인문학 에세이로 만났다.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는 '어린 왕자와 생텍쥐페리에 관한 인문학 여행'이라는 부제처럼 생텍쥐페리를 제대로 만날 수 있었던 책이었다. 어린 왕자를 여러 번 읽었지만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될지 모르겠다면, 이제는 어린 왕자보다 작가인 생텍쥐페리가 더 궁금하다면 인문학 에세이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를 추천한다.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좋은 책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좋은 책이란 이렇듯 독자의 삶에 깊숙이 개입해서 위로와 방향을 제시해 주는 책인듯 합니다.' 

나에게 '당신의 좋은 책은 무엇인가요?'라고 묻는다면 몇 권의 책을 말할 수 있을까. 단 한 권의 책이 인생의 책인 사람도 있지만 나는 몇 권의 책이 떠올랐다. 그중에 한 권은 바로 '어린 왕자'이다. 삶이 바뀔 때마다,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또는 한없이 숨어버리고 싶은 때마다 나를 이끌어 주는 책은 모두 달랐다. 

어린 왕자는 내게 어떤 위로와 방향을 제시해 주는 책이었을까? 잊고 있었던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을 읽었다.


이 책은 어린 왕자만을 해석하는 책이 아니다. 가을 에세이, 인문학 에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어린 왕자뿐만 아니라 작가인 생텍쥐페리에 대해서도 들려준다.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는 자그마치 10년 전에 써둔 책이다. 2006년 한 여름 수유 연구실에서 어린 왕자에 대해 가르치고 배운 내용이 담겨있다. 생각하고 고치기를 반복한 10여 년의 기록이 담긴 책이다.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는 생텍쥐페리의 일생과 함께 어린 왕자를 통해 지친 우리들의 삶을 위로한다. 어린 왕자에 대한 여러 책을 읽었지만 생텍쥐페리와 친구, 그의 사랑을 알게 되어 좋았다. 

작가에 대해 알면 책이 전혀 다르게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는 어린 왕자에 대해 인문학 에세이로 다가가는 것뿐만 아니라 어린 왕자를 또 다른 시각으로 읽을 수 있는 감성을 깨워주는 책이었다.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에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초기 드로잉 작품을 비롯해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 그림과 사진 등 생텍쥐페리에 대한 여러 가지 자료가 포함되어 있다. 가장 먼저 그의 이름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생텍쥐페리는 성이고 그의 이름은 앙투안이다. 앙투안이라는 이름을 알게 된 후 다시 작가의 사진을 보니 개구쟁이 같은 이미지가 더해졌다.



이제 생텍쥐페리를 앙투안으로 부르자. 그는 어떤 어린아이였을까? 공부보다 상상하는 것과 그림 그리는 것을 더 좋아했던 앙투안은 감수성이 풍부한 어머니의 영향을 받았다. 그가 어떻게 조종사가 되었는지부터 친구들과의 관계, 앙투안의 장미 콘수엘로에 대한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흥미로웠다. 

앙투안은 '어린 왕자'뿐만 아니라 다른 소설에서도 사람이나 사물과의 관계 맺기의 중요성에 대해서 많이 다루었습니다. 그리고 특히 여러 관계들에 대해서 다양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 바로 '어린 왕자'이고요. '어린 왕자'를 통해서 앙투안은 친구를 사귀는 것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따뜻하고 성숙하게 만들 수 있는지 잘 보여주지요.


앙투안과 콘수엘로는 마치 어린 왕자 속, 어린 왕자와 장미 같았다.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적당한 거리에 서 있는 둘만의 관계.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을 읽다 보면 생텍쥐페리와 어린 왕자의 이야기가 겹쳐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수유너머에서 강의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쓰인 책이라 작가 앞에서 수업을 듣는 것 같았다. 이야기는 묻고 답하기를 반복하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가고 인문학 에세이답게 책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만들어 주었다. 


앙투안의 어린 시절과 조종사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긴 여정을 함께 한 후, 전 세계에서 성경책 다음으로 많이 읽혔다는 '어린 왕자'를 통해 여전히 몸만 어른인 우리들을 위로해 준다. 

자신의 별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 채 명령만을 내리는 왕, 찬양의 말만을 원하는 허영심 많은 사람,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 끊임없이 술을 마시는 술꾼, 중요한 일을 하기 때문에 다른 것에 신경 쓸 수 없는 사업가, 가로등을 켜는 고된 직업을 계속해 나가는 사람, 이야기만 듣고 기록만을 하는 지리학자들을 통해 어른이 된 후 나의 여러 모습을 보았다. 


'어린 왕자'를 읽을 때마다 '어린 왕자'는 언제나 나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좋은 친구가 무엇인지 아냐고 물었고, 때로는 책임이 무엇인지, 자유가 무엇인지, 소유가 무엇인지, 전쟁이 무엇인지, 죽음이 무엇인지, 그리고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봤습니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어린 왕자'를 더 열심히 읽게 만들었으며, 또 지금 나에게 있는 많은 문제와 우리 모두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문득 '어린 왕자'를 읽고 싶을 때가 있다. 읽는 것 자체가 위로가 되는 책이 있다. 꼭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좋다.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에서 말하는 좋은 책. '어린 왕자'는 내게 그런 책이었다. 나는 어린 왕자가 되기도 하고 그의 장미가 될 때도 있다. 사막 여우의 마음이 이해될 때가 있고 왕자가 여행한 어떤 별의 주인이 되기도 했다. 

어른이지만 여전히 아이인 어린이들에게 어린 왕자는 늘 변함없는 친구가 되어 준다. 아직까지 당신의 샘과 별을 찾지 못했다면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를 통해 생텍쥐페리와 어린 왕자가 들려주는 수많은 이야기 속에 당신의 별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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