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실험실>
'종의 기원'을 쓴 위대한 과학자 '찰스 다윈'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진화론을 주장한 영국의 생물학자인 찰스 다윈. 인류의 세계관에 큰 영향을 끼친 위대한 과학자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나 역시도 단순하게 진화론, 종의 기원 그리고 찰스 다윈이라는 단어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가 어떤 실험을 통해 종의 기원을 쓰기 시작했으며, 그 이전에는 어떻게 실험을 해 왔는지 등 찰스 다윈의 삶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다윈의 실험실>을 읽기 전에 걱정이 앞섰다. '종의 기원'을 읽어보지 않았는데 이해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것은 완벽하게 나의 착각이었다. <다윈의 실험실>은 다윈의 이론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면, 더욱 더 먼저 읽어봐야 할 책이었다.
이 책은 한 권의 이론서가 아니다. 다윈이 걸어온 발자취, 연구와 실험 그리고 실패와 좌절을 통해 '종의 기원'을 포함한 다윈의 수많은 저서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알려주는 책이었다.
<다윈의 실험실>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다윈의 모습을 소개한다. 진화론이 어느 날 갑자기 불현듯 떠오른 이론은 아니었다. 실험실의 괴짜 박물학자로 알려져 있던 다윈의 수많은 실험을 통해서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다윈의 실험실>은 단순하게 그의 실험과 이론에 대한 이야기만을 들려주지 않는다. 찰스 다윈의 삶과 가족을 비롯해 인간적인 그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책은 두 가지 주제를 이야기한다. 첫째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다윈의 인간적인 모습, 그리고 다윈이 했던 실험을 우리가 따라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설명한다.
<다윈의 실험실>은 마치 타인의 눈을 통한 찰스 다윈의 자서전을 읽는 것 같았다. 다윈의 실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더해져 자칫 딱딱하고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천천히 그의 실험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위대한 과학자가 걸어간 발자국이 보일 것이다.
10장으로 구성된 <다윈의 실험실>은 그가 어떻게 생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삶의 터닝포인트가 된 비글호 탑승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1838년 다윈은 그의 노트에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겼다. '종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면, 전체 구조가 흔들린다.' 위대한 실험가는 그렇게 탄생했다. 특유의 실험가 기질을 발휘해 수많은 질문을 낳았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통해 그의 이론이 시작되었다.
<다윈의 실험실>이라는 제목에 어울리는 코너가 책 속에 들어있다. 바로 '다윈의 실험'이다. 준비물부터 꼼꼼한 실험절차를 비롯해 어떤 책을 참고해야 할지까지 알려준다. 학창시절에 간단한 실험만 해 봤고 제대로 된 실험 기록을 해 본 적이 없는 내게 '다윈의 실험'은 그의 책 내용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이 책의 두 번째 목적이 다윈의 실험을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적인 그의 실험 그대로를 따라 하기는 힘들겠지만 그가 해왔던 방법을 통해 다양한 실험에 도전 해봐도 좋지 않을까.
다윈은 먼 길을 돌고 돌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지렁이는 지질학이라는 과학 분야에서 그가 제일 먼저 흥미를 느꼈던 주제이자 처음 발표한 논문의 주제였다. 지렁이로 시작된 그의 첫 논문은 40년 뒤 마지막 책에서 다시 지렁이를 주제로 마무리되었다. 다윈은 이 책을 쓰고 6개월 뒤인 1882년 4월 19일에 세상을 떠났다.
인류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위대한 사람들의 인생을 볼 때마다 나는 늘 같은 경이로움을 느꼈다. 바로 흔들리지 않는 믿음과 집중. 한 사람의 인생이 하나의 목표에 매진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다윈처럼 '종의 기원'이라는 위대함을 탄생시키지 않았을까.
<다윈의 실험실>은 600페이지가 넘은 두꺼운 책이다. 잘 알지 못하는 생물학에 대한 이야기가 소설을 읽듯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을 지루하다기보다 꽤 흥미롭게 읽어 나갔다. 실험이라는 낯선 이야기, 찰스 다윈이라는 위대한 과학자의 삶은 내게 집중하는 삶에 대한 동기를 부여해 주었다.
위대한 '종의 기원'의 시작은 뒷마당의 작은 실험실에서 시작되었다. 분명 지금 어딘가에서도 위대한 탄생을 위한 작은 노력들이 반복되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