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림, 이 짧은 단어에는 참 많은 의미와 생각이 담겨 있다. 나에게 '끌림'이라는 단어는 몽글몽글한 느낌이다. 늦은 저녁 부끄럽지만 감성 잔뜩 묻어나는 짧은 문장 몇 구절 적어낼 수 있게 만드는 단어. '끌림'은 꽤 로맨틱한 단어로 각인되었다. 그래서 상큼한 민트색 가득한 <끌림>을 처음 봤을 때 철학이나 인문학이 아니라 '끌림'이라는 주제로 쓴 알랭 드 보통의 시집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끌림>의 시작은 뭔지 모를 감성이었지만, '끌림'의 마지막은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철학의 이해였다.
알랭 드 보통의 인생 학교 시리즈는 언제나 믿고 읽는 책이다. 이번 <끌림> 역시 나 혼자만의 상상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매력학 강의였다.
'끌림'이라는 단어가 아닌 상대방에게 끌림을 이끌어 내는 사람이 되는 방법에 대해 말하는 책이다.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많은 선량함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는 책이다. 알랭 드 보통은 말한다. '우리가 선량함을 제대로 이해했을 때 어떤 면에서는 그것이 인생의 의미가 된다.'
'당신은 착한 사람이 되고 싶나요?'라고 묻는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니요'라고 답하지 않을까. 우리에게 착함이란 어리석음, 남보다 뒤처진다, 손해 보고 산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지도 모르지만 착하고 선량하다는 의미를 비딱하게 보고 있는데 작가는 이것이 개인적인 감정 이전부터 역사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이라 말한다.
착한 사람에 대해 오해하는 네 가지 문화 기원이 있는데, 첫째 '착한 사람은 무능하다'라는 기독교가 남긴 유물, 둘째 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아 나온 '착한 사람은 재미없어!', 셋째 자본주의가 남긴 유물인 '착한 사람은 쫄딱 망해!' 그리고 마지막은 '착한 사람에게는 몸이 끌리지 않는다'라는 에로티시즘이 남긴 기원이다.
<끌림>을 읽으며 여러 번 뜨끔했다. 나 역시도 그런 생각들을 당연한 듯 우스갯소리로 하고 다닌 적이 많았다. 말로는 착한 사람, 선량하고 다정한 사람들이 좋다고 하지만 정작 나 자신은 착한 사람이 되어 남들에게 피해 보고 살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왜 우리는 선량함과 같은 위치에서 바라보지 않았을까. 착하면서도 성공한 사람, 착하면서도 재미있는 사람, 착하면서고 부유하거나 관능적인 사람도 있는데도 착함을 당연한 듯 지워버리고 기준을 세웠던 걸까. <끌림>을 통해 특별히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선량함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얻었다.
<끌림>은 선량함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책 속에는 마치 심리학 관련 서적을 읽고 있는 듯한 문장들이 많다. 나를 이해하는 관점을 비롯해 상대방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도록 들려주는 이야기는 인간관계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이다.
누군가의 장점 이면에는 반드시 그만한 단점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라는 일장일단 이론, 자신이 정말로 쓸모없는 인간임을 세상으로부터 끊임없이 확인받으려 하는 자기혐오와 끔찍한 행동을 하도록 부추기는 괴로움의 근원인 바늘 찾기, 아무리 상대방이 당당하고 씩씩하고 말짱해 보여도 그들이 보여주는 언행을 보면 그들이 병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등 <끌림>에는 나를 위해 혹은 상대방을 위해, 보다 너그러운 눈을 가질 수 있는 방법들을 들려준다.
<끌림>은 150 페이지 정도의 짧은 분량이다.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며 읽기에 무척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인문학이지만 어렵지 않고 매력적이고 끌리는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주니 어떤 책보다 더욱 집중력 있게 읽을 수 있다. 바로 <끌림>의 3부에서는 누구나 원하는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 14가지 방법에 대해 말한다.
알랭 드 보통의 책답게 두루뭉술한 이론이 아니라, 정곡을 꼬집어 하나하나의 이유를 정확하게 이야기한다. 14가지 방법 중 첫 번째로 친구에 대해 정의하는데, 그는 우리가 우정에 대해 너무 감성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우정이 겉도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가 겪는 우정의 문제는,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목적의식 부재에서 비롯한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도 여기에 있다. 우정 나누기가 겉도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우정의 목적을 분명하게 밝히는 데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목적을 분명하게 밝히고 친구를 사귄다는 생각이 떨떠름한 이유는,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을 미심쩍게 보고 꺼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목적이 있다고 해서 우정이 손상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우정의 목적을 명확하게 규정할수록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해야 하는 일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혹은 함께하지 말아야 할 사람은 누군인지 결론 내리는데 도움이 된다.
이외에도 수줍음을 극복하는 방법, 애정 어린 장난이 필요한 이유, 훈계하는 꼰대가 되지 않기 등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들을 솔직하게 들려준다.
<끌림> 속 문장들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쓴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날카롭게 다가왔다. 이 책을 읽을 때면 가장 먼저 마음을 열고 책의 이야기를 들어보길 권한다. 알랭 드 보통이 말하는 것들은 이미 당신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선량함과 착함을 자신만의 생각으로 단정 짓고 읽는다면 이 책은 단순한 인문학 책 중의 하나가 될 뿐이다. <끌림>을 통해 인생을 조금 더 풍요롭고 너그럽게 살아갈 수 있는 '선량함'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