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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 Mar 01. 2019

그녀들의 삶이 하늘에 새겨진다 <별이 총총>

여자들의 삶이나 그녀들의 기구한 인생이라는 문구가 들어가는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책으로 읽어보지 않아도 여자의 인생이 썩 유쾌하지 않음을 이미 많이 보아왔고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책으로까지 그 절절함을 접하고 싶지 않았다. 


처음 <별이 총총>이라는 제목을 보고 가벼운 에세이 같은 소설일 거라 생각했다. 9개의 빼곡한 소제목을 보고 단편 소설이구나 했다. 내 예상은 어느 것 하나 맞지 않았다. 사쿠라기 시노의 <별이 총총>은 단편의 내용이 이어지는 연작 소설집이었고 에세이처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거기에 웬만하면 읽고 싶지 않았던 여자, 특히 자꾸만 한숨 쉬게 만드는 사연 많은 여자들에 대한 소설이었다. 


'사쿠라기 시노'라는 일본 작가를 이번 <별이 총총>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표현에 거침이 없다는 소개말이 있고 제149회 나오키상까지 수상한 실력 있는 작가로 인터넷을 찾아보니 좋아하는 팬이 꽤 많은 작가였다. 새로운 작가의 책을 처음 읽을 때는 설렌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또 다른 책을 찾을 것인지, 마지막 페이지를 덮음과 동시에 싸악 잊어버릴 것인지. 


<별이 총총>은 시작과 중간, 끝이 전혀 다른 책이었다. 일단 선호하지 않는 주인공의 답답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하지만 <별이 총총>의 단편 하나씩을 끝낼 때마다 빨리 다음 편을 읽어 보고 싶어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이야기의 끝이 궁금해 마지막 페이지를 먼저 읽어보고 싶어졌다. 


작가가 책에서 보여주는 사키코와 지하루, 모녀의 삶은 안타깝다. 가끔 그녀들의 행동을 보며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럼에도 책을 읽을 수록 점점 그녀들의 삶이 이해되는 것은 이야기를 끌어 가는 작가의 힘일 것이다.


<별이 총총>은 엄마와 딸 그리고 그 딸에 대한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각각의 단편은 사키코의 인생을 보여주기도,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하루의 삶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그리고 중간중간 그녀들의 삶에 들어왔다가 사라진 사람들의 인생도 함께 이야기한다. 어느 누구 하나 슬프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상처가 있다'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기구하고 사연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별이 총총>을 읽으면서 그녀들의 고달픈 삶이 한없이 슬프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옮긴이의 말에 보면 '일본 독자의 감상문 중에 '일그러진 인생을 가만히 긍정하고 있다'는 따뜻한 말이 눈에 띄었다'라는 구절이 있다. 책을 다 읽은 후 이 문장을 보며 내가 느꼈던 감정이 이런 의미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별이 총총>의 사키코와 지하루뿐만 아니라 책 속에 등장하는 여자들의 삶은 고단하다. 그럼에도 내 눈에는 책 속의 그녀들이 측은하다기 보다 무척 용감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별이 총총> 속 여자들은 자신들의 과거를 돌아보며 탓하거나 후회하며 살아가지 않았다. 그녀들은 늘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받았고 또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며 살아가지만 절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리지 않았다.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제목이 왜 <별이 총총>일까 궁금했다. 사연 많은 여자들의 우울한 인생과 반짝이는 별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작가가 들려주는 사람들의 인생이 이해될수록 등장인물들 각각이 모두 별처럼 반짝이는 것 같았다. 하늘에서 빛나는 수많은 별처럼 우리도 각자의 삶에서 최고로 반짝이는 별이다. <별이 총총> 속 사키코와 지하루 그리고 그녀들 역시 자신의 자리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었다.


기대한 것보다 의미 있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소설이었다. 어느 인물, 어느 사연 하나 허투루 버려지는 것 없이 잘 짜인 이야기였다. 소설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 줬다. 여자 인생에 대한 이야기는 무조건 구구절절함만 늘어놓는 신파라는 선입견을 버리게 해 준 책이었다. 300 페이지가 넘는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첫 페이지를 펴는 동시에 끝까지 읽어 버리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새로운 작가의 책을 읽는 설렘은 이제, 작가의 또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호기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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