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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 Apr 17. 2019

묘하게 현실처럼 느껴지는 그들의 미국 원정기

<헬로 아메리카>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구절이 떠올랐다. TV나 영화에서 봤던 미국 서부 개척시대의 흙먼지 바람이 느껴졌다.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지금 막 미국의 어느 항구에 들어선 사람들의 두려움과 설렘이 가득한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헬로 아메리카>는 시대를 넘어서 미국이 변화하는 모든 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다. 20세기를 살았던 SF 작가가 그려낸 21세기와 22세기 미국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헬로 아메리카>의 작가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는 1960년대 SF 뉴웨이브 운동을 견인하며 소설의 새로운 차원을 개척함으로써 현대문학을 재정의했다고 평가받는 작가이다. 그가 상상했던 미국은 21세기에 붕괴된다. 미국인들은 그들의 땅을 찾아온 사람처럼 그리고 반대로 미국을 버리고 유럽을 비롯한 세계 곳곳으로 흩어진다. 시간이 흘러 22세기가 되어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찾아 떠나듯이 그들의 후손들은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탐험대가 되어 버려진 미국 땅을 다시 찾아온다. 그리고 이 책은 수많은 원정대 중 하나의 이야기이다.     


21세기에 미국이 사라진다니. 21세기를 살고 있는 내게 처음 <헬로 아메리카>의 시작은 '옛날 SF 책이네'였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21세기를 살아보지 못한 작가의 터무니없는 상상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아직 21세기는 남았고 미국으로 돌아오는 원정대는 22세기가 되어서야 출발하니, 어쩌면 <헬로 아메리카>속 배경은 SF 공상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을법한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증기선 아폴로호가 맨허튼의 버려진 큐나드 부두에 정박하면서 <헬로 아메리카>는 시작한다. 미국이 달 탐험을 위해 1960년대에 개발한 우주선 이름이 아폴로이다. 알지 못하는 미지의 공간으로 떠나는 증기선과 우주선의 이름이 똑같다. 이처럼 <헬로 아메리카> 안에는 각각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이름이 사용되었는데 단어를 찾아 보는것도 이 책이 선사하는 즐거움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책은 흥미롭지만 쉽게 읽히지는 않는 편이다. 붕괴된 미국으로 돌아가는 탐험대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들이 미국에서 마주하게 되는 모습은 단지 SF 소설 속 묘사가 아니었다. 과거와 현재가 교묘하게 잘 섞여진, 그래서 더 SF 소설같이 느껴지지 않았고 때로는 다소 철학적인 의미에 생각이 깊어지기도 했다.

    

<헬로 아메리카>는 처음 읽은 몇 장으로 판단할 수 없는 깊이 있는 SF 소설이었다. 작가에 의해 뒤틀리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는 것들이 가득한 22세기의 미국을 공상 소설로만 한번 읽고 덮어버릴 수가 없었다. 가상이지만 전혀 가상처럼 느껴지지 않는 그들의 공간들. 이 초현실적인 소설이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화가 된다고 한다. 버려진 미국, 그곳으로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그곳에서 기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표현될지 무척 기대된다.     


책 속에서 웨인은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자신이 제45대 미국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그리고 웨인 외에도 미국 대통령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현재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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