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수 Feb 09. 2019

슈퍼노멀은 바로 당신이다 <슈퍼노멀>

<슈퍼노멀>은 말한다. 당신만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아무도 당신의 문제를 몰라 준다는 두려움을 안은 채 홀로 고민하지 말아라. 


이 책은 성장 과정 속에서 겪는 고통을 이겨내며 성공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들은 결코 자신의 문제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생각할 것이다. '이 사람 대단한데! 어떻게 이런 사건을 겪었는데도 평범하게 잘 살아온 거지?' 그리고 곧 깨닫게 된다. <슈퍼노멀> 속 먼 나라 사람들의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가 겪었던 문제들도 있다는 것을. 


살아온 인생이 100% 완벽하게 행복한 사람은 없다. 느끼는 정도가 다를 뿐, 모든 사람들은 각자만의 고통을 이겨내며 꿋꿋이 살아가고 있다. <슈퍼노멀>에서 작가는 바로 그 느끼는 정도를 '회복탄력성'이라고 정의한다. 이 책은 '회복탄력성'을 어떤 책보다 다양한 문제와 자세한 사례를 통해 알려 준다.


470 페이지가 넘는 꽤 두꺼운 <슈퍼노멀>은 다소 무거운 주제와 많은 양의 정보에 비해 쉽게 읽히는 책이다. 여러 책을 통해 회복탄력성에 대해 알고 있다면 <슈퍼노멀>은 회복탄력성에 대한 종합 사례집과 같을 것이다. 만약에 회복탄력성을 잘 모르는 독자라도 chapter 1부터 들려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슈퍼노멀>의 장점은 학문적으로만 접근하거나 두리뭉실하게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은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사실에 기반을 둔 이야기로 임상심리학자이자 교육자인 작가가 20년 가까이 상담해온 내담자들의 사례로 구성되어 있다. 회복탄력성을 단지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이라고만 알고 있었던 나는 <슈퍼노멀>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역경을 이겨냈는지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작가는 미국에서 상담을 했지만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나와 주변인들의 이야기도 발견했다. 만날 때마다 사는 게 힘들다고 푸념처럼 말하고 있지만 그들은 이미 슈퍼 노멀들이었다. 


우리는 회복탄력성이 뛰어난 사람들은 고통을 쉽게 이겨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회복탄력성이 좋은 사람들도 마음속으로는 스트레스와 외로움을 느끼며 여러 가지 문제에 힘겨워 한다. 상처받지 않는 사람은 없다. 슈퍼노멀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문제들을 이겨낸다. <슈퍼노멀>은 '유년기에 시련을 겪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많다'라는 데에서 출발한다. 회복탄력성이 좋은 아이들을 보면 어린 시절 자신만의 시련을 가지고 있는데 그들이 어떻게 성장기에 겪은 문제들을 극복했는지를 들려준다.


부모님의 이혼,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 학교에서의 왕따, 정신질환을 앓는 부모, 장애를 가진 형제, 부모의 죽음, 어린 시절의 성적 학대 등 어린 시절의 여러 불행들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성장 과정에서 겪는 시련은 그 사람의 인생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꿔 버린다. 책에서 말하는 슈퍼노멀들은 불행한 어린 시절에 잠식되지 않고 시련을 통해 자신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어머니가 정신질환을 앓는 마라는 자신만의 활동에 몰입하며 고통을 잊었다고 한다. 그녀는 가능한 볼륨을 높게 올리고 음악소리에 집중하며 어머니의 울음소리를 막았다. 이처럼 삶 속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방법 중에 하나는 바로 다른 일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여러 가지 방법들 중 공상의 세계로 빠져들거나 책을 읽으며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실제로 회복탄력성이 좋은 아이들 중에는 독서를 즐기는 아이들이 많다. 


여러 슈퍼노멀은 자기가 카멜레온처럼 어느 상황에나 녹아들거나 변신술사처럼 주변 상황에 따라 자기 자신의 모습을 바꿀 줄 안다고 말한다. 


<슈퍼노멀>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상처받았지만 잘 이겨내고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모두 완벽하게 자신의 과거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자라면서 많은 상처를 받고 아무는 과정을 통해 성장한다. 때로는 제대로 아물지 못해 상처가 더 커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책에서 말하는 슈퍼노멀들 역시 여전히 완벽하게 아물지 않은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방황하고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핵심은 '어려운 성장 과정을 거쳤지만 지금 그들은 누구보다 멋진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가 아니다. 슈퍼노멀들은 매일 스스로와의 싸움을 통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다. 


이 책의 의미는 슈퍼노멀들의 결과가 아니다. 자신의 문제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자기 자신과 삶의 시간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책이다. 과거의 그늘 속에서 벗어나 현재에 충실하라고 조언한다.  


<슈퍼노멀> 중에 나와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겹쳐지는 부분이 있었다. 책을 읽으며 어린 시절 이야기를 떠올렸고 현재의 모습을 짚어봤다.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혼란스러운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닐까 고민했던 적이 많았지만 <슈퍼노멀>을 통해 나만의 방식으로 꾸준히 시련을 이겨내고 있는 중임을 알게 되었다. 단지 문제에 집중하느라 알아채지 못했을 뿐, 우리는 이미 슈퍼노멀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독립하세요! 본격 독립 권장 에세이 <이십팔 독립선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